주말엔 농부로 변신하는 광고전문가 이근우 대표 부부의 인생 2막

[농어촌은 지금, Jump-up]

가현정 객원기자 2017.05.26 10:57
편집자주1차산업의 대표격인 농업이 6차산업으로 변신 중이다. 농사만 지어 도매가로 농작물을 넘기던 농민들이 제조와 마케팅, 판매, 서비스까지 책임지는 6차산업의 최전선에 나서고 있는 것. ‘더리더’는 농민의 변화로 농가가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농촌을 찾기 바라는 마음으로 신규 코너를 선보인다. 농촌이 잘 살아야 우리 먹거리의 질이 좋아지고 삶이 풍요로워진다. 제2의 농촌 호황기를 만들 ‘新농민’들을 만나보자. / 편집자
‘가현정 작가의 명옥헌 초대석’ 일곱 번째 주인공은 주말이면 농부로 변신하여 인생 2막을 펼치는 30년 차 광고전문가 이근우 대표이다. 이근우 대표 부부의 주말 농부 일상을 함께 하면서 가장 놀란 것은 부부의 밝은 표정이었다. 땀 흘려 일하는 주말이 고된 일상으로 여겨지지 않는 듯 시종일관 웃음 가득한 부부를 보면서 농사일을 이토록 즐겁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많은 사람이 귀농이나 귀촌을 꿈꾸며 실행에 옮기더라도 막상 시골에 적응하여 정착하기까지 힘든 시간을 보내곤 한다. 심지어 그 힘든 고비를 넘기지 못한 채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경우도 상당하다. 그런데 이근우 대표는 30년 동안 광고 분야라는 한 길만 걸어왔음에도 어떻게 낯선 농부 생활에 잘 적응하고 만족하며 지낼 수 있는지 무척 궁금했다. 그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이야말로 수많은 귀농 예비자들에게 소중한 정보가 되리란 확신이 들어 가현정 작가의 명옥헌 초대석 주인공으로 선정했다. 
주말이면 농부로 변신하는 생활이 너무나 즐거워 주중에도 짬을 내어 농장으로 출근하는 일이 더욱 잦아진다는 이근우 대표 부부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대체 어떤 매력이 있어 광고전문가에서 농부로 변신하는 일에서 기쁨을 얻는 걸까. 이번 호에서는 이근우 대표 부부의 행복한 인생 2막, 귀농 일상을 따라가서 그 행복의 원천을 알아보고자 한다.
▲이근우 대표와 부인

이근우 대표는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탓에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성장 과정을 보냈다. 풍족하고 자유로운 생활을 보낸 덕분에 해야만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 정작 어린 시절에는 그 고마움을 알지 못했고, 두 아들을 둔 부모가 된 뒤에서야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두 아들 모두 성인이 되는 시점에서 돌이켜보니 부모님의 고마움은 더욱 커졌다. 왜냐하면 두 아들에게 아버지로서 해준 것이나 해줄 수 있는 것들이 그다지 많지 않음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서 광고 분야에서 일을 시작했고, 올해로 30년 가까이 광고 분야 한 길만 걸어왔는데, 아들들에게 내가 걸어온 길을 강요할 생각은 없다. 그저 내가 그랬듯 우리 아이들도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설 수 있기를 바란다. 다만 나의 아버지가 해준 만큼 아들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음은 미안할 따름이다.
그러나 아버지로서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것 한 가지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열심히 살아온 인생의 선배로서 모범이 되어 주는 것이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주저함 따위는 없이, 그저 묵묵히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는 열정만큼은 아들들에게 자신감 있게 내세울 수 있다”

사랑하는 나의 아내와 함께 하는 행복한 시간
“아내와 동업을 해왔기 때문에 항상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가정에서는 물론 직장에서도 함께 하니 물리적으로 함께한 시간만큼은 여느 부부들 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내에게 미안한 것은 연애 시절과 달리 결혼한 이후로 둘 만의 오붓한 시간을 많이 가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무실에서 함께 일할 때는 바쁜 업무 일상에 매여 개인적인 대화를 나눌 시간도 거의 없었다. 심지어 시간을 아끼기 위해 사무실에서 아내와 점심을 함께 먹을 때조차도 얼른 끼니를 해결하고 다시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급히 밥을 먹는 데 집중했다. 주말이나 여가 시간에도 아내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아마도 대한민국 남편들의 상황이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더 이상의 핑계나 변명은 대지 말아야 한다. 아니 더 이상 핑계나 변명이 통하지 않는 시기가 온 것이다. 부모님을 돌봐드려야 해서, 아이들을 챙겨야 해서 둘 만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상황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다 성장해서 더 이상 부모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 아니 오히려 부모가 개입하지 않기를 바라는 상황이다.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이유로 더 이상 함께 살지 않는 시기가 오면 생각지도 못하게 부부 둘이서만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럴 때 당황하지 않고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하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인생 2막을 성공적으로 펼칠 수 있는 것이다. 남편이나 아내가 서로를 배려하지 않은 채 자기 혼자서만 행복한 인생 2막을 시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농사일을 함께하는 동안은 사무실에서 함께 일할 때와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져 신기했다. 사무실에서는 함께 일한다 하더라도 각자 맡은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업무회의 수준에서만 대화를 나누었던 셈이다. 농사일도 맡은 바가 약간 다르긴 해도 항상 공유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일하면서 자연스레 이런저런 일상 대화를 많이 나눌 수가 있다. 농사일 대부분이 고도의 숙련을 요구하는 일 보다는 단순 반복적인 일이 많아서 대화에 집중하더라도 업무에 크게 지장이 없어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주중에 사무실에서 일하고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또 농사일이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실제로 우리 부부는 주말에 농사일을 하면서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또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셈이다”
▲이 대표가 농사 짓고 있는 비닐하우스 전경

유복했던 어린 시절을 보낸 도시 남자가 귀농을 꿈꾼 이유
“귀농을 생각하거나, 귀촌을 생각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경우가 많은 듯하다. 시골에서 보냈던 즐거운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으로 인해 다시 그 즐거운 시간과 공간으로 돌아가고 싶어 귀농이나 귀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어린 시절을 지방에서 보냈으니 시골이라 할 수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농사일 해본 적이 없는 내가 귀농을 꿈꾸게 된 것은 전적으로 아내 덕분이다.
아내는 전형적인 시골 출신이며 농촌 출신인데 다가 처가가 여전히 농사일 하고 있어, 아내와 함께 처가를 방문하면 사위인 내가 농사일을 거드는 것이 당연했다. 시골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여 도시에서 정착하는 것에 성공한 사람들과 달리 아내와 함께 처갓집 농사일을 거드는 것이 참 좋았다. 자연 속에서 땀 흘리며 일하고 나면 알 수 없는 기쁨과 보람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아내 또한 시골 출신이면서도 시골 일의 힘듦 보다는 시골 생활을 동경하는 편이었기에 귀농을 제안한 내게 선뜻 동의한 것 같다. 한 분야의 전문가로 성공하기 위해 정말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가슴 한구석 왠지 모를 허전함이 늘 있었는데,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땀 흘려 일하는 시간을 갖고 나면 가슴 밑바닥부터 차오르는 보람을 느끼곤 한다. 그 느낌 때문에 귀농을 꿈꾸는 차원을 넘어 이제 스스로 농부라 칭하는 나 자신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더 늦기 전에 부부가 함께 인생 2막을 설계하라. “우리 부부처럼 50세를 넘긴 세대들은 더 늦기 전에 인생 2막을 설계해야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운 좋게 인생 2막을 빠르게 성공적으로 펼친 셈이다. 그 비결은 부부간의 합심이 있어서다. 남편 따로 아내 따로 설계해서는 결코 성공적인 인생 2막이 될 수 없다. 남편의 뜻대로 설계한 인생 2막에 아내가 기쁘게 동행해줄 리가 없다. 지금 옆에 있는 아내를 결혼 초기의 아내로 생각해선 큰 오산이다. 비단 황혼 이혼이 아니더라도 졸혼 시대라는 요즘, 남편 혼자 쓸쓸히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남편 혼자 설계한 인
생 2막에 더 이상 아내가 함께하지 않는다면 과연 얼마나 기쁘고 행복할 것일까? 물론 남편과 아내 모두 졸혼을 꿈꾸는 부부라면 다르겠지만 말이다. 더 늦기 전에 인생 2막을 설계하라는 내 말은 더 늦기 전에 아내와 함께 충분히 대화하고 상의하는 과정을 거쳐 설계하라는 이야기다. 귀농과 귀촌을 반대하는 아내에게 남편이 무조건 시골로 가서 인생 2막을 보내자고 한다면 실패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계획이 늦춰지거나 변하는 한이 있더라도 아내와 충분한 대화로 공감대가 형성된 후에 인생 2막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기에 은퇴하고 나서 이야기하려 하면 너무 늦는 것이다. 인생의 동반자인 배우자를 최우선으로 두고 인생 2막을 설계할 것을 권한다. 

그러기 위해 오늘부터 당장 아내와의 대화 시간을 늘리고 아내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인생 2막을 성공하기 위한 첫 단계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이기 때문이다. 자격증을 따러 다니고 무언가를 새로 배우거나 경력을 쌓는다고 인생 2막이 성공적으로 펼쳐지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이근우 대표와 부인

신혼처럼 달콤한 주말 농부의 일상 들여다보기
“농부로서의 주말 생활이 즐거운 이유는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마치 신혼처럼 달콤하기 때문이다. 이젠 모두 성장해서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해내는 자녀들 덕분에 오롯이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 시간이 참 감사하다. 물론 같은 상황이어도 괴롭게 지내는 부부들이 많음을 잘 알고 있다. 당장 내 친구들이나 주변 지인들만 보더라도 둘 만이 있게 된 시간이 곤혹스럽다고 하소연하는 부부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부부가 함께하면서도 즐겁게 지낼 수 있는 비결, 다른 부부들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곰곰 생각해보니 대단한 것은 아니고, 그저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 늘 함께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젊은 시절에는 아무리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그 과정을 함께 한다고 해도 의견 다툼이 많고 서로에게 화를 내는 경우도 많았으니 비단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더 깊이 생각해보니 우리가 나이가 들어 좀 더 성숙해서가 아닐까 싶다. 말이 좋아 성숙이지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이가 들어 기운이 빠져서가 아닐까? 젊은 시절 혈기왕성할 때는 사소한 갈등이나 다툼에도 자신의 입장에서 강하게 주장하는 반면에 나이가 든 지금은 대부분 상황에서 뭐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며 넘어가는 때가 많다. 또 다른 이유를 찾아보자면 자연이라는 넓은 품에서 함께 하기 때문인 듯싶다. 좁은 공간, 밀폐된 공간에서는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리 넓은 평수의 사무실이나 아파트라 한들 웬만한 들판을 능가하기 힘들다. 우리 부부 둘이서 일구는 공간이기에 농사 규모치고는 작지만 서로에게 넓은 마음과 여유로움을 갖기엔 충분한 공간에서 일하기 때문인 것 같다. 실제로 우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우리를 신혼부부로 보기도 한다. 우리 부부가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기도 하지만 만혼이 만연한 시대이기 때문에 그리 보는 것 같다”

고된 농사일을 이토록 즐겁게 해내는 비결이 궁금하다

“고된 농사일? 글쎄 우리 부부가 전적으로 농업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농사일이 고되다 느낀 적은 아직 없다. 그저 즐겁게 농사일을 한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고되다 느끼면 그만 멈추고 쉬면 되기 때문이다. 농업을 생업으로 하는 분들이 볼 때는 우리 부부처럼 여유를 부리며 농사짓는 사람들을 농부라 인정하기 어려우실 것 같다. 하지만 우리도 어느 순간 농업이 생업이 되는 시기가 올 것이고, 그 시기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농업인들의 이야기를 절대 흘려듣지 않는다.
요즘 들어 강소농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예전처럼 대규모의 농업에서 얻는 이익이 많지 않음을 볼 때, 우리 부부처럼 일하는 것이 전혀 비전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유럽이나 선진국에서도 이미 대규모 농업에서 작아서 강한 농업, 즉 강소농을 추구하고 있다. 농업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현대 농업에서 가장 큰 비용이자 위험 요소는 인건비다.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농업 이익을 늘리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더라도 부부가 합심해서 일할 수 있는 규모가 딱 좋다. 아직은 농사일이 아주 서툴러서 생업을 농업으로 하기엔 부족하지만 꾸준히 농사 경력을 쌓는다면 지금의 규모로 생업으로 삼는다고 해도 결코 부족함이 없을 거라 예상한다. 미래 핵심 산업이 미용과 건강 분야인 만큼 그에 맞는 작물을 선택한 것 또한 긍정적 요소라고 생각한다. 물론 국산 농산물의 지속적인 가격 하락이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지만 어렵지 않은 분야가 어디 있겠는가. 꾸준히 연구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면 충분히 그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인생 2막으로 가장 즐겁고 신나는 일, 귀농을 추천한다

“인생 2막으로 귀농을 꿈꾸는 사람은 정말 많지만, 막상 농사를 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갖는 사람들이 참 많다. 나 또한 아내가 시골 농촌 출신이 아니었다면 막막하고 힘들었을 것이다.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 요즘이야말로 귀농하기 참 좋은 시대다. 주저하지 말고 귀농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볼 것을 권유한다. 무슨 일이든 처음은 어설프기 마련이고 어렵기 마련이다. 농사에 문외한인 도시인들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은 농사에 대해 잘 모르는 만큼 농사에 대한 편견도 그만큼 적다는 것이다.
배움에 있어서 가장 큰 적은 편견이기 때문에 오히려 농사에 문외한인 사람들이 제대로 잘 배울 수 있다. 귀농은 너무 힘들 것 같으니 귀촌만 하겠다는 사람들에게 나는 꼭 귀농하라고 권유한다. 그 이유는 농사 없는 시골 생활, 오직 귀촌만 하는 것은 오히려 시골 생활 적응을 더욱 힘들게 함을 알기 때문이다. 그저 농사를 생업으로, 농사를 통해서만 생계를 꾸린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농사를 생활로 여기는 것이 필요하다. 자연 속에서 땀 흘리며 살아가는 기쁨과 보람을 느껴본 사람들은 인생 2막으로 귀농이 좋다는 것을 안다. 은퇴 후에 시작하면 너무 늦다. 아직 현업에 있을 때 조금씩 자연으로 돌아가는 인생 2막을 설계하고 준비하는 것을 권한다”

가현정 객원기자 gana05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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