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 "내부제보 활성화되면 제2의 황우석 없다"

[공익제보자의 고백②]김병수 시민과학센터 부소장

홍세미 기자
2017.05.11 14:17
편집자주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3월10일 탄핵됐다.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가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민은 분노했다. 헌재는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남용 사유로 박 전 대통령이 국민주권주의를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이번 게이트에서 내부 고발자들의 증언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내부 고발’은 이렇듯 한 나라의 대통령을 ‘파면’ 시킬 수 있다. 내부 고발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고 있지만, 그들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범죄에 가담한 사람’인지, ‘공익을 위해 제보한 사람’인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다. <더리더>는 세 번에 걸쳐 ‘내부고발’에 대해 알아본다. 두 번째 주인공은 김병수 시민과학센터 부소장이다

#장면1. 2005년11월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 세포 조작이 PD수첩을 통해 밝혀졌다. PD수첩이 방송된 이후 시청자 게시판은 항의 글로 폭발했다. 황우석 지지자들은 ‘PD수첩의 음모’라고 주장하며 MBC앞에서 태극기를 들고 나와 시위를 벌였다. 황 박사의 배아줄기 세포가 거짓이었다는 것을 밝힌 제보자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갔다. 황우석 박사는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일부 지지자들은 ‘국익을 저해했다’고 주장했다.


#장면2.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자 서울광장에서 태극기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이 음모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이번 사건에서 결정적으로 증언한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와 노승일 전 K스포츠 부장이 놓은 덫에 박 대통령이 빠졌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고 씨와 노 씨의 구속을 주장했다.


대한민국은 영웅을 원했다. IMF이후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에 새로운 신사업 동력이 필요했다. 영웅처럼 등장한 사람은 황우석 박사다. 줄기세포는 난치병 환자에게 희망이었다. 배아줄기세포에 성공했다는 보도는 세계에서도 화제였다. 외신 기자가 황 박사와 인터뷰하기 위해 대한민국을 찾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조작이었다는 게 밝혀졌다. 내부고발자를 통해서다.


10년도 지난 일이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 재조명됐다. 내부제보자로 인해 게이트가 세상 밖으로 밝혀진 점, 그리고 또 그 제보자를 향해 ‘음모론’이라는 비판이 쏟아진 점이 닮았기 때문이다.


‘황우석 사태’의 내부제보자인 류영준 교수를 지근거리에서 보호한 사람은 김병수 시민과학센터 부소장이다. 김 부소장은 당시에도 ‘태극기 집회’가 열렸다고 말했다. 황 박사의 지지자들은 고발자들의 ‘음모’라고 주장하며 국익을 저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05년 12월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황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 고의로 조작됐다고 발표했다. 2006년 5월에는 사기ㆍ횡령과 난자 불법거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더리더의 공익제보자의 고백, 두 번째 이야기는 황우석 사태의 중심에 있었던 김병수 부소장이다. 김 부소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더리더 인터뷰를 시작했다.


▲김병수 시민과학센터 부소장
-황우석 사태 이후 어떻게 지냈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사태 이후에 바로 해외로 나갔었다. 외국 학자와 함께 황우석 사태를 분석 한 논문을 쓰기도 했다. 동료들과 함께 황우석 사태에 대한 책(침묵과 열광)도 냈다. 왜 한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연구했다.


-왜 한국에서 황우석 사태가 일어났다고 생각하나
▶비단 우리나라만 과학계 부정행위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황우석 박사 사건 이후에도 국내외에서 부정행위가 발견됐다. 다만 당시 황 박사가 전세계 과학자와 대중을 상대로 부정행위를 저지를 수 있었던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 그를 중심으로 정부, 정치권, 학계, 언론이 강하게 연대를 형성하고 있어서 가능했다고 본다.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인 생명공학을 육성하던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배아 줄기세포가 우리나라를 빛낼 근사한 선물이었다. 육성 위주의 정책은 연구 윤리에 대해 사회적으로 논의할 장을 만드는 것을 가로막았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조작하더라도 줄기세포만 있으면 된다’는 주장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제보자를 향한 비난이 있었다.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여러 가지 음모론이 있었다. ‘미국이 기술을 빼가려고 이런 일을 벌였다’, ‘밑에 사람이 연구한 것인데 모든 것을 황 박사가 책임졌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괜히 사건이 불거져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될 거라며 제보자를 비판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도 음모론이 나온다. 지지자들의 집단적인 행동이 있었다. 황 박사 사태와 비슷하다
▶당시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거의 매주 수천명에 달하는 황 박사 지지자들이 태극기와 촛불을 들고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황우석 박사를 복귀시키고 원천기술을 지키자고 호소했다. 2006년 초엔 황 박사를 지지하는 50대 남성이 진실을 규명하고 음모세력을 처단하자고 외치면서 분신하는 사건까지 있었다. 민족과 국가를 위한 기술로 포장돼 왔기 때문에 사태를 성찰적으로 판단하지 못한 것이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보는 거부하거나 무시했다.


-황 박사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나
▶노벨상 받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으니까. 한 마디로 국민적인 영웅이었다. 국회에서는 황 박사 지원 모임도 만들었고 연구비 영수증 처리도 면제해 주자고 주장하는 의원도 있었다. 정부도 ‘최고 과학자’로 지정해 범부처 지원계획을 세워 적극적으로 후원했다. 내가 느끼기에는 그에 대한 비판이 거의 ‘금기시’되던 때다.


-대적하기 쉽지 않았겠다. 제보자인 류영준 교수는 왜 김 부소장을 찾았나
▶당시 저는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에 있었다.제보자를 처음으로 만나 제보의 내용과 의미를 판단했다. 참여연대는 공익제보지원센터가 있어서 제보자 보호의 경험이 있었다. 또 시민과학센터가 생명윤리법 제정 운동을 하고 있었다. 공익제보, 생명공학에 논쟁에 대한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고 판단한 듯하다.


-김 부소장은 당시 제보자였던 류영준 교수를 보호했다고 알려졌는데 어렵지는 않았나. 김 부소장은 어떤 역할을 했나
▶워낙 큰 사건이라서 제보자 보호를 위해 법률적 대응 준비도 하고 있었다.  정부가 깊게 개인한 사업이라서 어려움이 많았다.핵심은 제보자의 제보가 사실인지를 판단하는 것이었다. 제보자의 제보 내용은 시민단체가 검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줄기세포를 받아 검증해야 하는데 기존 활동 방식으로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PD수첩이 논문 검증 취재를, 우리는 제보자에 대한 보호를 각각 맡았다. 개인적으로 PD수첩팀과 제보자와 내용을 공유하면서 여러 방법으로 사실을 밝히는데 기여했다.


-구체적으로 제보자를 어떻게 도왔나
▶제보자는 병원 근처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아파트에 누군가 침입한 흔적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차에 접이식 침대를 싣고 제보자를 부부를 태워 서울 시내를 돌았다. 어디로 갈지 막막했다. 첫날에는 사무실에 머물게 했다. 불안해서 다음날 바로 집으로 와서 함께 지냈다. 집에서 며칠 지내다 나중에는 집근처에 거주할 수 있는 곳을 마련했다. 그 사이 제보자는 다니던 병원에서 해고 됐다. 제보자가 해고된 후에는 생물학연구정보센터와 함께 제보자 돕기 모금 운동을 진행해 전달하기도 했다.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제보자가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당시 제보자가 다 알려졌던 듯하다
▶초기에는 정부나 황 박사 쪽에서 알았다. 시간이 지나고 일부 기자들이 알고 취재를 진행했다. 정부에서는 여러 경로를 통해 참여연대에 접촉을 시도 했고, 황 박사쪽에서도 제보자를 만나려고 했었다.


-과학계는 제보자가 더욱 나오기 힘든 구조같다. 연구하는 인원도 적고 폐쇄적이다
▶과학기술은 다루는 내용이 전문적이고 실험실도 폐쇄적이어서 직접 관련돼 있지 않으면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잘 알 수 없다. 게다가 학교의 경우는 지도 교수와 학생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지도교수는 학생의 졸업 시기, 논문의 저자표시, 진로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내부의 문제를 외부로 알리기가 어렵다. 과거에 비해 경쟁이 심해지고, 경제적 이해관계도 커지면서 과학에서의 부정행위가 증가하고 있다. 강력한 제보자 보호는 부정행위를 예방하고 연구 윤리를 확보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이다.


-황 박사 사건 이후로 나아지지 않았나
▶사건 이후 ‘연구윤리확보를위한지침’이 만들어졌다. 연구 부정행위를 발견하면 제보를 할 수 있고,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부정행위가 발생한 기관에서 위원회를 자체적으로 꾸려 조사를 하다 보니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제보로 이한 불이익을 금지하고 있지만 법률이 아닌 교육부 훈령이라 이를 어겼다고 하더라도 법적으로 처벌 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김병수 시민과학센터 부소장
-여전히 사회에서는 내부제보자를 범죄에 가담한 사람인지, 아니면 공익제보를 한 사람인지로 보는 시각이 나뉘기도 한다
▶사실 내부제보자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제보가 사회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는지, 공익제보로 인해 얼마나 투명했는지를 따져 봐야 한다. 제보의 내용이 사실인지 그리고 공익적인지를 중심에 두고 판단해야 한다. 만약 제보의 내용이 사실이고 공익적이라면 내부에서의 행동과 분리해서 제보자를 판단해야 한다.


-내부제보가 활발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익제보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제보자가 조직의 배신자가 아니고 많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공익제보자로 인해 조직이나 사회가 더욱 건강해질 수 있다.”


김병수 시민과학센터 부소장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간사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유전자전문위원
국민대학교 연구교수
동국대학교 초빙교수
한국생명윤리학회 이사, 연구이사
한국과학기술학회 총무이사, 연구이사
건강과 대안 연구위원
시민과학센터 운영위원,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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