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미, “4차 산업, 정부-민간 같이 가야”

[국회in]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수포자’ 심각, 융합수업 가능한 ‘1수업 2교사’ 도입해야"

대담 박종국 편집장 정리 홍세미 기자 2017.05.08 14:16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 더리더
‘비례대표 1번’은 당의 얼굴이다. 1번이 누군지에 따라 당의 총선 전략과 이미지를 알 수 있다. 지난 총선서 원내 1당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얼굴’은 박경미 의원이었다. 홍익대학교 수학과에 재직하고 있던 박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의 ‘간판’이 됐다. 교직에 몸담았던, 그것도 수학과 출신을 임명한 것은 4차 산업에 대한 ‘대비’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지난해 알파고가 우리에게 충격을 줬다. 경우의 수를 셀 수 없고, 수학적인 계산보다는 ‘감’과 촉으로 진행하는 바둑에서 기계가 인간을 이겼다. 우리나라는 4차 산업 물결 속에 무방비로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4차 산업의 도래를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박 의원을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을 대표해서 뽑힌 국회의원이 어떻게 ‘디자인’ 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미래가 달렸다. 과연 4차 산업이 얼마나 진행되고 있고, 우리는 얼마나 준비하고 있을까. 4차 산업 전문가를 자임하는 박 의원에게 우리나라 4차 산업에 관해 물었다.

-원내에 입성한 지 어느덧 1년이 다 돼간다. 학자로 있다가 정치인이 돼 보니 어떤가

▶강단에 설 때는 ‘초식동물’ 같았는데 국회에 오니 ‘육식동물’이 된 것 같다. 막 국회에 들어왔을 때는 교육 쪽에 초점을 맞춰 입법 활동을 하려고 했다. 20대 국회에서 상임위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배정된 후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그 게이트의 중심에 있었던 상임위는 교문위다. 교문위 국정감사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면 위로 올려놨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이 탄핵 당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런 사태들로 교육 본연의 이슈에 집중하지 못한 것 같다. 나름대로 입법이나 토론회 하면서 진행하긴 했지만, 앞으로 더 진행할 예정이다.


-4차 산업 전문가로 알려졌다. 비례대표 1번으로 원내에 입성한 것도 같은 이유인지
▶꼭 4차 산업 관련해서 공천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4차 산업이 중요해지는 추세다. 수학이 관련 교과다. 이 시대의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게 좋다고 판단한 듯하다. 수학•과학 쪽과 교육을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공천한 것 같다.


-국회 4차 산업혁명포럼 상임대표다. 국내 4차 산업이 얼마나 진행됐다고 보나
▶스위스 UBS 은행에서 발표한 국가별 4차 산업혁명 준비지수에서 한국이 세계 129개국 중 25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결과를 ‘뒤처지고 있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듯하다. 그만큼 국내에서는 4차 산업을 ‘메가트렌드’로 인식하는 것 같다.  빅데이터, AI,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과 관련한 모든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선도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나라는 각 분야별로 또 전체적으로 조망할 정도의 위치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평가할 정도로 4차 산업이 발전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회 4차 산업 포럼활동은 1년 정도 했는데 어땠나
▶처음에는 10강의 정도로 예상했는데 총 12번 진행했다. 전문가들 모시고 AI, 자율주행차, 바이오 혁명 등 4차 산업 관련된 분야를 훑었다. 강의 진행하면서 나도 많이 공부했다. 우리가 직접 전국 곳곳에 있는 4차 산업 현장도 다녔다. 혁신적인 시도를 하는 회사나 학교에 직접 찾아가 현실감 있는 세미나를 개최했다. 강의 진행하면서 4차 산업 전도사도 되고, 필요한 것을 입법화하기도 했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과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 등이 상임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과의 관계는 어떤가
▶송 의원이 산업계(KT)에서, 또 내가 학계에서, 신용현 의원이 연구계에서 와서 산•학•연’이라고 부른다. 구색이 잘 맞춰진 것 같다. 연구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정당 간 갈등이나 정치적인 갈등이 없다.


-다른 국회의원들은 어떤 것 같나. 4차 산업에 대해 많이 대비하고 있나
▶토론회만 봐도 ‘4차 산업’이 필수다. ‘4차 산업을 준비하는 000’처럼 기본으로 붙는 단어다. 정말 짧은 시간에 4차 산업이 퍼졌다. 알파고 이후 다큐멘터리도 많이 나오고 담론이 무성하다. 미래를 얘기할 때는 ‘4차 산업 시대의’, 혹은 ‘대비하는’처럼 이름을 붙여야 할 것만 같다. 한 교수는 4차 산업 시대에 우리가 아직 진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1,2,3차 혁명은 다 지난 다음 사회학적으로 혁명적인 변화를 이름 붙인 것이다. 또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3차 산업 연장선이라고 한다. 3차 산업이 이미 IT 혁명이었다. 지금 우리가 ‘4차’라고 부르는 것도 3차 산업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평가 절하하기도 한다.


-4차 산업에 대해 과한 반응을 보인다는 말인가
▶4차 산업이 우리나라를 엄습하는 엄청난 파도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일부분 맞기도 하다. 그런데 조금 과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측면도 있다. 우리나라가 마치 4차 산업에 대응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시대적인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은 위기의식이 생기기도 한다.


-국가가 4차 산업을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대통령 후보들이 ‘국가 주도’, 또는 ‘민간 주도’로 4차 산업을 이끌어야 한다고 설전을 펼치기도 했다. 국가 주도인지, 민간 주도인지 따로 떼놓고 볼 수 없다. 같이 가야 한다. 국가는 큰 틀을 짜줘야 한다. 민간이 할 수 없는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의정부 때 인터넷망을 깔아 IT가 부흥할 수 있게 했다. 그런 것처럼 4차 산업이 필요한, 민간이 할 수 없는 인프라는 국가가 깔아야 한다. 민간은 그 인프라 안에서 자율적으로 사업을 펼치면 된다.


-독일에서는 ‘인더스트리 4.0’으로 부르면서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속도의 문제지만 직업이 소멸하는 시대는 맞다. 예전에는 단순하게 반복되는 일을 하는 분야에서 기계가 사람을 대체했다. 지금은 그런 분야가 아니더라도 기계가 대체한다. 일기예보를 할 수도 있고 기사를 쓸 수 있다고 한다.
특히 기존의 판례를 토대로 법률적 검토까지 할 수 있고 암 진단도 가능한 시대가 열린다고 한다. 인간만이 할 수 있었던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한 부분까지 대체될 수 있다. 지금 초등학생들은 나중에 듣도 보도 못한 직업을 가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서서히 직업이 없어지니 그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 더리더
-박 의원 전공이 교육이다. 직업과 일자리가 없어진다면 가장 민감한 곳이 교육계인데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예전에는 특정 직업군을 염두에 두고 그것에 맞는 교육이 진행됐다. 이제는 새롭게 출현하는 직업에 적응하면서 그쪽에 맞는 일을 수행하도록 학습하는 능력을 발굴해야 한다. 전반적으로 핵심 역량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미 교육 과정이 그런 쪽을 지향하고 있다.


-교육과정에 대해 할 말이 많을 텐데
▶할 말이 정말 많다. 일단 정권이 바뀌면 기존 것은 다 갈아엎는다. 교육과정, 교과서, 입시제도가 새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국민이 교육에 질려한다. 그런 점이 없어져야 한다. 특히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은 ‘핵심 역량’이 중심이다. 창의력 사고력이나 심미적 감성, 공동체 의식, 자기관리 능력이 있어야 하는 시대다. 이런 것을 중심으로 교과 개정을 진행했다. 차기 정부에서 문제 있다고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교육과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은 항상 일관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 유독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많다고 한다. 중학생의 70% 이상이 수포자라고 하는데
▶수포자는 정말 제가 끌어안고 고민하던 문제다. 이유는 아무래도 다양할 텐데, 수학의 위계성 때문인 듯하다. 수학은 블록처럼 쌓아서 올라간다. 1차 방정식에서 막히면 2차 방정식, 지수 로그 방정식 문제를 풀 수가 없다. 방정식이 안 되면 함수도 안 되고 미적분도 안 된다. 하나 펑크가 생겼는데 그냥 지나가면 그 이후는 수학 수업이 외계 언어로 들릴 정도다. 수학은 ‘후행 학습’이 꼭 필요한 과목이다. 거꾸로 돌아가서 어디서 모르는 부분이 생겼는지 파악해야 한다. 학원에서는 선행 학습만 한다. 후행 학습, 기초 학력을 보완해주는 곳이 없다 보니 ‘수포자’가 많은 것 같다.


-우리나라 수학이 다른 외국보다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많은 국민들은 수학이 너무 어렵다고 하는데 사실 교육과정이나 교과서 내용은 외국에 비해서 어렵지는 않다. 믿지는 않겠지만, 내용은 평이하다.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문제가 어렵게 나오기 때문이다. 교과서 수준이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수학 시험에서는 꼬고, 또 꼬는 문제가 출제된다. 학생 성적의 변별력을 주기 위해서다.
그러다 보니 학생의 성적이 수학에서 갈린다. 수학이 할 수 없이 악역을 담당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점수 잘 받기 위한 수업’을 하다 보니 탐구활동이 약해진다. 읽기 자료가 생략된다. 문제풀이 연습만 시키기 때문에 재미도 없다. 그래서 수학이 외면 받는 것 같다. 결과만 답을 맞히는 게 아니고 어떻게 풀었는지 읽기 과정이 풍부한 과정이 필요하다.


-수학과 정치는 거리가 좀 멀다
▶그렇다. 가장 생뚱맞은 분야랄까. 사실 들여다보면 수학은 정의를 지키는 약속에서부터 출발한다. 정의가 기본이 되고 체계를 쌓는다. 정치도 모름지기 그래야 한다. 추상적인 수준이지만 수학과 정치는 정의를 지켜야 하는 면에서 비슷한 부분이 있다.


-차기 정부에게 바라는 교육정책이 있다면
▶‘더문캠’에도 개인적으로 제안한 정책이 있다. ‘1수업 2교사제’다. 말 그대로 한 수업에 교사가 두 명 들어가는 것이다. ‘이명박근혜’ 정부는 학생을 분리시켰다. 수준별 이동수업, 혹은 일반고와 특목고를 나눠 학생을 분리시켰다. 국민에게 기초생활보장법이 있는 것처럼 기초학력도 보장해줘 한다. 그게 국가의 책무다. 한 교실에 미달 학생이 있다면 한 교사가 더 들어가 그 기초학생을 봐주는 것이다. 다문화나 탈북 학생도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맞춤형 교육은 필수다. 또 4차 산업에 걸맞게 요즘은 ‘융합 수업’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수학과 과학을 결합하거나 과학과 사회를 결합한 수업은 어떨까. 1수업 2교사제를 하면 융합 수업도 가능해진다. 그러면 정교사를 채용하게 되고, 사범대 취업률도 올라갈 것이라고 본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 더리더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데 어떤 생각이 드는지
▶야당 대변인은 조금 강하게 말해야 한다. 험하고 가시 돋친 말을 해야 하는데 제가 그렇게 세지 않다. 누구를 압도하거나 이런 분위기도 아니다. 비판하는 말을 해보고 살지 않았다. 마음이 독하지 않다고 할까. 제가 평생 할 독한 말은 다하고 사는 것 같다(웃음). 강단에만 있던 교수가 대변인 하려니 처음에는 어설펐다. 너무 어렵기는 했지만, 지금은 아주 익숙해 졌다.


-20대 국회 바라는 점이 있다면
▶20대 국회 1년은 안 됐지만, 전무후무한 탄핵 국면으로 교육 문제에 집중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 본업에 집중할 것이다. 교육 문제는 풀기 힘들다. 입시와 사교육 문제도 힘들다. 그래도 내가 교사도 해본 적이 있다. 사교육 문제를 명쾌하게 한 번에 해결한다는 말씀은 못 드리지만, 조금이라도 교육 걱정을 더는 일을 하고 싶다. 20대 국회에는 대승적인 차원으로 갔으면 좋겠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울대학교 수학교육학 학사, 석사
일리노이대학교 대학원 수학교육학 석사, 박사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책임연구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PISA 수학전문위원
충북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
홍익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
대한수학교육학회 이사
제20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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