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희 아시안허브 대표]소중한 다문화 자산의 ‘허브’

이주여성 주체성 확립, 아시아와 한국을 잇는 가교로

편승민 기자 2017.05.04 18:05
편집자주이 코너에서는 우리나라 다문화 사회의 현실을 조명해보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여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본다. 더불어,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다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개선하는 첫 걸발음을 떼고자 한다.

만약 우리가 모르는 말을 언어로 쓰는 나라에 가서 살게 된다고 가정했을 때, 말문이 트이고 나면 그다음에는 무엇을 하게 될까? 아마도 사회적 관계망 형성, 경제 활동, 자기 계발 등 다양한 길이 있을 것이다. 방향은 모두 다를 수 있지만 일련의 공통점은 사회 안에서 개인의 역량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그러한 면에서 봤을 때, 우리나라에 결혼을 통해 이주해온 여성들은 외교적으로 훌륭한 자산이고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아시안허브는 이주 여성 재교육을 통해 그들을 전문가로 양성하고, 한국 사회에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게 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최진희 아시안허브 대표는 “2020년 20개 아시아 국가들과 다국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이주민에 대한 교육뿐만 아니라 우리 선주민들 역시 교육하지 않으면 한국 다문화 사회의 새로운 문제에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진희 아시안허브 대표
-아시안허브가 어떤 곳인지 소개 해달라
▶아시안허브는 2013년 사회적 기업가 육성 사업에 선정되어 만들어졌다. 회사를 만들기 전, 이주 여성들이 한국 사회에서 ‘이주여성’이라는 단어 하나에 얽매여서 취약 계층으로 전락해 자존감을 잃고 살아가는 모습을 봤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주 여성들이 보다 자존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을까?’ ‘그들을 전문적으로 교육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아시안허브는 결혼 이주 여성들을 교육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어 교육도 하지만 전문가 교육을 더 많이 하고 있으며, 교육을 통해 실제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결국 아시안허브와 이주 여성이 함께 수익을 창출하여 윈-윈 하는 형태다.
또한, 선주민과 이주민 간에 쌍방향 다문화 교류를 통해 국민의 다문화 의식을 개선하고, 결혼 이민자들이 한국 사회 속에서 주체성을 가진 여성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다문화 관련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게 됐던 계기가 있었나
▶나는 원래 일반 기업에서 홍보와 사회공헌 업무를 했다. 그러던 중, 2004년 코이카를 통해 처음으로 캄보디아에 갔다가 2007년에 다시 한국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마침 2007년은 한국 사회에 갑자기 캄보디아인 이주 여성의 수가 급증했던 해였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어를 배우려고 해도 선생님들조차 캄보디아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 배우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때 비교적 캄보디아어가 익숙했던 나는 여기저기서 기초한국어 특강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봉사활동을 했다.
그런데 막상 강의를 하다 보면 늘 한국어 수업보다 가정 상담을 더 많이 하게 됐다. 한국인 남편과 말이 통하지 않으니 부부 간에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어떤 부부는 밤 12시에 싸우는데 의사소통이 안 되니까 나한테 전화해서 서로 나와 이야기하려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이들을 위해 다문화 일로 전업하든지 아니면 아예 접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나는 직장 생활을 하던 시기여서 회사 일도 복잡하고 고민이 많았다. 그렇게 고민을 하던 중 사회적 기업가 육성 사업에 대해 알았고, 지원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아시안허브에서는 이주민 전문가 양성 교육을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전문가가 배출되는가
▶아시안허브 통번역센터에서는 전문가 재교육을 통해 이주여성들을 전문 통번역가로 양성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어의 경우 대학에 학과가 없는 언어도 많기 때문에 언어를 아는 것만으로도 통번역 쪽으로 진출할 수가 있다. 하지만 지역 다문화센터에서 단순 상담이나 회화 통역만 하거나, 전문 교육을 받지 않으면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기가 어렵다.
그래서 아시안허브 통번역센터에서는 통번역 대학원 강사진을 구성해 이주 여성들에게 대학원에서 배우는 과정을 단기간에 마스터하도록 돕고 있다. 통역과 번역의 기본적인 개념부터 언어를 통해 어떤 서비스까지 가능해야 하는지 실습 교육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후에는 전문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일자리를 제공한다. 혹은 통번역 능력을 갖추고 협동조합이나 1인 기업을 할 수 있는 창업 과정도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 수료증을 주는 방식으로 했다. 올해는 더 나아가 민간 자격증을 딸 수 있는 형태로 발전 시키고자 한다. 이중 언어, 통번역, 해외 SNS 마케팅까지 언어과정 및 전문 직업 과정에 자격증 제도를 도입하려고 한다.



-이주 여성들의 취업·창업 욕구는 어느 정도인가
▶이제 한국 사회에 온 지 10년 이상 된 이주 여성들도 많다. 그들 중에서는 이미 다문화 강사나 이중 언어 강사 활동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렇게 활동을 해도 아직 안정적으로 자리 잡지 못하거나 여기저기서 손님으로 다니는 느낌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어떤 사람은 직접 운전까지 하면서 다문화 전통 의상과 도구들을 챙겨 다니기도 하고, 월수입이 100만 원 이하인 사람이 부지기수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 아시안허브가 좀 더 전문적이고 제대로 된 직업군 형성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
창업의 경우도 언어와 문화 관련 사업을 연계해서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어 전문학원, 동남아시아어 연구소와 같이 본인들의 언어와 관련된 창업을 돕고 있다.

-아시안허브에는 산하기관인 아시안 언어문화연구소도 있다. 아시안허브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아시안 언어문화연구소는 비영리 민간단체로 사회 공헌 활동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아시안허브는 주식회사다 보니 활동하는 데 제약이 많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매일 하는 무료 한국어 교육, 이주 여성 지원 사업은 아시안 언어문화연구소 이름으로 하고 있다.
이주 여성들을 교육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서 수익 창출을 목표로 투자하는 역할은 아시안허브에서, 사회 공헌 서비스는 아시안 언어문화연구소에서 하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받을 때 주식회사가 들어갈 수 있는 사업이 있고, 비영리가 받는 분야가 따로 있다. 그래서 역할이 나누어져 있다.


▲한국어 교육 수업
-다문화 한국 사회의 고정 과제는 선주민들의 다문화 감수성 지수다. 현재 한국 사회의 다문화 감수성은 어느 정도라고 판단하는가
▶한국 사람들은 사실 다문화에 대해 굉장히 폐쇄적이다. 캄보디아라고 하면 ‘앙코르와트가 있는 곳’ 정도로 인식하지, 그들과 내가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잘 어울려 살 수 있을 지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4월은 동남아 국가들의 설 기간이다.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등 나라가 모두 축제 기간이다. 그런 축제가 본국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한국 내에서도 이어지고 있는데 그 축제를 가보면 한국인들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한국 내에 그런 타국 행사들이 다양하게 있어도 한국인들은 관심이 없다. 그런 부분이 많이 아쉽다. 이곳 서울 관악구에서도 매년 다문화 축제를 하고 있는데 구경 오는 한국인들이 많지 않다. 한국이 다문화 사회가 됐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의 움직임은 많이 부족하다고 본다.

-선주민의 다문화 인식 개선을 위해 아시안허브에서 하고 있는 활동이 있다면
▶우선 아시안 타임즈라는 인터넷 신문을 운영하면서 동영상 기자단도 만들었다. 다문화 여성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어서 그들이 어떤 생각과 어떤 마음인지를 일반 국민에게 전파하고자 했다. 또한, 세계 시민교육도 하고 있다. 초·중·고교의 다문화 이해 교육, 해외 파견 봉사단 사전 교육, 해외 창업 교육, 사회적 기업 특강 등 현지 언어 교육이나 다문화 교육이 필요한 기관과 단체에 특강을 하는 것이다. 아시안허브에서 훈련된 현지인 전문강사가 세계 시민교육의 개념을 이야기하고, 본인의 나라에 대해 강의를 한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아직 학교들이 이런 교육을 학업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중국어 한마디라도 배우기 위해 요청을 해오는 나라가 거의 중국뿐이다. 라오스, 몽골, 캄보디아 등 다양한 나라를 경험하게 하고 싶은데 그런 부분이 아쉽다. 예전에는 특강이나 방과후 학습으로 이뤄졌다. 지금은 자유 학기제에 들어가거나 혁신형 교육지구로 선정된 구에서 하고 있다.

-우리나라 다문화 인구가 전체 인구의 2%가 넘어가면서 정부차원의 다문화 관련 부서·정책 일원화 필요성도 언급되고 있다. 다문화 일선에서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나
▶출입국관리사무소 업무는 법무부가 하고, 다문화센터는 여성가족부에 소속되어 있는 등 다문화 사업을 하는 일선에서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작년에 아시안허브가 여가부 사업을 하나 진행했는데 올해는 그 사업이 없어졌다. 행정안전부에서 더 큰 규모의 예산으로 진행한다고 해서 없어졌다고 한다. 일선에서조차 다문화 정책, 이주 여성들을 위한 정책은 어느 부서에서 총괄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다문화를 다루는 정부 부처가 일원화 되지 못하다보니 다문화 관련 사업을 하는 단체 역시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일원화시켜서 같이 하면 훨씬 시너지가 날 것 같은데 지금은 그렇지 않고 여기저기 중복되는 느낌이다. 다문화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에서 하나의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사업을 준비하고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이제 곧 차기 정부가 출범한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준비하는 정부가 꼭 알아야할 다문화 사회의 모습을 언급해 준다면
▶한국 사회에 다문화 여성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이 성장해 있다. 다문화 여성들의 성장 속도에 비해 한국 남편들이 맞춰가지 못하는 것도 우리 사회의 매우 큰 문제다. 이주 여성들을 무료로 교육해주는 기관들이 많다. 교육을 통해 스펙을 쌓고 이제 경제 활동까지 하는데 막상 남편들은 계속 그 자리에 멈춰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아직도 남편들이 동남아 부인 이라고 무시하기도 한다. 이주 여성들은 처음에는 언어를 몰라 수긍하지만 2, 3년만 지나도 알게 된다. 그때부터 ‘아 아니구나!’라는 인식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이제는 이주 여성들이 남편을 버리는 경우도 많다. 또 다른 한국 사회 문제들이 생긴 것이다. 그러면 이주 여성들은 한국 국적을 이미 취득해 놓고, 본국 출신 이주민들과 결혼하기도 한다. 그럼 이미 태어났던 2세들은 혼란스럽다. 분명 엄마가 외국인, 아빠가 한국 사람이었는데 새 아빠가 외국인이 되고 정체성에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이주 여성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남편들에게 동남아시아를 알리는 교육, 부부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 남편들도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가정을 지키려면 그냥 데리고 와서 사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한 형태의 파경 모습들이 보인다. 요즘은 SNS 영역도 활발해져 이주여성들이 한국 사회 정보도 다양하게 얻으며, 자립할 수 있는 상황과 여건들이 아주 많다. 다문화 가족 구성원들이 같이 성장할 수 있으려면 그런 정책들은 여성가족부에서 총괄해서 하는 것이 바르다고 본다.

-앞으로 아시안허브가 다문화 한국 사회 내에서 어떤 기관으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가
▶아시안허브를 시작했을 때 목표는 다문화 여성들의 취업사관학교가 되자는 것이었다. 이주 여성들이 한국에 온 지 5년 차, 10년 차가 되면 다문화센터에 가기 눈치가 보인다고들 한다. 후배한테도 기회를 줘야지 왜 자꾸 와서 지원을 받나 하는 눈빛을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교육 수준 또한 계속 비슷하기 때문에 더 배울 것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아시안허브가 좀 더 전문적인 고급 교육을 통해 이 사람들이 한국 사회에서 자립심을 갖고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 최진희 아시안허브 대표
- 추계예술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석사
- 우리관리 브랜드개발 팀장
- 한국국제협력단(KOICA) 20기 캄보디아 단원
- 삼성전기 사회공헌사무국 홍보 및 사회공헌 코디
- 크라운제과 홍보과 사보편집장
- 現 아시안언어문화연구소 대표
- 現 아시안타임즈 발행인
- 現 아시안허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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