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윤경, “빚내 집사게 한 박근혜정부”

[국회in]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봉건적 금융구조가 가계빚 주범, 채권자도 책임 물어야"

홍세미 기자 2017.04.11 10:4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가성비’ 따지는 시대. 가격 대비 성능이라는 뜻인 가성비는 2017년 젊은 세대의 유행어다. 내가 투자한 가격 대비 최대의 효과를 누리겠다는 뜻이다. 10년 전 우리 사회의 트렌드를 주도한 것은 ‘웰빙(well-being)’이다. 가격보다는 질을 따지는 웰빙은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다. ‘질’에 초점을 맞추는 웰빙과 가격을 우선 생각하는 가성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알려주는 단면이다.

서민의 삶이 퍽퍽해진 것은 통계가 증명한다. 가계 부채는 약 천 삼백조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원인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 때 펼쳤던 부동산 정책이 결정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은 ‘빚내서 집 사라’는 신호였다. 이 정책이 시행되기 전인 2014년 2분기 1,050조원이었던 가계 부채 규모가 지난해 말 1,344조원으로 약 300조원 급증했다고 밝혔다.
제 의원은 ‘책임 대출’을 주장한다. 채무자가 돈을 갚지 못한다면 자본주의 원칙에 따라 채권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미다. 제 의원은 우리나라 사회구조는 ‘봉건적’이라고 비판했다. 채권자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제 의원이 원내에 입성한 이유는 ‘봉건적 구조’를 깨기 위해서다. <더리더>는 현재 가계 부채가 얼마나 심각하고 어떤 해결책이 있는지 묻기 위해 지난달 20일 제윤경 의원실을 찾았다.

-‘가성비’ 바람이 불고 있다. 서민 경제는 얼마나 어려워졌나
서민들의 불안이 고조됐다. 10년 사이 부의 양극화가 굉장히 심화됐다. IMF 극복 후 참여정부 들어서서 경제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야 했는데 오히려 비정규직법이 통과되면서 노동시장이 불안해졌다. MB•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중산층도 불안이 고조됐다. 국가적 위기도 아닌데 중산층이 어려워졌다. 노동자들이 국가 경제 살리겠다고 양보한 측면이 많다. 양보해서 경제 수준이 올라간 게 저소득층으로 돌아가지 않고 소수 재벌과 기득권 부의 확대로 옮겨갔다. 국민 주머니 털어서 소수 주머니 채워주는 꼴이다. 이런 양극화는 자본주의 상징인 미국보다 심하다. 저소득층은 극단적인 생계난에, 중산층은 빚더미에 겨우 현상 유지하는 수준이다. 미래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제 의원은 '우리나라 서민들이 빚 갚기 특히 어렵다'고 말했다. 왜 우리는 빚 갚기 어려운 구조인가
가장 큰 문제는 금융구조다. 우리나라 금융구조는 봉건적이라고 생각한다. 사회계약에서 ‘갑’과 ‘을’은 공동책임이 있다. 그런데 금융권에서는 갑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 공정한 자본주의가 아니다. 채무자가 돈을 갚는 것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채권자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이다. 갑과 을이 갈등을 빚으면 채권자는 더 많은 법률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정보 비대칭이다. 채권자가 채무자보다 더 큰 책임이 있어야 한다. 돈을 빌려주는 과정에서 채무자의 상환 능력을 더욱 꼼꼼하게 따졌는지 봐야한다.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에게 20~30년 동안 따라다니면서 받아낸다. 채무 노예화하고 있는 것이다.

-가계 부채가 생길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일단은 정부 정책 자체가 ‘빚 권하는 사회’다. 정부는 모든 것을 빚내서 하라고 한다. 빚내서 집 사고, 대학도 학자금 대출로 다니라고 한다. 정부가 절대 하면 안 되는 것 중 하나는 금융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위험한 정책을 펼쳤다고 한다. 차기 정부가 끌어안아야 할 부담이다. 보통 수요에 의해서 가격이 결정된다. 우리가 지불할 능력에 따라 가격이 형성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대출이 너무 빈번하게 일어나니 가격형성이 왜곡됐다. MB•박근혜 정부 때 확 뛴 부동산 가격이 그 증거다. 사람들이 무리해서 대출받아 집을 사니 악순환이 됐다.

-최근 4년간 고금리 대출을 받는 사람 절반 이상이 ‘여성과 청년’이라고 밝혔다. 여성과 청년이 왜 고금리 대출에 손을 댈까
일단 TV에서 나오는 광고 때문이다. 접근하기 쉽다. 3~4년 전부터 대부업 광고는 여성과 청년이 타깃이었다. 청년이 나와 고금리 대출을 받은 다음 데이트를 한다든지, 힘들면 돈 빌려서 택시를 타라든지, 대출 심사 떨어지는데 여성만 무조건 대출 가능하다든지, 사회 초년생이나 여성을 노리고 있다. 이들은 왜 여성과 청년을 타깃으로 잡을까. 이들은 추심에 겁을 잘 먹는다. 즉 상환율이 높다. 그러니 이 둘을 타깃으로 광고한다. 대부업 광고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와 대부를 비롯, 대부업체는 대부분 일본계 자금이다
대부업체는 부가기준이 애매해 부가세를 내지 않는다. 법인세야 내겠지만 면세사업자라 세금을 많이 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판 깔고 금융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규제를 까다롭게 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되고 난 후 대부업체에 대해 알아봤다. 법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회사를 운영한다. 우리나라를 너무 만만하게 보는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고금리 사업을 하도록 내버려두는 정부가 이해가 쉽게 가지 않는다.

-제 의원은 기본소득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금 왜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우리 사회는 정말 위험하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 저소득층 상담하는 일을 했다. 21세기에 그 정도로 가난하게 살 것이라고 생각 못할 정도였다. 특히 중요한 것은 복지 사각지대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은 국가에게 자신이 가난하다는 ‘증명’을 해야 한다. 그게 쉽지 않다. 기본소득은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돈 퍼주는 게 아니다. 우선은 모든 국민에게 주자는 게 아니다. 29세 이하, 65세 이상, 그리고 농어민과 장애인에게 기본소득을 주자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증명 없이 일괄 지급해야 모두가 사회안전망에 대한 믿음이 생기지 않겠나. MB정부 때는 4대강에 24조 원을 쏟았다. 사람 삶이 불안정해서 주는 돈이다. 이렇게 안전망을 만드는 게 국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 의원은 가계 부채 탕감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사실 가계 부채를 탕감하는 것은 세금도 들지 않는다. 은행이나 금융권에서 이미 포기한 채권들을 공기업인 캠코가 10년, 20년 동안 따라다니면서 걷는다. 가난한 사람에게도 계속 추심한다. 그만 한다고 해도 아무도 손해 보지 않는다. 국민건강보험도 마찬가지다. 체납된 사람들은 건강보험 보장도 못 받는다. 보장도 못 받는데 돈을 내라고 한다. 서민은 억울하다. 우편함을 쳐다볼 수도 없다고 한다. 주민등록번호 말소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세금 낸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억울하다고 느낄 수 있다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계속 갚으라는 것은 봉건적 의식이다. 갚을 능력이 안 되니까 알아서 하라는 건 국가가 할 일이 아니다. 내가 지금 상황이 어려운데도 빚을 계속 갚는다고 하면 끝까지 내몰리는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그만 추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의 삶의 질이다. 또 채무자를 보호하지 않으면 도덕적 해이가 생긴다. 이미 우리 사회가 대출하는 게 당연하고, 갚는 게 불가능한 사회다. 이미 도덕적 해이는 만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이게 악순환 될 수 있다. 빌리고 갚지 않으면 금융권은 어려워진다. 빚을 탕감해주는 것은 좋은 시그널이 될 수도 있다. 혹시라도 나에게 불운이 닥쳐서 빚을 못 갚는 상황이 된다면 나도 저렇게 사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실패해도 잔인하지 않는 사회가 돼야 자본주의가 순환된다. 실패를 무릅쓰는 사회여야 창조적인 환경이 만들어진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도 창업 실패 경험이 평균 2.8회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그랬다면 이미 추심당하고 있다. 어떤 게 더 생산적인지 국가 지도자가, 또 사회가 생각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돼보니 어떤가, 시민단체 있을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시민단체에 있을 때는 정말 힘들었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법안 자체를 국회의원들이 받지 않았다. 국회의원이 되고 난 뒤에는 자료요청도 수월하고, 고급 데이터를 받아볼 수 있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채권자에게 갑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 서민 괴롭히는 사람에게는 갑질 해서 정의를 찾고 싶다.

-심리학과를 졸업했는데 경제전문가가 됐다. 정치에 입문한 계기가 있다면
사실 나에게 경제통이라고 하는 것은 조금 부담스럽다. 남들처럼 경제학을 전공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서민 곁에 있었다고 자부한다. 경제전문가까지는 아니지만 ‘가계전문가’라고 할 수 있겠다. 서민이 어떤 어려움이 있고,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떤 법안이 만들어져야 하는지 실무에서 배웠다고 해야 할까. 재무설계 회사에서 저는 상담방법론을 설계했다. 결과를 가지고 보통 서민경제가 어떤 재무구조인지 들여다봤다. 해결책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공부하다 보니까 현장 속의 사람들에게 경제를 배운 것이다. 국회의원이 되고난 뒤 법안 발의 할 때 그런 실무적인 경험이 도움된 것 같다.

-정계에 입문한 계기는 어떻게 되나.
20대 총선을 앞두고 영입 제안이 왔을 때는 거절했었다. 한 달도 안 되서 다시 비례대표로 신청했다. 내가 부족해서 거절한 자리인데, 생각해보니 우리나라 문제 중 심각한 것은 가계 부채 문제다. 상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문제 해법을 현장에서 찾고 그 분야만 집중적으로 고민해왔던 사람에 대한 수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재명 성남 시장이 주빌리은행장이다. 나에게 국회에 들어가서 제도적으로 바꿨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현장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주장하는 바를 제도화하는데 어렵다. 밖에서는 한계가 있으니 직접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비례대표를 신청하게 됐다. 사실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번호를 후순위로 예상했다.

-20대 국회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무엇인가.
시스템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행정부의 권한이 너무 많다. 국회에서 법을 발의하면 행정부에서 심사하는데, 그러면 입법권이 행정부에게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국회의원 위에 전문위원이 있다'는 말까지 돈다. 파견된 행정부 소속 전문위원이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 소견서를 잘못 써주면 소위에서 논의 자체가 되지 않는다. 국회의원이 전문위원 눈치 보는 것도 있다. 또 법안 소위는 표결로 이뤄지는 게 아니고 대부분 만장일치다. 서로 민감한 법안은 논의도 하지 않는다. 시스템 때문에 입법 성과가 낮을 수밖에 없다. 국회에 들어오기 전에는 몰랐다. 법안 발의 후 논의가 안 되니 세금 낭비하는 구조라는 생각도 든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1971년 7월 25일 출생
한겨레이앤씨 재무컨설팅 사업본부 본부장
에셋비 교육본부장
에듀머니 대표이사
희망살림 상임이사
주빌리은행 상임이사
제20대 국회의원 (비례대표/더불어민주당)

정치/사회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