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찬홍 상임대표 "내부고발자, 배신자 아닌 ‘투명사회 조성자’"

공익제보자의 고백 ① 백찬홍 내부제보실천운동 상임대표 , “내부고발 없으면 부패 커져… 보호법 발의 시급”

홍세미 기자 2017.04.06 10:29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탄핵됐다.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가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민은 분노했다. 헌재는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남용 사유로 박 전 대통령이 국민주권주의를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이번 게이트에서 내부 고발자들의 증언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내부 고발’은 이렇듯 한 나라의 대통령을 ‘파면’ 시킬 수 있다. 내부 고발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고 있지만, 그들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범죄에 가담한 사람’인지, ‘공익을 위해 제보한 사람’인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다. <더리더>는 세 번에 걸쳐 ‘내부고발’에 대해 알아본다. 첫 번째 주인공은 백찬홍 내부제보실천운동 상임대표다.
▲백찬홍 내부제보실천운동 상임대표
한국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내부 제보자들이 한 단체에서 뭉쳤다. 내부 고발의 시초격인, 감사원 감사비리를 폭로한 이문옥 전 감사관을 비롯해 사회적으로 공익제보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단체다. 이들은 정권의 보복, 소송, 생계 위협에도 불구하고 공익을 위해 신고한다. 이들의 고발로 조금이나마 정경유착과 선거비리 등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평이다.

최근 내부 고발에 대한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 장시호 씨,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등이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결정적인 증언을 하면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들의 증언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달 10일 파면됐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내부 고발에 대한 시각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으로 보기도 한다. 공익을 위해 제보했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안전망이 미비한 수준이다. 내부 고발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지원은 언제,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내부제보실천운동의 상임대표를 맡은 백찬홍 에코피스아시아 이사는 “내부 고발을 한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경제적 위치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그런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공익을 위해 제보하는 사람들”이라고 규정했다.

그들을 위해 국가는 물질적 지원을 비롯해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식 개선이다. 인식이 개선된다면 절로 내부 고발이 많아져 투명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지난달 10일, <더리더>는 백 상임대표에게 내부 고발에 관해 묻기 위해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로 파면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 사태에서 내부 고발은 어떤 역할을 했나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등의 고발로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이 밝혀졌다. 더블루K, K스포츠 재단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또 청와대가 어떻게 압력을 행사했는지 상세하게 밝혔다. 그곳에서 근무해보지 않았다면 자세한 내막이나 정보를 알 수 없다. 그분들이 언론이나 국민이 모르는 부분까지 밝혀줬다. 이번 탄핵사태에서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내부 고발한 사람도 범죄에 가담한 사람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특히 이경재 변호사는 고영태 씨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본다. 지난해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은) 이 사태와 관련해 ‘엮였다’고 표현했다.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고영태 씨나 내부 고발한 사람들이 계획해서 퍼트렸다고 생각한다. 재단을 장악하고 정부를 곤란에 빠트리기 위한 목적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좀 알아줘야 할 것은 내부 고발한 분들이 원래부터 100% 깨끗하다고 볼 수는 없다. 종사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만큼 잘 안다. 양심에 걸리는 부분이 있고 이대로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해 공익을 위해 신고를 한 사람들이다. 반대 세력은 이런 흠집을 잡는다. 기본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인 것처럼 묘사하고 사회적으로 신뢰를 떨어트리려고 한다. 공익적 가치와 그 사람의 흠을 인위적으로 분리할 수는 없겠지만, ‘공익적 가치’가 큰지 판단해야 한다.

-인터넷에서는 고 씨의 안위를 걱정하기도 했다. 내부 고발자들은 신변에 위협을 받기도 하나
그렇다. 비단 고 씨 뿐만 아니라 내부 고발자들은 신변에 위협을 받기도 한다. 국가와 맞서는 사람들은 감시라든지 도청, 급기야 물리적인 공격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당한 사례도 있다. 추적을 피해 컨테이너 생활을 하는 사람도 있고 가족과 떨어져 지내기도 한다.

-제도적으로 보호 장치가 없나
고발자가 법정에 섰을 때 국가기관에 요청하는 건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같은 곳에 요청할 수 있지만, 형식적이라고 봐야 한다. 외국 같은 경우에는 여러 가지 형태로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다. 만약 국가적으로 쟁점이 된 큰 사건이 벌어지면 신분을 세탁해주면서 은신을 돕기도 한다. 한국은 아직 그런 면에서 소극적이다.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내부 고발의 사례가 더 적은 듯하다. 어떤 문화로 고발을 기피할까
일단 우리나라 기업은 상명하복 문화가 굉장히 강하다. 또 내부 고발하면 일단 배신자로 낙인찍힌다. 고자질한 사람이라고 보기도 한다.  또 우리 문화는 예전부터 ‘인정’을 중시했다. 가족이라든지 가까운 사람들이 잘 못 해서 덮어주는 이런 문화가 있다. 그러다 보니까 그런 고발을 하면 ‘조직을 해치는 자’라든지 ‘배신자’로 불린다.”

-고발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가까운 사람들이 자기에 대해 배신했다고 하는 것이다. 인간관계 문제다. 직장 내 왕따를 당하거나 조직에서 고립되는 것을 힘들어한다. 또 가족과도 사이가 안 좋아진 분들도 많다. 조직으로부터의 불이익이라든지 소송, 이런 것을 겪으면서 피폐해진다. 생계 문제도 생긴다. 짧게는 1~2년이겠지만 10년씩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내부 제보하는 분들은 그런 것을 다 감수한다. 그만큼 한국 사회가 제보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높게 생각해야 한다. 공익 신고자 인정이 된다면 대우를 해줘야 한다. 소송 기간에는 당사자가 받았던 월급은 지급한다든지 대우가 있어야 한다. 고발자들이 회사를 떠나면 대부분 자영업을 한다. 원래는 공직자 신분이었으니 전문성이 없다. 그렇게 사업이 되지 않으면 생활고를 겪는다.

-만약 내부 고발이 없다면 어떤 사회가 될까
외부에서는 내부에서 문제가 생겨도 밝혀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내부에서 고발하지 않는다면 외부에서 찾아야 하는 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내부 고발이 없으면 부패문화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서 내부 고발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

-그나마 최근에는 개선되지 않았나
예전에는 더욱 미비했다. 실제로 거의 내부 고발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이문옥 전 감사원이나 김주원 전 기자 시절에는 거의 무방비 상태였다. 그때는 법적으로, 내부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상태였다. 조금씩 세상이 민주적으로 변했다. 그만큼 내부 고발에 대해 보호하는 법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해 부패방지법, 공익신고자보호법 등이 그나마 생겼다.

▲백찬홍 내부제보실천운동 상임대표
-내부제보실천운동은 부패방지법 및 공익신고자보호법의 전면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에도 비슷한 법안이 있는데 운동본부가 내세우는 법안은 어떻게 다른가

지금은 교묘하게 빠져나가게 돼 있다. 부패 신고하면 전 분야가 포함돼야 하는 데 몇 가지 밖에 해당이 안 된다.
또 현재 국민권익위에는 조사권이 없다. 최소 조사권이나 계좌 추적권, 대상기관이나 사람에 대해 바로 조사 들어가야 한다. 금전적인 거래가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내부 고발 관련 대선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내부제보실천운동에서 대선 주자들에게 반부패 청렴 설문을 보냈다. 현재까지 이재명 시장 같은 경우에는 저희가 주장하는 내용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한국판 위키리크스를 만들어서 직접 내부 제보자들과 핫라인을 만들어서 신고자를 보호하고, 그러면서 문제 되는 곳에 대해서는 협조 안 하면 제재를 가하겠다고 했다. 국민 염원이 ‘적폐청산’이다. 사회적으로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쌓이고 쌓여서 폭발했다. 결국에 선출된 대선 후보나, 대통령 당선인은 어떤 특정 주자가 제시했다고 해서 배제하지 말고 좋은 공약은 수용했으면 좋겠다.

-백 상임대표가 내부제보실천운동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나
김흥남 변호사가 제안했다. 제안을 받자마자 수락했다. 내부 제보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망설이지 않고 참여한다고 말했다.

-위험할 수도 있지 않나
이런 일에 관련되면 직접, 간접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사회생활 하다 보면 기업이나 공무원과 연계될 수 있는데 그럴 때 기피 인물이 될 수 있다. 조직에 피해 끼치는 것 아닌가, 내부 제보 사주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기피할 수 있다. 그렇다고 외면할 수 없는 문제다.

-내부제보실천운동 스토리 펀딩이 천육백만 원을 넘었다. ‘내부 고발’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커지는 것이라고 봐도 될까
이번 국정농단 사태로 내부 고발에 대해 관심이 커진 듯싶다. 만일 제보자가 빨리 나왔더라면 국정농단 사태 자체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당시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 잡으려고 하는 공무원을 내쫓기도 했다. 대통령이나 관련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이 찍어 내리기만 했다.

-김영란법처럼 사회 전체적으로 ‘내부 고발’을 이슈화하는 방법이 있을까
결국, 언론의 역할이 크다. 아직 고발에 대해 정부는 불편하다. 어떤 정보든 감추고 싶은 게 있을 것이다. 사실은 국회의원이나 기업도 그렇게 내부 고발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다. 불편할 수 있다. 시민사회도 동참해 주도해야 한다. 꾸준한 활동으로 언론이 관심을 보이면 사회문화적인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 내부 고발에 대해 좋은 사례를 많이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고발에 대해 한 마디 하자면
내부 제보는 결국 한 사회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내부 제보가 활성화 돼 있다. 여러 가지 면에서 국민의 성숙도도 높아진다. 그런 부분에서 국민이 내부 제보하는 분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걸 보여주고, 정치권이나 정부 쪽에서도 보호하고 법적으로 보상할 수 있는 것들을 이른 시일 내에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백찬홍 내부제보실천운동 상임대표
1961년 8월 17일 출생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국제위원회 위원
한국정보문화운동협의회 운영위원
양극화해소와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희망포럼 사무처장
시민의신문 경영기획실 실장, 이사
장준하선생 암살의혹규명 국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
환경운동연합 미디어홍보위원장
성남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에코피스아시아 이사, 운영위원장
씨알재단 운영위원, 홍보위원장

정치/사회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