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천, “10년 후 보니…한·미 FTA 성공적”

[칭찬합시다]정운천 바른정당 의원

홍세미 기자 2017.04.04 11:02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사람에 대한 평가는 누구보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잘 압니다.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머니투데이가 한 달에 한번 ‘칭찬합니다’ 코너를 선보입니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서로 상대 당 의원 가운데 칭찬해주고 싶은 의원들을 지목하면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정운천 바른정당 의원
정운천 바른정당 의원은 ‘키위’와 뗄 수 없는 관계다. 한국에서 보지도 듣지도 못한 키위를 재배하기 위해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후 전라남도 해남으로 내려갔다. 1989년 키위에 막 발을 담갔을 때 정부의 키위 수입 결정이 내려졌다. 위기를 맞은 그는 뉴질랜드산 수입 키위를 ‘참다래’라고 이름 짓고 유통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키위’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순탄치 않은 게 보였지만 그는 그 길을 택했다. 키위 재배를 연구하기 위해 지구 25바퀴를 돌 정도였다.

정치도 키위를 선택했을 때와 같다. 그는 보수 여당으로 호남 출마를 결정했다. 그가 정계 진출을 결심했을 때 도지사를 포함해 호남의 선출직은 모두 민주당이거나 그 뿌리를 둔 무소속이었다. 지역주의 타파, 다당제 실현을 위해 가시밭길을 택한 그다.

호남에서 당선된 비결을 묻자 그는 ‘철면피’라고 답했다. 그에게는 20년 농업에 종사하며 직업병이 생겼다. 모진 대접을 받아도 상처받지 않는 것이다. 전직 장관이지만 예우를 차리지 않았다. 시민에게 직접 다가가는 1:1 전략을 펼쳤다. 그는 자신이 ‘꿔다 놓은 보릿자루’였다고 비유했지만, 결코 주눅 들지 않았다. ‘진심’은 통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원내에 입성한 지 어느덧 일 년이다.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에 입당한 그는 ‘칭찬합시다’ 서른 두 번째 주인공으로 선정했다. <더리더>는 정 의원과 인터뷰를 하기 위해 지난달 14일 국회 의원회관을 찾았다.

-‘칭찬합시다’ 서른 두 번째 의원이 됐다

▶더 빨리 돼야 했었는데(웃음). ‘칭찬’은 정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비판보다 격려와 칭찬이 힘을 실어주는 데 더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주인공으로 선정된 만큼 나도 칭찬하려 노력하겠다.


-20대 총선에서 당선됐는데 소감은 어떻게 되나

▶새누리당, 여당으로 당선됐다. 지역 장벽을 깨겠다고 7년 동안 전북 도지사, 19대 총선에서 출마했지만 떨어졌다. 세 번째 도전인 20대 총선에서 결국 당선됐다. 지역주의 타파를 하겠다고 나선 대구의 김부겸 의원, 부산의 김영춘 의원, 전남의 이정현 의원 등 모두 당선돼 감회가 남다르다. 이들과 서로 만나서 의기투합하기도 하고 지역 장벽을 깨고 동서통합 할 수 있게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지역 장벽을 깬 의원이 많이 배출돼 20대 국회가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이정현 의원은 자유한국당을 탈당했다. 지금은 무소속인데. 이 의원과 노선을 달리했다
결국 최순실 농단사태로 가는 길이 달라졌다. 이 의원은 박 대통령을 따라가는 입장이었고, 나는 국민의 입장에 서야했다. 이정현 의원이 친박의 새누리당 대표로 할 수 있는 일은 자기 나름대로 다 했다고 생각한다. 같이 호남에서 보수 지지율을 20%까지 올려보자고 해서 함께 노력했는데 노선이 달라져 아쉽다.


-왜 새누리당으로 출마했나
2010년에 전라북도 도지사에 출마한 게 나름 정치에 입문한 것이다. 호남으로 내려갔을 땐 정말 깜짝 놀랐다. 호남 선출하는 자리는 총 232개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인데, 호남에는 당이 한 개밖에 없었다. 도지사, 국회의원, 시장, 군수, 군의원, 시의원이 모두 민주당이거나 그 뿌리를 둔 무소속이었다. 새누리당처럼 보수 정당은 한 명도 없었다. 완벽한 정당정치 실종이다. 독재국가랑 진배없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바꿔야 하지 않겠나. 내가 바꾸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 농업을 살리겠다고 20년을 인생 목표로 세웠다. 지역 장벽을 깨는데 10년을 투자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정확하게 그 목표는 7년 만에 이뤄졌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득표율이 35%였다. 출마하면서 지역주의에 금이 가는 것을 느꼈나
2010년 6회 지방선거에서 전북 도지사에 출마했을 때 득표율은 18%였다. 2년 후인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35%를 득표했다. 2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한 번 더 출마하면 두 배 가까이만 올라도 당선이니 자신감이 붙었다.


-지금은 당선돼서 자신감이 있지만 당시에는 힘들었을 것 같다
말할 수 없다. 한나라당, 새누리당 명함을 주면 소위 ‘경기(驚氣)’를 일으키는 사람도 있었다. 민주당 텃밭이니까 내가 설 자리가 없었다. 이를테면 행사에서 도지사, 시장, 국회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끝나는데 나는 소개하지 않았다. 전직 장관인데도 말이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됐다고 할까 그런 심정이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런 행사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농업을 살리겠다고 20년 동안 험한 경험은 다 했다. 그런 것 정도는 면역력이 있었다. 행사에 시민들이 모여 있으면, 시민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신청했다. 객석에 앉아있는 시민에게 인사하며 행사장을 돌았다. 몇천 명에게 일일이 악수하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어떤 때는 3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그런 게 당선의 밑거름이 됐나
그렇다. 내가 분석하기에 유권자가 표를 던지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우리를 대변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 명분으로 투표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나하고 가까운 것 같아서’ 찍는다. 친구니까 찍고, 아는 사람이니까 찍기도 한다. 나는 인간적으로 다가가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모든 발품은 다 팔았다. 한 분, 한 분 만나러 전주 바닥을 돌아다녔다. 그분들에게 인간적 신뢰를 받는 모든 노력이 결과로 이어졌다.


▲정운천 바른정당 의원
-박 대통령이 파면된 것에 대한 호남 민심은 어떤가
(박 대통령에 대한 호남) 지지율 0%가 말해주고 있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연대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 의원이 가교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바른정당 지지율이 좀 올라가고, 또 실력을 국민에게 보여야 연합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아직은 바른정당의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게 중요하다. 때가 되면 서로 조율을 해서 연합이든 연정이든 하지 않겠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손학규 전 대표, 정운찬 전 총리와의 연대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들 중 가장 가능성 있는 사람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내부적으로 물밑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거론되는 분들은 세력이 없다. 우리는 서른 두 명의 현역 의원이 있다. 바른정당이 연대하는데 좋은 정당이라고 생각한다. 큰 성과를 이룰 수 있는 개헌 주도세력이 되고자 한다.


-정 의원은 ‘성공한 농업 CEO’로 불린다. 농업에 종사한 계기는 어떻게 되나
고려대학교를 졸업했는데, 설립자 인촌 김성수 선생이 이런 말을 했다. ‘최첨단 길을 가든지, 아니면 최고 낙후된 곳을 가라’ 농대를 졸업했으니 첨단 쪽을 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제일 낙후된 곳을 가자고 생각해 해남에 내려갔다. 그때 듣지도 보지도 못한 키위를 가지고 20년 동안 씨름했다. 농사지으면서 영농조합도 만들고 전 세계를 25바퀴 돌 정도로 해외에 나가서 키위에 대해 공부했다. 그렇게 공부하다보니 노무현 전 대통령이 농어촌특별대책위원장을 맡겼고, MB정부 때 농수산부 장관도 됐다.


-당시 한•미 FTA 파동 때문에 장관직에서 사퇴했다
국익을 위해서 결정했다. 당시 광우병 시위 때문에 국익에 손해를 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9년이 지난 지금 트럼프가 한•미 FTA 잘못됐다고 한다. 미국이 손해 봤다고 한다. 우리가 FTA 협상으로 이익을 본 것이다. 쇠고기로 광우병 파동이 났지만, 병에 걸린 사람 없다. 국정은 미래를 보면서 운영해야 한다.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소신껏 결정하면 10년 후 역사가 판단한다.


-MB와 연락은 자주 하나
당연히 연락한다. MB 정부 때는 밤이라도 청와대 관저 안방까지 가서 회의했다. MB가 잠옷 입은 상태에서도 대화했다. 그렇게 소통이 잘 됐다.


▲정운천 바른정당 의원
-최근 귀농•귀촌 바람이 부는데 조언해주고 싶은 게 있다면
한 가지 제안한다. 태양광을 이용한 농업이다. 이번에 바른정당에서 에너지혁명 특위를 만들었다. 원전, 화력발전소, 석탄 중심이 아닌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시대에 맞추는 정책을 내세우려고 한다. 그 중 태양광을 살리는 것이다. 농민이 태양광에너지를 이용하면 손실을 줄일 수 있다. 효과적인 정책을 10만 농가에게 제안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구가 전주다. 지역구를 위한 비전을 제시한다면
전주는 한옥마을 때문에 관광 도시로 거듭났다. 한옥을 보기 위해 전국적으로 많이 찾는다. 지역 발전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 ‘전통도시’를 조선왕조의 전통문화•역사• 예술을 강조했으면 좋겠다. 여수가 해양을 중심으로 엑스포를 개최했듯이 전주도 전통 기반으로 엑스포를 개최하고 싶은 게 꿈이다.


-다음 ‘칭찬합시다’ 주자를 선정한다면
국민의당 황주홍 최고위원이다. 내가 해남에 있을 때 당시 군수였다. 그 분은 애국정신을 가지고 있다. 굉장히 좋아하는 의원인데 20대 국회에서 당이 달라서 보질 못했다. ‘칭찬합시다’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정운천 바른정당 의원
1954년 4월 10일 출생
고려대학교 농업경제학 학사
한국참다래유통사업단 대표이사
한국신지식농업인회 회장
대불대학교 겸임교수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본위원회 위원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제20대 국회의원 (전북 전주시을)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목록

정치/사회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