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의 양육, 손가락질 안돼”, 당연하고 긍정적인 시각 필요, 차별금지법 제정해야

[법의 사각지대 그곳에도 희망을]박영미 한국미혼모지원센터네트워크 대표

임윤희 기자 2017.04.04 10:22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법의 사각지대를 찾아 그곳에서 벌어지는 문제점을 알리고 더 나아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코너로 소외된 곳에 희망을 줄 수 있는 법의 울타리를 함께 모색 해 나아가고자 한다. 2016년 1월호 아동 놀이터 문제를 시작으로 다문화, 군대 선진화법, 주거문제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법의 사각지대를 찾아 관련 법 제정까지 확장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자 한다. / 편집자
▲박영미 한국미혼모지원센터네트워크 대표
우리 사회에서 혼전 순결은 이미 한물 간 화두다. TV 프로그램에서는 먼저 결혼해서 살아보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그 안에서 자연스러운 스킨십은 기본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자연스레 혼전 동거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혼전 순결을 주장하던 연예인이 그 이슈 하나만으로도 ‘핫’ 했던 것은 사회가 얼마나 성적으로 개방되고 있는지를 확인 시켜주는 단면이다. 그렇다면 이런 개방적 태도 다음에 오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임신’이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의 반응은 이 단계에서부터 매우 차갑다. 미혼 임신의 약 96%는 낙태로, 미혼모 출산의 70%는 입양으로, 자신이 낳은 아이를 포기하고 있다. 미혼 임신 100명 중 1명만이 자신의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오픈되어가고 있는 성문화를 뒷받침하고 책임질 수 있는 성숙한 성인으로서 자세와 그런 사회적 흐름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당연하게 바뀌어야 한다.
처음 성교육을 받을 때 가장 강조하는 것은 다름 아닌 ‘책임’이다. 원치 않은 임신에도 자신의 아이를 책임지는 미혼모들이 사회에서 손가락질당할 일인지, 양육을 포기하고 낙태 또는 입양을 보내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인지,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부정적인 시선만큼이나 미혼모에 대해 불모지와 같은 것이 우리 현실이다. 

이에 대해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의 박영미 대표는 한해 출산하는 미혼모의 수조차 정확한 통계치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박 대표는 “통계 없이 정책 없다”는 말이 있듯이 정부가 아직까지 미혼모에 대한 제대로 된 정책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 이를 통해 반증된다”고 말하며 “미혼모들에 대해 중요한 정책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저출산 시대에 미혼모의 출산과 양육에 대한 결정은 우리 사회에 또 다른 메시지를 던져 줄 것이다. 미혼모의 현황과 그 사각지대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의 박영미 대표를 만나 들었다. 

-한해 출산하는 미혼모들은 어느 정도인가
▶“현재 출산하는 미혼모의 정확한 통계자료도 없는 상황이다. 통계청에서 2015년의 행정 자료를 분석해서 2016년 7월에 최초로 발표한 것이 관련 통계자료로는 처음이다. 전국 18세 이하 자녀가 있는 집을 전수 조사하여 미혼모나 미혼부가 양육하고 있는 가정을 뽑은 자료다. 이 자료에 의하면 미혼모 가정이 24,000명, 미혼부 가정이 11,000명으로 집계됐다. 미혼, 불륜, 외도 등으로 출산하는 미혼모 수는 의료심사평가원에서 조사한 자료를 기반으로 추정하면 약 7천에서 8천 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직 정확한 통계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서 진행하는 인구주택 총 조사에서 미혼모 부분은 누락되어 있다. “통계 없이 정책 없다”는 말이 있듯이 정부가 아직까지 미혼모에 대한 제대로 된 정책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 이를 통해 반증된다. 미혼모들에 대해 중요한 정책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증거다.”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이 좋지 않지만 낮은 출산율도 사회문제 아닌가. 어떻게 보아야 하나
▶“미혼모들에 출산과 양육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야 한다. 사회에 도움이 되어서 애를 더 낳고 도움이 안 되면 입양 보내고 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에 위배되는 생각이다. 생명의 탄생은 언제 어느 때나 다 존엄하다.
물론 저출산 문제로 인해 미혼모가 아이 낳는 것에 대해 중요하게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동인권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예전에 아동인권에 대해 아동은 부모에게 귀속된 존재로 생각한다던가 했지만 지금은 아동인권에 눈을 뜨지 않았나.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어 미혼모의 인권 권리에 대해 눈을 뜨는 계기가 되는 것은 좋다고 본다. 그러나 도구화, 수단화는 될 수 없다.
심지어 2005년에 만들어진 입양촉진법을 보면 미혼모들이 아이를 낳으니까 낙태하지 말고 낳았으면 좋겠고, 미혼모에 대한 편견이 있으니까 낳아서 입양시키자는 사회의 흐름을 반영 했었다. 그 법을 보면 해외입양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위해 국내입양을 촉진시키자는 법이었다. 미혼모의 자식은 미혼모가 키우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데 국내입양을 그보다 더 우위에 둔 법이 있었다. 입양촉진법은 원 가정 보호가 우선이라는 것을 명시한 입양특례법으로 2012년 변경되었다.”

-같은 맥락에서 아직도 정부 정책은 미혼모의 자녀 양육보다 입양을 할 경우 지원금을 더 많이 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원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반성해야 한다. 입양 케이스가 대부분 미혼모의 아이기 때문에 지원을 더 준다는 것은 입양을 권장하는 꼴이 된다. 비슷한 수준으로 주는 건 몰라도 더 주는 것은 맞지 않다. 이혼, 사별, 미혼, 별거 등으로 주 양육자가 노동을 못하는 경우 한부모가족지원법에서 중위 소득 52% 이하 중위소득 29% 이상까지 12만 원을 지원해주고 있다. 2000년에 16,000원으로 지원을 시작했다. 자녀의 나이가 5세부터 13세까지 주고 있다. 그러나 입양의 경우는 부모소득은 따지지 않고 16세까지 지급하고 기초생활수급대상자와 동일하게 입양자에 대해 100% 의료지원을 해준다. 그런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5월 11일을 입양의 날로 정하고 있고 입양 주간도 있다. 이와 유사한 취지로 한부모의 날을 정해전국에 있는 한부모 가정들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힘을 주고자 했었다. 그러나 행정자치부와 여성가족부 모두 별로라고 생각한다.
미혼모나 미혼부가 이혼, 사별 등의 케이스에서 스스로 애를 기르는 것이 나은 건지 어려우면 고생하지 말고 입양시키라는 건지 사회의 메시지가 어떻게 느껴지겠나!”

-입양과 대비해서 미혼모의 양육에 대한 사회적인 메시지가 애매한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이 문제는 50년 넘게 묵은 문제다. 입양과 미혼모의 역사를 보면 1960년대 중반부터 미혼모 중심으로 아이가 입양되기 시작했다. 70, 80년대 만 명까지 해외 입양을 보냈었다. 전쟁 고아에서 가난한 사람, 미혼모 이렇게 아이들을 입양시켜 온 해외 입양의 역사가 유지되었다. 각종 비판이 많아지자 국내입양으로 정책을 바꾸게 된 것이다. 입양기관들은 해외입양을 통해 벌어들이던 수수료가 국내입양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기관들과 입양가정에 혜택을 더 주어야 하는 모양세가 되었고 부모가 입양기관에 줘야 하는 돈도 정부 차원에서 일부 지원해 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것들이 모두 ‘입양촉진책’에서부터 나온 것들이다. 일부 입양특례법에서 수정했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고 본다.”
▲박영미 한국미혼모지원센터네트워크 대표

-미혼모들의 지원을 도울 수 있는 법은 한부모가족지원법이다. 어느 선까지 지원이 되나
▶“한부모가족지원법과 기초생활보장법에 지원을 받는다. 기본적으로 미혼모의 경우 아이를 낳고 경제적인 형편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소득이 적을 경우 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해 지원을 받고 월 소득 52%까지는 한부모지원법의 지원을 받고 소득이 52%가 넘으면 지원이 없다. 아동 양육비, 임대주택 우선 선정권을 준다. 시설에 들어가면 시설 이용 혜택이 있다.”

-한부모가족지원법에 따라 미혼모 보호시설이 대폭 준 것으로 안다. 전국에 미혼모 시설은 어느 정도인가
▶“전국에 미혼모 시설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미혼모 기본생활 지원시설로 임신 후반부터 출산 전후 분만과 숙식을 지원해주는 기관이 33개에서 20개로 줄었다. 출산 후 찾게 되는 미혼모 공동생활 가정의 경우에는 24개에서 38개로 늘었다.
공동생활 가정은 만 2세까지의 미혼모 중에 아이와 같이 들어갈 수 있는 시설이다. 2년간 만 4세 까지 있을 수 있다.
한부모가족지원법은 애초에 미혼모 지원과 한부모를 지원하는 법을 만들어 졌다기보다는 시설보호의 측면에서 만들어졌다. 한부모 가정을 위한 복지 시설이 70년대까지는 1~2개가 있었다. 이런 시설이 증가함에 따라 규정과 설치 운영에 관련된 법을 만들다 보니 만들어진 법이라고 본다. 재가에 있는 미혼모들을 돕고 이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시설 중심 운영설치에 대한 법에서 출발하다보니 고치고 해도 한계가 있다. 옷을 계속 늘려온 느낌이다.”

-미혼모들에게 법의 사각지대라고 하면 어떤 것들이 있나

▶“미혼모 관련 정책이 부족하다. 요즘 같은 경우엔 법이 없어서 지원이 안 되는 경우는 없다. 미혼모는 민법에도 인정이 된다. 법이 없어서 미혼모 가정이 설 자리가 없겠나.
미혼모 가정이 힘든 부분 중 하나가 엄마들이 혼자 애를 키워야 하는데 애기를 가지면 출산휴가나 육아 휴직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 회사나 사회의 편견에 의해 직장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사회 취약 계층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법에는 결혼 안 했다고 출산휴가나 육아 휴직을 주지 못하게 하는 차별 법은 없다. 법은 고칠 것이 없는데 사회적 통념상 실행이 안 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인식이 안 되어서 미혼모라는 것이 들어나서 창피해 미리 그만두고 이런 경우가 많다. 미혼모의 일자리에 대한 공익 캠페인이 많이 필요한 부분이다. 미혼의 임신, 출산, 양육도 소중하다는 것,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받을 의무가 있다는 것에 대해 캠페인을 해주어야 한다.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도 본인이 포기하지 않는 한 학교도 다니고, 직장도 다닐 수 있다는 것을 지역 사회와 국가에서 알려줘야 한다. 법으로 규정하지 않은 모욕과 편견, 이런 것을 차별 금지하는 법이 추가적으로 있으면 좋겠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처럼 미혼모들이 법으로 차별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주먹으로 당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미혼모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시선이 필요하고 이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미혼모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가장 필요한 것은 상황마다 다른데 첫째로 일단 임신을 하면 상담하고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필요할 것 같다. 콜센터 같은 것이 따로 있어야 한다고 본다. 기혼이나 미혼을 가리지 않고 임신한 여성에 대한 콜센터가 필요하다. 비밀이 보장되는 상담이 필요하다. 애를 낳을지 말지에 대한 고민, 낙태에 대한 고민 이런 부분을 콜센터를 통해 상담하는 그런 기관이 있었으면 좋을 듯하다. 시범 사업이라도 해서 정부에 보여주고 싶은 심정이다.
또 애를 낳는다고 결정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애를 키우지 않고 유기하든가 불법입양을 시키는 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경제적인 이유다. 임신해서 생계수단을 잃으면서 애를 키우기 힘들다는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임신한 여성들이 직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를 통해 많은 미혼모들이 아이를 기르는 쪽으로 많이 갈 것으로 본다. 직장에서 미혼모들이 직장생활을 잘해내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하면 그것을 본 많은 사람들이 낙태를 줄이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무직인 상태에서의 임신은 임신 후기에 직장을 갖도록 도와주고 그래서 고용보험으로 출산 휴가 육아 휴직도 하고 직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면 엄마들이 수급에 매달릴 필요도 없다. 지원해주는 정부 예산도 줄어들 것이다. 사회에서 미혼모들을 인정해주고 배척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독자들께 한 말씀
“우리 사회가 굉장히 복잡 다양한 사회로 가고 있다. 사람들 역시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다른 처지와 환경에서 살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만나서 애기가 생겼는데 안 맞아서 같이 안 살수도 있지 않겠나. 그러면 미혼 가정이 된다. 이미 우리 사회가 자유로이 연애하고 성관계 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를 낳는데 대해서만 굉장히 문제 삼고 있다. 너무나 당연한 출산을 문제시 삼는 사회가 문제라는 것을 돌아봐야 한다고 본다.
미혼모를 긍정적으로 보라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고 이미 임신했다면 낳고 기르는 그런 모습이 인간다운 선택이라는 것이다. 결혼해야만 아이를 가지는 사회는 벗어낫기 때문에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임윤희 기자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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