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 필요한 건 소득보장”, 가족에게만 책임전가 안돼, 사회·제도적 뒷받침을

[한국의 싱크탱크 23]이태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

임윤희 기자
2017.05.02 15:20
편집자주<더리더>는 2015년 5월부터 ‘한국의 싱크탱크’를 기획했다. 다양한 국내 싱크탱크에 대해 소개하고 설립취지와 주요 연구실적 등 양질의 자료가 연구로만 끝나지 않고 공론화되는데 기여하기 위해 ‘한국의 싱크탱크’를 기획했다. ▲한반도선진화재단 ▲더미래연구소 ▲한국지방행정연구원 ▲한국미래연구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글로벌싱크탱크 ▲동반성장연구소 ▲한국경제연구원 ▲세계경제연구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보건의료정책포럼 ▲한국금융연구원 ▲외교안보연구소 ▲중소기업연구원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국가미래연구원 ▲세종연구소▲건축도시공간연구소▲여성가족재단▲한국안보문제연구소▲한국교육개발원 등 국내 유수의 싱크탱크를 취재했으며 4월 호에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를 찾았다. / 편집자
▲이태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
‘장애우’라는 말은 장애인을 완곡하게 부르는 말로 1987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설립되면서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최근 장애우라는 말이 장애인 스스로를 칭할 때 사용할 수 없어 의존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관련 단체에서는 장애 용어에 대해 표준어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이태곤 소장은 “장애문제는 장애인들이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과 차별을 없애고, 사회적 연대로서 해결하자는 의미에서 ‘벗 우(友)’자를 써서 ‘장애우’라고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장애우라는 말을 만들어 퍼뜨리던 시기에는 장애인을 ‘불구’나 ‘폐질자’로 부르던 시기였기 때문에 친근한 표현이 필요했다는 부가 설명이다. 
이태곤 소장 역시 장애인이다. 최근 과로로 쓰러져 말까지 어눌해졌지만 일에 대한 열정만은 누구도 따라가기 힘들정도다. 휠체어를 탄 그를 돕고있는 봉사자의 말이다. 이 소장이 요즘 가장 걱정하는 장애인 문제는 바로 사회적인 차별과 학대에서 가족으로부터의 차별과 학대가 증가하는 양상이다. 

사회의 복지시스템이 갖추어 지지 않은 상태에서 장애인 문제를 양성화하기 위해 가족에게만 너무 큰 짐을 지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사회, 경제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장애인이 있는 집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 하는 것은 당연하다. 가정 내 폭력, 학대, 방임 등이 자행되고 이들은 극단적으로 죽음에까지 내몰리고 있다.
이 소장이 ‘장애우’라는 표현을 주장한 것도 이런 이유다. 장애인 문제가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을 포함한 사회 모두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의 인식 전환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표현은 유지하되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장애友’의 마음이 되어야 해결이 쉬울 것이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가정 내 장애인 폭력 문제의 해결방안과 사회적 제도적 뒷받침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이 소장의 견해를 들었다. 

-소장으로 취임 한지 얼마나 되었나
▶“2007년에 취임해서 10년째 일하고 있다. 올해 창간 29주년 된 ‘함께 걸음’이라는 장애인 월간지와 인터넷 신문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곳에서 기자로 일했었다. 연구소 창립 멤버로 소장이 되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
▶“연구소가 1987년 12월에 만들어져 올해로 30주년이다. 그 당시만 해도 장애인을 ‘불구’나 ‘폐질자’라고 부르고 사회에서 격리시켰던 시대다.
장애인들에게는 암흑기였다. 대표적인 차별로는 성적이 좋더라도 장애가 있으면 대학을 아예 못 들어오게 했다. 사시 합격하고도 임용을 못 받는 장애인들과 함께 연구소를 만들어 법 제정 운동을 했다. ‘장애인고용촉진법’, ‘장애인편의증진법’ 등 장애인 권익에 대한 사업을 해왔다. 또 인권센터를 설립해서 권익 침해에 대해 소송 대응을 하기 시작했고 그런 활동을 기반으로 장애인들의 사회 참여가 증가했다. 현재 연구소에서는 이런 인권침해 문제와 더불어 일자리 활동에 대한 운동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전국 광역단체에 대부분 지소가 있고 동일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태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

-중점 사업은 어떤 것들인가
▶“‘장애우’라는 말은 장애문제는 장애인들이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과 차별을 없애고, 사회적 연대로 장애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벗 우(友)’자를 써서 친근한 이미지를 위해 만든 말이다
장애인 권익확보 운동, 일자리 창출사업, 직업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강화도에 ‘희망일터’라는 정신 장애인의 자립과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직업재활 시설을 만들었다. ‘강화도 친환경 벼’를 도정하여 쌀과 식혜를 제조하는 직업재활 사업장이다. 2014년 서울시 정신질환자 취업지원 사업으로 연구소와 서울시, 강화군이 협력하여 정신 장애인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사회 자립을 돕고 있다.
또 지적 중증장애인들을 중심으로 사회적 기업인 ‘리드릭’을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언론 월간 ‘함께 걸음’을 출판한 경험을 바탕으로 2006년 60명의 장애인을 고용해서 인쇄사업부로 시작해 다양한 사업으로 크리에이티브를 인정받아 복사용지사업부와 함께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았다. 또한 보건복지부 산하로 지난달 개소한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위탁 운영하고 있다.”

-유지는 어떻게 되고 있나
▶“유지는 시민들의 후원금과 프로젝트 사업으로 유지된다.”

-우리나라 장애인의 수는 어느 정도인가
▶“정부에 등록된 장애인 수는 142만 명에서 145만 명 정도 된다. 그러나 유엔 기준으로 등록 장애인수는 인구의 10%로 보고 있다. 연구소에서는 대한민국 4,500만 명의 인구 중 10%인 450만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안 좋기 때문에 등록을 못하고 있다고 본다.”

-세계 여러 나라와 대비해서 장애인에 대한 권익문제의 수준은 어떤가
▶“아직도 방어력이 없는 발달 장애인이나 정신 장애인들이 인권침해를 심각하게 당하고 있다. 차별과 학대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 소득 보장이 안 되기 때문에 삶의 수준도 매우 낮아 굉장히 고통 받고 있다. 해외에는 장애인 연금제도로 소득 보장을 해주고 있는 나라가 많다. 우리나라는 1급 장애인에게 월 20만 원의 소득 보장을 해주고 있는데 비장애인보다 장애에 대한 비용이 더 들어 가는 것에 대해 인정을 해주었으면 한다. 예를 들어 비장애인이 목적지를 갈 때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장애인들은 택시를 타야만 한다. 물론 많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세계적인 수준으로 볼 때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본다.”

-장애인의 영어 표현도 사회적 핸디캡이 있는 사람이라는 ha-ndicapped에서 다른 다양한 능력이 있는 사람’(people with different abilities)으로 바꾸어 표현하고 있는데

▶“인식 개선의 차원에서 바꾸어 표현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안 좋으면 장애인 인권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에 상해 군인들이 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준 것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그래서 사회적 핸디캡이 있는 사람에서 다양한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바꾸어 표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장애인 인권침해예방센터에는 주로 어떤 인권 침해가 많은가

▶“주로 학대 사건이다. 염전 노예 사건처럼 장애인들에게 일을 시키고 급여를 주지 않고 감금하는 등 재산 침해 사건이 많다.
또 기초생활수급대상자가 많은데 보호자 역할을 하면서 재산을 갈취하는 일이 빈번하다. 최근에는 가족 내에서 장애인 학대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예전에는 장애인들이 수용시설에 주로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장애인을 지역 사회에서 가족과 더불어 살도록 하고 있다. 사회 복지제도는 안 따라 오는데 그 짐을 가족들에게 모두 떠 넘기다 보니 가족 내 학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또한 법이 가족 내에서 학대할 때는 고발할 수가 없다. 학대 현장에서 분리시키는 방법뿐이다. 이전에는 가족에 의한 학대가 적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태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장애인 인권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강사들을 양성해서 공무원이나 학교, 기업에서 교육 요청이 오면 파견한다. 주로 이런 교육에 관심 있는 곳은 학교다. 문제는 비장애인 학생들이 장애인을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에서 장애인을 낯설게 느낀다. 학교 교육 현장에서 장애인 당사자를 강사로 양성해 장애인 인권교육을 하도록 하고 있다. 어려서 같이 자라면 이상하지 않은데 뚝 떨어져서 살다 보니 장애인이 특수한 존재가 된다. 특수반으로 장애인을 몰아 두든가 특수학교를 따로 만들어 놓고 분리교육을 하고 있다.
우리 연구소에서는 통합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수학급이 따돌림을 받고 있다. 유아·초등부터 따돌림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최선을 다해 그런 인식 개선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는 장애인 특수교육 학급에 비장애인들이 서로 들어오려고 한다고 한다. 각종 지원이 많고 배울 것도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아이들이 기피하고 안 오려고 하는 게 일반적이다.”

-장애인 일자리 관련해서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안다.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취업과 직장 유지인데 그 현황은 어떤가
▶“장애인의 고용률이 전체 장애인의 37% 정도 고용되어 있고 그중에서 취업한 장애인의 25.7%가 단순 노무직이다. ‘고용촉진법’이 있지만 대부분의 대기업에서는 ‘미고용 부담금’을 내고 있다. 그 부담금이 엄청 쌓이고 있다. 외국처럼 장애인 기업을 자회사 형태로 설립해서 그 회사에서 필요한 자재나 이런 것들을 공급 받는다던가 더 적극적으로는 그쪽에서 훈련시켜서 필요한 장애인들을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에서 훈련시키지 않고 외부에서 들여다 놓으니 장애인 고용유지가 어렵다.”

-장애인 인권교육용 동화책 제작·보급에 대해서 소개해 준다면
▶“20년 된 사업이다. 올해부터는 게임으로 만드는 작업도 하고자 한다. 유아·초등에 대해 인식개선을 해야 한다고 보고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교육으로 다른 사람이 아니라 같이 지내는 사람으로 인식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아이들은 이해도가 빨라서 금방 이해한다.
동화는 장애인이 다른 사람이 아니고, 우리 이웃이고 동네에 있고 같이 어울려 살아 나가는 친구라는 내용 위주로 재미있게 만들어 가고 있다.”

-올해 가장 중점 사업으로 생각하는 연구가 있다면
▶“올해부터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위탁 운영하고 있는데 학대 받는 장애인들이 없어질 수 있도록 전수조사도 하고 그에 대한 그에 대한 방안을 연구할 생각이다.”

-장애인 권익보호를 위해 가장 잘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정책이 있다면.
▶“정부에서 올해 우리에게 위탁한 권익옹호기관만 보더라도 장애인 권익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본다. 이런 부분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반대로 더 개선되어야 할 정책을 꼽아 준다면
▶“가장 아쉬운 것이 소득보장 정책이 없다는 것이다. 장애인들이 독립된 자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가족한테 미뤄 버리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학대당하고 죽임을 당하는 극단적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다.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살려면 소득보장 정책이 들어와야 한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소득보장 정책에 의해 연금을 월 150만 원 정도 지원해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그것도 1, 2급 장애인들에게만 월 20만 원 지원하는 것이 전부다.
연구소에서는 관련 토론회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소득보장 정책에 대해 국회 제언도 하고 현금지급 제도 도입을 위해 외국 사례도 분석하고 있다. 냉정히 따져서 일을 할 수 없는 장애인에게 일을 시킬 수도 없는 것이고 이런 사회적 책임을 가족에게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최근에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들이 수급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대상자 자녀들의 취업을 막고 있다고 한다. 이들에게 수급은 목숨과 같다. 월 20만 원도 중요하지만 추가 혜택인 의료지원이 크다. 자녀들이 취업을 하게 되면 수급 자격을 박탈하게 된다. 그래서 소득 보장이 중요하다.”

-국민들께 한 말씀
▶“우리 모두 다 예비 장애인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이 남이 아니라 내 가족이고 이웃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런 것들을 인지하고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가질 때 장애인의 차별이 사라질 것으로 본다. 불쌍한 존재라고 생각하면 해결이 안 된다. 나이 들면 우리 모두 다 장애인이 되지 않나. 인식 개선이 매우 중요하다.
작년에 강화도에 쌀 도정 공장인 ‘희망일터’를 오픈 하면서 놀라운 일을 경험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강화 지역민들이 ‘환영 한다’는 플래카드를 걸고 환영해주더라. 사회적인 인식이 개선되고 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여기에 더불어 국가와 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꼭 말씀 드리고 싶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연구소는 장애인 인권의 허브 인권센터로 1998년 4월 11일 개설하여 장애인의 정당한 편의가 제공되지 않을 때 고발할 수 있는 전화를 개설했고, 2000년 인권센터를 신설하며 장애인 인권상담에 주력했다. 처음 장애인 인권상담 전화를 개설한 이후 지금까지 인권센터는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을 이루기 위해 보다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삶의 현장 속에서 장애 때문에 인권침해를 받거나, 차별 받는 현장에서 인권의 가치를 바로 세우도록 노력하고 있다.

임윤희 기자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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