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선거, 국민통합의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한다

서인덕 선거연수원장 2017.03.17 13:27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서인덕 선거연수원장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인용 결정에 따라 조기 대선이 사실상 시작됐다. 중앙선관위는 정부가 5월 9일을 대선일로 확정함에 따라 후보등록과 사전투표 등 주요선거일정을 확정했다. 각 정당은 이달 말부터 다음 달 초까지 대선 경선을 진행해 후보를 정한다. 그리고 각 당의 경선이 끝나자마자 각 당 후보자들은 본격적으로 선거에 뛰어든다.

지금부터 선거일까지 국민이 후보를 살펴보고 선택하는데 시간은 50여 일 밖에 남지 않았고, 법정선거운동기간도 22일 밖에 되지 않는다. 유사 이래 경험하지 못한 짧은 기간의 대선일정으로 후보자의 인물과 정책에 대해 검증할 시간이 없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대선이 부실하게 치러진다면 어느 누구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과거 대선에서도 봤지만, 국민행복과 국가발전에 큰 영향을 주는 굵직한 정책들에 대한 검증을 미적거리다가 얼마나 많은 국가적 낭비를 초래했는지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때다. 이번 선거는 탄핵결정 찬반으로 국론이 갈리고 그 여진이 아직 남아있는 만큼, 갈등과 분열을 넘어 화합과 통합의 새로운 대한민국을 여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경제와 정치적 측면에서 위기적 상황이면서도 새로운 미래를 여는 시기적 변곡점에 와있다.

이렇게 중차대한 선거에 임하는 국민과 후보자, 언론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세 바퀴의 맞물림이 어떻게 작동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의 선거와 대한민국이 앞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퇴보할 것인가를 가른다. 후보자는 지지도나 인기에 영합할 것이 아니라 좌초하려는 대한민국 호를 어떤 비전과 정책으로 구할 것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공약을 내놓고 정책이라는 무기로 경쟁을 해야 한다. 상대 비방이나 흑색선전 등 네거티브적 요소를 지고지순한 무기로 상대를 공격하는 것은 저급한 선거운동으로 자제해야 한다.

네거티브 선거운동은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고 선거 후 불복의 빌미를 줄 수 있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주인인 국민은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후보자가 그동안 어떠한 인생을 살았는지, 어떤 정치적 역경을 거쳐 왔는지, 신뢰할 수 있는 후보인지 잘 살피고, 그들이 내놓은 공약이 목표와, 우선순위가 있는지, 공약이행 절차나 기간이 명시되어 있는지,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 등이 합리적으로 담겨 있는지를 꼼꼼하게 따져 후보자 선택정보를 확보한 다음에 투표해야 할 것이다. 헛공약이나 포퓰리즘에 속으면, 또다시, 주인이 아니라 머슴으로 전락할 것이다.

특히, 대선의 경우 선거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언론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므로, 언론은 가십 기사나 지지도 중심의 선거보도를 줄이고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을 면밀히 분석해서 유권자가 공약을 이해하기 좋게 내놓아야 하고, 법정 토론회 외에도 활발한 TV 토론을 통해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이 확연히 비교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선거관리위윈회는 이번 조기 대선을 정책선거로 치르기 위한 각오가 남다르다. 선관위는 범국민적 정책선거 분위기 조성을 위해 언론과 시민단체와 협력·지원을 통해 매니페스토 운동을 적극 전개할 것이다. 또한, 스마트 유권자 시대에 걸맞게 정책공약알리미 사이트에 정당과 후보자의 대표공약을 게시하고, 사전투표개시일 전 일주일 전부터 사전투표개시일 전일까지 정책공약 바로알기 주간을 설정해서 바른 선택을 유도하는 캠페인을 적극 전개한다. 유권자들도 이 기간에 집중적으로 후보자의 정책을 비교하고 따져보는 유권자로서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탄핵정국과 관련된 각종 집회 민심에서 드러났듯이, 이제 국민은 매우 스마트해졌다. 한마디로 과거와 다르게 똑똑하고 성숙해 졌다는 뜻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 미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가 국민들의 축제와 같은 집회의식과 문화를 보고 대한민국의 성숙된 민주시민의식을 극찬한 것만 봐도 이를 입증한다.

이번 대선은 과거 어느 대선보다 궐위선거 특성상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고 우리나라의 명운이 걸린 선거인 만큼, 유권자들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참여 속에 공명선거와 정책선거를 넘어 참여와 화합의 아름다운 선거로 치러내야 한다. 우리나라의 선거문화와 민주주의를 세계로 수출해야 한다. 승자는 패자를 품고 패자는 승자에게 박수를 보내야 한다. 미국 대선에서 앨 고어(2002년)와 힐러리(2017년)의 패자 승복 명연설을 통해 본 승복문화를 쳐다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도 불복의 문화를 벗고 국민통합으로 가는 아름다운 승복문화를 이번 선거를 계기로 반드시 정착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선거가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고 국민이 질곡의 아픔에서 벗어나 희망을 품고 사는 행복한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

서인덕 선거연수원장
2012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홍보담당관
2014 : 광주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 관리과장
2015 :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
2016 : 전라남도선거관리위원회 사무처장
2017 (現) 선거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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