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차기 대선’ 주인공, 누가 될까?

홍세미 기자 2017.03.15 13:08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기 시작한 시기는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서다.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발의로 인해 한나라당에게 역풍이 불었다. 그런 상황에서 총선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사람은 박 대통령이다.

당사를 처분하고 거리로 나간 ‘천막당사’는 유명한 일화다.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30석도 온전치 못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박 대통령의 위기 대처로 121석을 달성했다. 이때부터 박 대통령을 ‘선거의 여왕’이라고 불렀다.

한나라당을 구한 박 대통령의 다음 행선지는 대통령 선거였다. 17대 대선을 앞두고 박 대통령은 당내에서 복병을 만났다.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MB)이다. MB는 청계천 복원, 버스노선 개편 등으로 호평을 얻었다. 박 대통령과 MB는 경선에서 맞붙었다. 대의원 20%, 당원 30%, 공모국민 30%, 여론조사 20%의 경선 룰에서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았던 MB가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해 박 대통령은 당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비록 당시에는 고배를 마셨지만 17대 경선으로 박 대통령은‘고정 지지층’을 만들 수 있었다. 그 이후 박 대통령은 대선주자 ‘상수’로 자리매김했다. 자연스럽게 유력 대선 주자였던 박 대통령은 18대 대선에도 출마했다. 당내 경선에서는 무난하게 후보에 올랐고, 본선에서는 51%를 얻으며 문재인 전 대표(48%)를 따돌리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박 대통령은 ‘차차기 대통령’이었던 것이다. 17대 대선 후보로 출마해 지지층을 만들었고, 그 지지는 18대 대선까지 유지됐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차차기 대선주자’였다


지난 19대 대선에서 고배를 마신 문 전 대표는 줄곧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였다. 지난 5년 동안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늘 1,2위를 다퉜다. 대선주자 ‘상수’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나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여야의 대선주자 다크호스로 떠오른 주자들은 문 전 대표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가 대선 ‘상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9대 대선 이후에도 그의 ‘존재감’이 지속됐기 때문이다19대 대선부터 생긴 문 전 대표 지지층은 여전하다. 문 전 대표는 19대 대선을 앞두고 진행되는 여론조사에서 30% 이상으로 조사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YS도, DJ도 ‘차차기’였다. YS는 6월 항쟁 이후 대통령 직선제로 실시된 13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지만, 4당 체제로 분열되면서 당선되지 못했다. 이후 14대 대선에서 당선될 수 있었다. DJ는 13대와 인기 정치인으로 떠올라 14대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진영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이후 유력한 대선 주자로 자리매김, 15대 대선에 출마해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그렇다면 ‘차차기 주자’는 좋은 운명만 맞이했을까. 차차기 주자의 좋지 않은 예는 이회창 전 국무총리다. 15대 대선 당시 대쪽 같은 이미지였던 이 전 총리는 신한국당내 경선을 거쳐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본선에 올라간 이 전 총리는 DJ에게 패배했다.

이후 16대 대선에서도 출마한 이 전 총리는 한나라당을 이끌 인물로 각광받았다. 이 전 총리가 16대 대선 ‘상수’였던 것이다.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68%의 지지를 얻으며 무난히 대선 경선을 통과했다.
본선에 올라온 그는 ‘노풍(盧風)’에 무릎 꿇었다. 대통령 선거에서 이 전 총리는 46.6%를, 노 전 대통령은 48.9%를 득표했다.

이 전 총리가 ‘차차기 주인공’이 될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로는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차차기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이전 대선에서 자신의 표를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또 거기서 유지만 한다면 실패로 돌아간다.

20대 대선 주인공은 누가될까?

20대 대선은 ‘새로운 인물의 등장’으로 치러지게 될까, 현재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사람 중에서 유력한 인물이 떠오를까.

현재 대선주자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이다. 이번 대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박원순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부겸 전 의원은 차차기 주자로 거론된다.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는 현재 거론되는 주자 중 ‘차차기’에서 주목될 만한 사람이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20대 대선은 ‘새로운 인물’이 대선 주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현재 유력 대선 주자는 야권 쪽에 많은데, 그들이 정권을 잡는다고 한다면, 임기 말에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러면 같은 뿌리인 대선 주자들이 (20대 대선에서) 외면 받아 기회를 잃는다”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이를테면, YS 정권 말기에는 상도동계가, DJ정권 말기에는 동교동계가 쑥대밭이 됐다. 노무현 정권 말기에는 친노계가 자신들을 ‘폐족’이라고 규정짓기도 했다. 모든 정권이 이런 결과를 맞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야권 쪽에서 기회를 잃는다면 여권 쪽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대선주자가 차차기에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유력 대선주자는 선거에서 존재감이 있어야 한다. 아무나 되는 게 아니다”라며 “현재 유승민 의원이나 남경필 지사는 존재감이 없다.”라고 언급했다. 오히려 한 때 대선주자 1위도 했었고 지지율 20%가 넘었던 김무성 전 대표는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현재 거론되는 대선 주자들로 봤을 때, 차차기에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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