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석 모두도서관 관장]“엄마나라 말로 동화책 읽어요”

모어보육과 이중언어교육 실천하는 글로벌 공부방 ‘모두’

편승민 기자 2017.03.14 09:24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이 코너에서는 우리나라 다문화 사회의 현실을 조명해보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여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본다. 더불어,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다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개선하는 첫 걸발음을 떼고자 한다.
우리가 말을 처음 배우기 시작하는 것은 언제부터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전문가마다 다르고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하지만 한 연구에서는 아이가 엄마 뱃속에 있던 태아시절 들었던 단어를 기억하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임산부의 언어자극이 태아의 DNA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어느 누구보다도 엄마와 아이의 소통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8년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에 한국 최초 다문화 어린이도서관 ‘모두’가 생겼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나라의 동화 속 이야기를 읽거나 들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들도 있다. 문종석 관장은 “‘모두 도서관’은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한국에서 살게 된 이주여성들이 아이들에게 엄마나라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곳, 즉 엄마와 아이의 소통이 자연스럽게 시작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서관’이라는 인프라를 통해 모어보육과 이중언어교육 환경 조성, 그리고 궁극적으로 글로벌 선진다문화 한국사회로 나아가는 통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모두 도서관’이 탄생하게 된 이야기가 궁금하다
▶1998년부터 동대문구 지역에서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을 돕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이주민 인권단체는 아니고 동대문구를 거점으로 하는 풀뿌리 시민단체(푸른시민연대)다. 우리 동네로 이사 온 외국인들도 똑같은 이웃이기에 만나게 됐다. 그러다 2003년 경 부터는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결혼 이주여성들이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우리 단체를 찾아왔다. 이들은 한국에서 2~3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소통할 수 있는 성인들이다. 하지만 결혼 이주여성과 한국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 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를 준비하고 담론에 합의해서 된 것이 아니라 엉뚱한 방향에서 시작되면서 생긴 문제다. 경제 위기 속에서 이주노동자들을 대규모로 받아들였고, 농촌의 저출산·고령화 사회 탈출의 일환으로 국제결혼을 국가가 밀어붙이면서 됐다.
이런 환경에서 태어난 아이들 중 대다수가 정체성 혼란을 겪게 되었다. 부계는 한국인데 모계는 외국인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자신과 다른 아이들이 다르다는걸 느끼게 된 것이다. 그 차이의 원인을 무의식적으로 찾고 그게 엄마라는 걸 알게 되고 싫어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엄마에 대한 존중이 없고 부끄러워하고, 엄마가 모국어로 말하는 것도 싫어하는 상황까지 갔다.
그런 과정을 지켜보며 결혼 이주여성들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의 아이들과 우리 사회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 고민을 하다 두 가지 방법을 생각했다. 하나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일종의 공부방, 놀이방을 만들어서 아이들과 엄마 나라의 중요성을 교육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도서관이었다. 책 안에는 언어가 있고, 그 언어를 읽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다양한 문화를 교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차에 당시 STX가 급성장을 하면서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 한다고 했다. 글로벌기업 정신에 맞춰 다문화가정을 돕고 싶은데, 어떤 아이템이 좋겠냐 하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문의를 했다. 그때 마침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푸른시민연대가 파트너십을 형성하면서 도서관사업을 제안하게 됐다. 그 제안을 STX에서 받아들이면서 국내 최초의 다문화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게 된 것이다. 국가적으로도 다문화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이명박 정부 초기였고, 기업도 좋은 사회공헌 아이템이 필요했고,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문제가 언론에서 서서히 주목받고 있던 시기와 맞물려 2008년 9월에 문을 열었다.

만화가 이희재가 그린 모두도서관 풍경
-다문화 도서관 ‘모두’의 특별한 점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다국어로 된 어린이 책들이 많이 비치되어 있다는 것이 일반 도서관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이다. 국가수로는 약 20개국의 책이 있고 그 중에서도 집중적으로 7~8개 국가의 책을 9천권 정도 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다국 도서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가장 큰 장점은 결혼 이주여성들이 자기 아이들을 데려와 엄마 나라의 동화를 읽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엄마들의 문화를 실제로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각 나라 문화를 주제로 이웃들과 교류하기도 하고, 특화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는 것도 다문화 도서관으로서 의미가 있다. 지금은 공공도서관들이 다문화 자료실들을 꽤 많이 만들었지만 일종의 인프라로써 책이나 형식을 갖춰놓은 것에서 끝났다면, 모두 도서관은 콘텐츠까지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모두 도서관’에 오는 주된 이용층은 누구인가
▶다문화 도서관이라고 하면 다문화 가정만을 위한 도서관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설계할 때부터 이 공간은 다양한 문화를 지향하는 곳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한국도 자연스럽게 들어있다. 간단히 말해서 한글로 된 책만 있다면 한국 도서관이고 다문화 도서관은 다양한 문화가 있는 것이다. 다국 도서가 9천권이 있고 한국 도서는 1만 4천권 정도가 있다. 이용층도 60~70%는 한국 선주민 이웃들이고 3~40%가 다문화가정 이용객들이다.
처음 ‘모두 도서관’이 생겼을 때 이 지역에는 도서관이 별로 없었다. 만들어진다는 소문이 나면서부터 동네가 들썩들썩했다. 문을 열자마자 회원 신청하는 사람들이 일주일 만에 100명이 넘었다. 지금 회원 수가 300명 정도이니 반응이 정말 폭발적이었던 것이다. 도서관 프로그램 중에 엄마들이 자기나라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재미있는 건 중국 동화를 읽어주는 날은 갑자기 중국 책 대출이 증가한다. 그런데 다문화가정이 아닌 집의 아이들이 더 많이 빌려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러면 엄마들이 당황했는데 이제는 그림만 보고 내용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읽어준다고 한다. 언어에 대한 두려움, 다름이 허물어지면서 나타나는 좋은 현상이다.

-‘모두 도서관’에 있는 다양한 나라의 책들은 어떻게 마련되나
▶1998년부터 외국인 노동자와 관계를 맺고 있었고 다문화식구들도 꽤 있어서, 본국으로 돌아간 외국인 노동자들과 다문화가정의 친정 가족들을 통해 책을 구했다. 공식적인 유통 통로는 없었다. 그래서 후원 기업인 STX 쪽에서 정산문제로 좀 힘들어했다. 유통업체를 통하는 게 아니고 돈을 부치면 그쪽에서 책을 사서 그 나라 영수증과 함께 보내주는 방식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책을 비치하기 시작했다. 비OECD국가는 우리나라처럼 서점이라는 인프라가 별로 없다. 출판시장, 유통시장 규모도 당연히 훨씬 작다. 그래서 어렵게 책을 구하기도 했다.
가장 뜻깊었던 책 구비는 2009년이었다. 그 당시 코엑스에서 세계국제도서전이 열렸는데 주빈국이 일본이어서 엄청나게 많은 일본 책들이 전시가 됐다. 그래서 국제도서전 주최 측을 찾아가 전시가 끝나면 책을 기부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때 일본 출신 엄마들을 대동해서 주빈국 주최 측에 일본어로 설득하고, 한국도서관협회에도 이야기를 했다. 정말 고맙게도 도서전에 전시되었던 책의 전부를 도서관에 기부하고 갔다. 덕분에 아주 최상의 품질인 일본 책을 300권이나 받게 됐다.
도서관을 운영하는 10년 동안 엄마들이 직접 보면서 좋은 책과 아닌 책들을 빼내는 작업도 했다. 이제는 유통업체들이 좀 생겨서 새롭게 책을 구매할 때는 업체를 통해서 하기도 한다.

-모어 교육(결혼을 통해 타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여성들이 자녀에게 엄마나라 말로 아이를 교육하는 것) 이 얼마나 중요한가
▶도서관을 세우고 크게 목표를 세운 것이 두 가지인데 바로 모어교육과 이중언어교육 환경 조성이다. 우리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엄마가 쓰는 언어의 자극을 DNA구조로 받고 큰다. 엄마와 아이는 소통을 해야 하는 주요한 관계인데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엄마는 한국어로 소통하길 강요받는다. 그런데 성인의 외국어 습득 속도는 빠르지 않다보니 외국 엄마들은 서투른 한국어를 하기 두려워하고 결과적으로 말을 안 해서 아이 입을 닫게 만든다. 그럼 결국 아이는 말 못하는 엄마의 환경 안에서 자라게 된다. 언어의 한계로 인해 보육이나 훈육이 제대로 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모어교육을 하면 아이가 한국어는 한국 사회에 노출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외국어는 엄마와의 소통을 통해 알게 된다. 그리고 모어교육은 언어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엄마에 대한 존중도 높아지게 만든다. 한국어를 못해서 생긴 ‘모든 게 서툴고 뭐든 못하는 사람’이라는 시각을 자연스레 소통을 통해 변화시켜 엄마나라 언어와 문화를 존중하게 성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모두 도서관에서는 모어보육 선언도 하고 있다. 외국인 엄마가 “우리는 우리의 언어로 아이를 키우겠다.”는 글을 직접 쓰고 서명도 하는 작업이다. 도서관을 해오면서 최대의 성과는 모어보육 환경을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놀랍게도 대부분 첫째 아이에게 모어교육을 하지 않았던 엄마들이 도서관이 생기고 나서는 둘째 아이에게 자기 언어를 가르치기 시작한 성과들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한 아이 대학 보내려면 1억 원 정도 든다고 한다. 모두 도서관 바로 옆에 있는 한국외대의 베트남어과 정도 가려면 반에서 1등 해야 한다. 그걸 자연스럽게 자라면서 터득하면 1억 원을 버는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의미 있었던 것은 엄마들이 자기 언어로 대화하고 싶은 한(恨)이 해소 되었다는 점이다.

모어보육 선언문
-모어교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은
▶프랑스가 다문화 사회인데 최근 인종 갈등과 폭동이 심해지고 있다. 다문화 사회 실패의 원인은 기계적 다문화주의 때문이라고 본다. 기계적 평등은 똑같은 출발점에 세워놓는 것이다. 마치 성인과 아이가 같은 출발선에서 뛰는 것을 평등이라고 보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것은 불평등이다. 아이는 성인보다 앞선 출발 지점에서 뛸 수 있게 해야 진짜 평등이다. 기회의 평등뿐 아니라 과정, 결과적 평등까지 예측하지 않으면 결과는 불평등이 될 수밖에 없다. 대학에 있는 농어촌, 외국인전형과 같은 것들이 결과적 평등을 위한 장치다.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교육 시스템에서 더 특혜를 받는 것은 아니다. 나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하지만 특별전형 비율은 1%도 안 된다. 그런데 일반 학생이 그것 때문에 역차별 받는다고 하면 그건 우리 사회가 주는 왜곡이다. 프랑스는 과정과 결과적 평등에 투자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이주민들은 언어가 필요 없는 노동집약적 산업에 투입되고 도시 외곽에 자기 집단을 형성하면서 양극화가 심화되어 갈등이 폭발한 것이다.
모두 도서관에서는 모어보육, 이중언어교육에 투자해서 과정과 결과의 평등까지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자칫 또래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을 수 있는 아이들이 모어교육을 통해 엄마나 아빠에 대한 존중이 있고 자존감이 높으면 친구들 앞에서 주눅 들지 않는다. 모두 도서관은 그런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이렇게 제대로 된 불평등이 진정한 평등일 수 있다.

-‘모두 도서관’에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도 있다. 소개한다면
▶대표적으로 ‘엄마나라 동화여행’이 있다. 엄마들이 자기나라 동화를 아이들에게 읽어준다. 같은 국가 출신의 친구와 짝을 맺어서 읽어주기도 한다. 그러면 한 엄마는 몽골어로, 다른 엄마는 한국어로 동시통역을 해주는 것이다. 자기나라 동화를 아이들에게 읽어주니까 흥이 나고 신이 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팝업 책을 만들어오기도 하고, 도구를 쓰기도 한다. 반응이 가장 좋은 프로그램이다.
‘다국의 날’이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두 달에 한 번꼴로 특정 국가의 날을 지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날에는 일본 엄마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일본 책을 전면 배치하고, 일본 전통놀이를 하고, 일본어 책을 읽어주고, 일본 간식도 먹고. 아이들이 오면 일본어 인사도 가르쳐준다. 이처럼 베트남, 몽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날도 있다. 돌아가면서 아이들에게 그 나라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노출시켜주는 날이다. 일본의 날은 사고가 걱정될 만큼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이 많다. 일본이란 나라가 한국사회 내에서 민족감정도 있지만 한국에 일본 문화는 깊이 들어와 있다.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친숙해서 인기가 많다.
마지막으로 ‘나만의 책 친구’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외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어 책을 잘 읽어주지 못하는 엄마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한국 책을 읽어주고 싶은 욕구를 한국인 자원봉사자를 통해 해소해주는 것이다.
만화가 이희재가 그린 모두도서관 풍경

-타문화에 대한 존중이 선진 다문화 사회 진입의 기본조건이다. ‘모두 도서관’에서는 타국 문화에 대해서 배울 수도 있나
▶나는 이주민과 선주민의 관계가 평등해야 한다고 본다. 어쨌든 한국에서 이주민들이 뭔가 도와줘야 될 대상이 되면 평등해질 수 없다. 그런데 언어를 뒤집으면 평등해진다. 그래서 언어교류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중국어 동아리를 만들면 중국어를 가르치는 엄마가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책을 매개로 다양한 문화를 교육하는 것이 모두 도서관의 목표다. 우리는 소수자를 한국화 하는 교육이 아니라 다양성 교육을 선주민들과 이주민들 모두에게 한다.

-대통령 선거가 올해 치러진다. 새로운 정권의 다문화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단지 다문화뿐만 아니라 지금 가장 시급한 건 이민 정책의 총괄적 손질이다. 외국인 노동인력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 여전히 미숙련 노동자 중심의 고용허가제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 키워서 숙련공을 만들고 쫓아내는 구조다. 생산성이 떨어진다. 이러한 외국인 노동인력에 관한 정책, 다문화가정 통합정책, 이민 체류자 교육 정책 등 다문화사회를 컨트롤할 수 있는 총괄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은 중구난방 식이다. 교육부가 다문화 교육을 하고 법무부가 귀화 과정에서 사회통합이수제라는 귀화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하나의 시스템으로 갈 수 있도록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한다. 한국은 이미 200만 명의 다문화 사회가 되었는데 제도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는 그 과정에서 인프라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신도시가 만들어지면 수도를 깔고, 도로를 뚫고, 학교를 만들고, 경찰서를 만든다. 도시의 기능을 하기 위한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다. 다문화 사회는 신도시를 만드는 것과 같다. 그런 인프라 구축 면에서 학교의 다양성 교육 시스템을 개편하고, 도서관이나 사회 인프라에서 다문화 서비스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점검해서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공공서비스를 안착시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주민들과 다양한 소통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획일화되고 있는데 이 뿐만 아니라 민간인도 참여할 수 있는 다양성 정책들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모두 도서관’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 곳으로 자리 잡길 바라는지
▶가장 희망하는 것은 도서관이 문 닫지 않고 유지되는 것이다. STX가 부도나면서 재정적 위기가 왔다. 2013년까지 STX가 연 1억 원을 지원했었다. 지금은 여기저기서 조금씩 지원받거나 자원봉사를 통해 유지되고 있다. 지금도 사람들을 만나 기부를 부탁하고 버틸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그리고 버티는 것뿐만 아니라 사실 지금은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할 시기다. 구체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학교나 다른 도서관 같은 후발주자들에게 콘텐츠를 공유하고 네트워크화해서 사회지수가 더 나아질 수 있는 투자 역할을 모두 도서관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들을 못하고 멈춰있고 주춤하고 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힘이 든다. 어디든 타이밍이 중요하다. 인식이 고정화되면 바꾸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부정적 인식이 보편화되지 않고 말랑할 때 다양성 인식이 우리사회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그리고 어린이 도서관에서 어린이는 떼고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글로벌 커뮤니티 센터를 만들고 싶다. 한 층은 도서관, 한 층은 다양성 커뮤니티 센터를 만들어서 선주민이 이주민에게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잘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커뮤니티 활동을 하도록 하고 싶다. 이를테면 필리핀 커뮤니티에서는 춤을 가르쳐주고, 손재주가 뛰어난 베트남 커뮤니티에서는 봉제 작업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일본의 다문화정책은 이름부터 교류센터, 공생센터, 교류라운지 이런 단어들을 쓴다. 우리나라는 지원센터라고 쓴다. 교류와 공생이 주가 되는 것이 벌써 나왔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이 아쉽다. 모두 도서관을 그런 곳으로 만드는 꿈을 꾸고 있다. 아직도 내 사무실에는 그 계획안이 붙어있다.

-마지막으로 ‘모두 도서관’을 찾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다른 건 틀린 게 아니다. 다르다는 건 그 자체로 매력적인 것이다. 사람이 다 똑같으면 재미가 없지 않은가. 서로 다른 것들을 함께 맞춰가는 노력, 그리고 그것이 인정되는 노력이 우리 사회를 발전시킬 것이다.
다문화를 다양성이라고 인식했으면 좋겠고 다양성 지수야말로 우리 사회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다양성의 과제는 모두 도서관만이 하거나 어떤 단체나 특정인들만이 해야 할 일이 아니다. 이웃들 모두가 다양성의 과제를 각자의 자리에서 실천하고 살아가는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참여를 발신하는 좋은 발신처, 센터가 되는 꿈을 꾸고 있다. 좋은 이웃들이 참여와 관심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 문종석 모두도서관 관장
–– 1963년 2월 13일생
––경희대 NGO대학원 시민정치문화 석사
––서울시교육청 문해교육심사위원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문해교육실무위원
––서울시복지재단 전략자문위원
––서울시복지재단 나눔이웃사업 자문위원장
––現 사단법인 푸른사람들(구 푸른시민연대) 대표이사
       서울지역 풀뿌리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공동대표
       경희대 후마니스타스칼리지 시민교육 강의교수
       동대문구 찾아가는동주민센터추진지원단 단장
       다문화어린이도서관 모두 관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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