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견표 한국소비자원 원장]모든 국민을 ‘스마트 컨슈머’로

“경제발전 견인차로서 똑똑한 소비자 만드는 기관 될 것”

편승민 기자 2017.03.08 10:46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모디슈머(Modisumer) : 수정하다(modify)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 제품을 제조업체가 제시하는 방법에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활용하는 소비자를 가리킨다. 2013년 돌풍을 일으켰던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서 만든 라면)가 대표적인 모디슈머 레시피다.
퍼슈머(Pursumer) : 추적하다(pursue)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 농·축·수산물, 가공식품, 생활용품 구매 시 제품의 이력과 성분을 추적해 안전성 등을 확인하는 소비자들을 일컫는다. 가습기 살균제 파동 이후 급증했다.
블루슈머(Bluesumer) : 경쟁자가 없는 시장(blue ocean)과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등장한 새로운 소비층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하는 말이다. 은퇴 후 구매력이 있는 시니어층과 혼밥, 혼술 등 혼자만의 삶을 즐기는 싱글족들이 주로 여기 속한다.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이처럼 소비자의 유형을 일컫는 신조어들도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신조어들이 나타난다는 것은 과거 시장경제 약자였던 소비자가 이제는 시장을 주도하는 위치로 올라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들의 권익증진과 국민생활의 향상을 위한 기관이다. 그 동안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이라는 말은 뉴스를 통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만큼 국민 소비생활과 가장 밀접한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스마트한 소비자들이 많이 늘어난 만큼 한국소비자원도 더욱 스마트해지고 있다. 한견표 한국소비자원 원장은 급변하는 소비자 패턴, 신기술 발전에 맞춰 새로운 소비자문제에 선제 대응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드는 것이 핵심과제라고 말했다.

▲한견표 한국소비자원 원장
-한국소비자원의 기능, 역할과 주요 사업에 대해 소개한다면
▶1980년대 고속성장 시대에 경제적 약자인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1987년 7월 1일 ‘한국소비자보호원’이라는 기관명으로 개원했다. 설립 초기에는 각종 소비자 권리보호 기반을 마련하고 다양한 권익증진 업무를 수행하는데 주력했다. 이후 한국의 경제규모가 커지고 소비환경이 달라지면서, 소비자는 일방적으로 보호를 받는 대상에서 벗어나 자주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주체로 지위가 강화되었다. 이에 따라 2007년 기존 ‘소비자보호법’이 ‘소비자기본법’으로 개정되었고, 기관명도 ‘한국소비자원’으로 바뀌었다. 현재 소비생활 전 영역에서 소비자 권익 향상을 위한 업무를 종합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 권익증진을 위한 법이나 제도의 조사·연구, 물품의 품질이나 안전성 시험검사, 가격·거래조건이나 방법을 조사하고 분석한다. 또한, 소비자피해 예방을 위한 정보제공과 교육, 소비자 피해구제와 분쟁조정 등 국민 소비생활에서 가장 밀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2015년 10월, 한국소비자원 원장으로 취임했다. 기관의 수장으로서 경영철학이 있다면
▶한국소비자원과는 남다른 인연이 있었다. 1989년 검사에 임관한 후, 20여년간의 검찰 근무 기간 중에 우리나라 소비자정책을 총괄하는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법률자문관 겸 송무기획단장으로서 파견 근무를 했다. 그러면서 경쟁정책 및 소비자정책 수립과 집행과정 등을 직접 경험했다.
소비자정책 종합 추진기관이라는 한국소비자원의 기관 위상을 생각하면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어깨가 무겁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법률적인 지식과 경험, 검찰 간부로서의 조직관리 경험 등을 토대로 국가와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핀테크(Fintech : finance(금융)와 technology(기술)의 합성어. 금융과 IT가 결합된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를 뜻함), 공유서비스 등 인터넷·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한 새로운 소비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또한, 해외직구와 역직구 등 거래유형도 복잡해지고 다양화되면서 한국소비자원에 대한 국민적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급변하는 소비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기관으로 체질을 개선하고자 한다. 아울러, 국민소득 3만 불 시대에 걸맞은 소비자 의식 선진화, 기업과 소비자가 상생하는 시장 환경 조성을 통해 소비자 권익증진과 기업 경쟁력 강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되는 소비자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1372 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접수되는 소비자피해 상담은 연간 약 80만 건이다. 대부분 관련 법령과 기준 해설, 대응방법 안내, 피해보상 사례 설명 등을 통해 해결되고 있다. 그러나 상담 차원에서 해소되지 않는 사건은 피해구제로 접수해 처리하고 있다. 피해구제 사건은 2016년 기준으로 약 3만 7천여 건이었고 피해구제를 통해 약 240억 원에 달하는 소비자의 경제적 손실을 구제했다.
한국소비자원에서는 신종 사기 상술이나 피해다발 품목 등에 대해 소비자 피해예방 주의보를 발령하고 있다. 그리고 법령을 어기거나 소비자를 기만하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위법사실을 통보하는 등 피해예방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또한, 피해구제 서비스를 소비자가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온라인 분쟁해결시스템(ODR, Online Dispute Resolution)을 올해 상반기 중에 구축하여 하반기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최근 해외직구 등 국제거래에 따른 소비자불만이 증가하고 있는데
▶최근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해외직구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해외직구 규모가 최근 4년간 3배 늘어난 사이, 소비자불만이나 피해는 더 빠르게 늘어나 같은 기간 8배 가까이 급증했다. 국경간 거래의 특성상 국가마다 분쟁해결을 위한 법과 제도, 거래관행이나 언어가 달라 해결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점 해결을 위해 한국소비자원에서는 ‘국제거래 소비자 포털’을 구축하여 해외직구로 인한 소비자피해의 예방과 사후해결을 지원하고 있다. 시장 모니터링을 통해 사기의심 사이트명을 공표하고 수시로 피해예방을 위한 주의사항을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피해예방을 위한 각종 가이드를 개발하는 등 국제거래 분야 소비자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실효성 있는 소비자피해 해결을 위해 주요 교역국가 분쟁해결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국경간 거래로 인한 피해사건의 상호 처리를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사업자와 분쟁이 발생한 경우, 한국 소비자의 피해내용을 미국 측 파트너인 거래개선협의회(CBBB)에 보내고 거래개선협의회에서는 해당 사업자와 보상절차를 진행한 후 한국소비자원에 그 결과를 통보해주는 방식이다. 현재 미국, 일본, 태국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홍콩, 싱가포르 등과는 올 상반기 중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마땅한 국제규범이 없는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인 업무협약 확대를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차량용 블랙박스 주요성능인 번호판 식별성능, 시야각, 진동충격 내구성, 보유기능 시험/사진=뉴시스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태, 유아용 물휴지·기저귀 등 국민 다소비 제품에 대한 불안감이 증가하면서 안전의 중요성도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는데
▶최근 가습기 살균제, 가짜 백수오, 스마트폰 배터리, 유아용 물휴지 등 생활 속 소비자 안전과 관련된 큰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소비자 안전’이 국가 중요 정책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한국소비자원은 안전업무 전담기구인 ‘소비자안전센터’와 소비자 위해감시 시스템인 ‘CISS’*를 운영하여 안전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금년에는 안전 분야 조직 및 인력을 확대하여 위해 정보의 조기 발견과 선제적 대응을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생활화학 제품·식의약품·생활가전·자동차 등 품목별로 안전조사 업무를 전문화하는 등 시장 감시 기능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기존의 위해제품·서비스에 대한 단발성 개별 리콜 권고뿐만 아니라 동일·유사 위해제품 등에 대한 일괄 시정과, 사업자 자율안전규약 제정 및 안전사고 예방 캠페인을 전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소비자 안전을 확보해 나갈 수 있도록 시장 환경개선도 병행하겠다. 그리고 유관기관과 단체, 사업자와 협력해 전방위적 안전사고 예방 감시 체계 구축도 추진할 계획이다.
*CISS(Consumer Injury Surveillance System) : 소비자기본법에 의거 전국 62개 병원, 18개 소방서 등 위해 정보 제출기관과 1372 소비자상담센터 등을 통해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평가하는 시스템

-정보통신 발달, 신기술 보급 등으로 새로운 분야의 소비자 문제가 등장하고 있다. 최근 이슈와 이에 대한 한국소비자원의 대응 계획은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스마트혁명이라 일컫는 ‘4차 산업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의 소비생활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인공지능의 발달을 필두로 한 4차 산업혁명은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제품과 서비스, 유통채널 간 다양한 융·복합 현상을 예고하고 있다. 일례로 드론 시장은 민간부문에서 2020년까지 1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참고로 1372 소비자상담센터를 통해 접수된 드론 관련 불만사례는 2015년 37건에서 2016년 63건으로 늘고 있는데 주로 제품의 A/S, 안전, 품질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모바일 플랫폼의 발달에 따라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도 증가하고 있다.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는 배달 음식, 숙박, 택시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배달 앱의 이용 후기를 소비자가 볼 수 없도록 차단하는 식의 소비자기만 행위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핀테크를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 간편 결제 시장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모바일 결제과정에서의 오류, 개인정보 유출 등 다양한 피해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소비자원은 금년부터 ‘신기술 소비자정책 연구단’을 구성해 드론, O2O 서비스, 사물인터넷, 스마트 홈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의 소비자보호 관련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피해구제 뿐만 아니라 합리적이고 안전한 소비를 위해 소비자역량 강화 활동도 하고 있다. 어떤 것인가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소비자는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시장에서 자신의 권리를 자주적으로 행사하는 주체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소비자원에서는 정부부처 공무원, 교사, 기업 관계자, 소비자단체 리더를 대상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미래세대인 학생들을 위해서는 1997년 이래 총 33개 ‘소비자교육 시범학교’를 운영해오고 있다. 효과적인 소비자교육 방법을 연구하고 교육 자료를 개발하여 현장에 적용함으로써 합리적 소비생활을 체득하여 미래 경제주체로서 바람직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편, 우리 경제가 국민소득 3만 불 시대를 바라보고 있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 합리적인 소비자로서의 의식은 부족한 현실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예약부도*와 같은 비합리적·비윤리적 소비행태다. 우리나라의 예약 부도율은 4∼5%에 불과한 북미·유럽보다 서너 배 높다. 5대 서비스업종의 예약부도로 인한 매출 손실은 연간 4조5천억 원에 이르며, 특히 외식업의 예약부도율이 높다. 예약부도가 많아지면 사업자가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되고 이로 인한 제반 비용의 상승은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에 소비자원은 2016년, ‘소비자의식 선진화 프로젝트’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단체와 함께 ‘예약부도 근절 캠페인’을 펼쳤다. 예약부도 손실이 큰 외식업과 병원의 현장을 방문하여 종사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기업 간담회를 통해 예약부도 근절방안을 논의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예약부도율이 평균 3.67%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경제의 주인인 소비자가 주어진 권리를 바탕으로 책임 있는 행동을 할 때 비로소 우리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고 국가경쟁력도 향상될 것이다. 올해도 결혼문화 등 비합리적 소비행태에 대해 정부부처, 소비자단체 등과 협력하여 소비자의식 선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 예약부도(No-show) : 예약은 했지만 취소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를 뜻한다. 항공, 철도, 호텔, 외식 등 서비스 업계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다. 올 설 연휴에 판매된 기차표의 33%가 예약부도로 나타났다고 코레일은 밝혔다.

-한국소비자원은 올해부터 소비자 권익 제고를 위해 빅데이터 플랫폼 본 서비스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어떻게 달라지게 되는가
▶금년부터 소비자상담, SNS, 포털 사이트, 언론 등 외부 데이터를 함께 분석해 소비자문제를 신속히 탐지하는 소비자 이슈 알람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비자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은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자들에게 소비자 이슈를 상시적으로 전달하여 자발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하는 등 기업의 자율적인 소비자보호 시스템 개선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기존의 시스템과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연계하여 특정업체 사건 또는 유사사건 현황과 통계 등을 확장 제공함으로써 피해구제 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한편 빅데이터에 기반하여 연간 소비자피해 예방 캘린더 개발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스마트 컨슈머는 어떤 소비자라고 할 수 있는가
▶현대 사회는 정보의 홍수 시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도처에 소비생활 관련 정보가 넘쳐난다.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수많은 정보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사업자와 소비자 간에 발생하는 문제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정보의 비대칭’이 손꼽히던 것이 불과 얼마 전임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스마트 컨슈머는 난립된 정보 가운데 자신에게 유용한 정보를 선별해내고 선별한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대안을 찾아내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하며 그 과정에서 권리에 따르는 책임도 질 줄 아는 소비자라고 생각한다. 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국가경제의 발전에 기여하는 진정한 시장경제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국소비자원에서는 스마트 컨슈머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소비자정보 종합 포털 사이트인 ‘스마트컨슈머’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고 있으며 합리적인 선택에 필수적인 품질비교정보, 가격정보, 안전정보를 국내 70개 기관, 107개 사이트와 연계하여 제공하고 있다. 주변에 ‘스마트컨슈머’ 사이트 방문 습관이 스마트 컨슈머가 되는 첫걸음이라는 생각을 곧잘 전파하고는 한다.

△ 한견표 한국소비자원 원장
–– 1956년생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졸업
––제28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춘천지방검찰청 속초지청 지청장
––서울지방검찰청 동부지청 부부장검사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법률자문관 겸 송무기획단장
––법무부 법무과 과장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판2부 부장검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금융조세조사2부 부장검사
–– EBS(한국교육방송공사) 이사
––법무법인 여명 대표변호사
––現 제 14대 한국소비자원 원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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