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아세안 인구, 내수시장 활성화 주역 될 수도”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임금과 환율, 수출 기업 위해 9:1에서 6:4로 정상화”

홍세미 기자 2017.02.06 09:38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원희룡 제주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제주도가 낳은 천재’로 불렸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원 지사는 학창시절 내내 전교 1등을 석권했다. 당시에도 제주도 지역에서 원 지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입소문 난 수재였다. 1982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에 전국 1등으로 수석 입학한 일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또 제34회 사법시험에서도 수석으로 합격해 ‘천재’나 ‘수재’의 수식어가 그에게는 낯설지 않다.

1998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로 배정받은 그는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검사 생활을 마치고 2000년 16대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36세였다. 국회의원 3선 경력에, 도지사 경험까지 있는 그지만 아직 52세다. '젊다'는 것은 그에게 기회로 작용했을까. 그는 지난달 31일 대선 불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그렇다면 대선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그가 생각하는 '바른 정당'과 바른 미래는 무엇일까. 한파가 대한민국을 뒤덮었던 지난 1월 24일, 제주도청 서울 여의도본부에서 원 지사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인터뷰는 대선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으나 불출마 관계로 해당 내용은 제외했다.

홍찬선(이하 홍): 어제(지난달 23일) 바른정당 초대 당대표로 정병국 의원이 추대됐다. 한때 남·원·정(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정병국 대표)이 유명했다. 정 대표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원희룡(이하 원): 나는 늘 ‘개혁하는 보수’가 돼야 한다고 외쳤다. 기득권적인 생각을 하거나 과거 개발 독재 방식에 머물러있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런 주장을 펼치면 ‘보수당이 몸통을 바꾸는 것은 한계 있는 거 아니냐’고 지적 받았다. 이제는 분당했다. 규모는 새누리당보다 작지만 대한민국의 진짜 보수를 만들어야 한다. 진짜 보수는 안보와 경제를 튼튼히 하면서도 정의로운 경쟁을 구현하고, 따뜻한 포용으로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것이다. 정 대표가 실천적인 행동을 과감하게 해야 한다고 본다.

김택환(이하 김): 보수진영에서 처음으로 분당이 이뤄졌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바른정당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다
원: 지금은 시작이다. 처음에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역사 속에서 명맥을 이어가는 보수 진영을 중시하는 분도 있다. 새누리당에 미련 갖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바른정당이 고리타분한 보수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실패한 보수’를 넘어 진짜 대한민국을 위해 애국심과 가치를 실천해야 한다. 대다수 국민을 결집할 수 있는 믿음을 줘야 한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어 바른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슬픈 이야기다.

김: 일각에서는 제3지대론을 이야기한다. 제3지대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원: 제3지대론은 민주당에서는 소위 친노라는 세력과 새누리당에서는 친박이라는 세력을 제외하고 새롭게 주도 세력을 만들자는 것이다. 제3지대에 대한 배경이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문제는 생각을 함께 하거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뜻을 같이 해도 이해관계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 출신이나 상황이 다른데도 같이 가려면 뛰어난 정치력이 필요하다. 이게 이뤄질 것인가 지켜봐야 한다. 역사적으로 본다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김: 촛불집회 나갔나
원: 직접 나가지는 않았지만 민감하게 지켜봤다. 참가한 사람을 통해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김: 촛불집회에서 새로운 구호가 만들어졌다. ‘내가 나를 대표한다’는 것이다. 독일 통일 당시 ‘내가 인민이다’라고 구호 외친 것과 흡사하다. 적폐를 청산하라는 의미다. 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최근 정치권에서 나오는 ‘개헌’에 대한 입장은 어떻게 되나
원: 이번에는 꼭 이뤄야 한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정치권에서는 당선된 쪽과 그렇지 않은 쪽으로 편을 가른다. 임기 내에 당선된 쪽이 옳다고 하는 것을 밀고 가다가 한계에 부딪힌다. 패배한 당은 현직 대통령을 깎아 내린다.
3김이 ‘87년 체제’로 불리는 ‘5년 대통령 단임제’ 헌법 개정을 이뤘다. YS, DJ이후에 당선된 대통령들은 비극적 최후를 맞이했다. 대통령 단임제에서는 권력을 쥔 정당과 야당이 무한 대립을 한다. 이런 구도를 깨자는 것이다. 권력을 국회, 지방 자치,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특히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정치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일명 ‘직구 민주주의’다. 패권주의는 어디서 나오느냐? 공천에서 나온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주면 당대표가 공천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다. 끼리끼리 공천을 배제하는 것이다. 국민 의사가 대표를 뽑는 것이다. 또 개헌을 이루면 다당제가 가능하다. 양대 지역주의를 가지고 텃밭에 의존한 반사이익이 없어진다. 대통령 권력을 국회와 지방에 분산해 소속된 정치인과 기관들이 연합해서 나라를 끌고 가야 한다. 한 사람, 대통령이 끌고 가기에는 나라가 커졌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김: 제주도지사를 2년 반 동안 역임했다. 태국이나 말레이시아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면 하와이가 아니라 제주도로 휴가 가고 싶다고 한다. 그 정도로 제주도가 아름다운 섬이다. 최근 제주도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원: 일단 최근 한라산을 중심으로 자연환경이 걱정이다. 이게 파괴되면 아무도 오지 않는다. ‘환경을 어떻게 잘 보존할 것인가’가 과제다. 또 제주도 경제는 투자, 관광으로 이뤄진다. 주민들은 과연 행복할까. 외국 투자와 관광이 도민들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게 중요하다. 제주도 경제성장률이 5~6%다. 관광객으로 일년에 1,500만 명 정도 오니까 성장통을 앓고 있다. 부동산 값, 사회적 갈등, 쓰레기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혹자는 내가 취임한 이후 제주도가 복잡해 졌다고 한다. 성장을 하려면 여드름도 나고 옷도 안 맞는다. 성장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이게 요즘 가장 큰 걱정이다.

홍: 제주가 앓고 있는 성장통을 대한민국도 겪는 듯 하다. 최근 사드와 관련해서 제주도도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졌다. 제주도도 마찬가지지만 대한민국이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원: 사드 배치한다는 보도가 난 이후 제주도 중국 관광객이 20%, 체감은 40%까지 줄어든 게 사실이다. 특히 11월 이후 이 경향이 뚜렷하다. 올해 이런 면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한편으로는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다. 아직 권위적이다. 기업들이 국영기업이니까, 언제든지 정치적 입김이 개입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예방주사를 맞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내성을 키우는 중이다. 일반적으로 의존적인 생각은 버려야 한다. 국가적으로는 중국, 미국과 잘 지내야 한다. 동맹의 무게는 무겁다. 사드가 좀 더 세련되고 충분한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결정됐다. 한미 관계를 되돌리면서까지 고려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더 최악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대비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일정하게 맷집도 갖춰야 한다.

홍: 환율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임금은 비용이다. 환율은 수출 경제다. 또 환율은 수출뿐만 아니라 국민 행복을 위해 반드시 조정해야 할 문제다. 선진국 치고 절하만 되고 있다. 임금과 환율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원: 수출만이 살길이라고 한다. 수출을 하려니 가격 경쟁으로 임금을 낮춘다. 박리다매 식으로 가격 경쟁을 해왔다. 그러니까 우리는 환율 방어를 하기 위해 대한민국 물건, 인건비만 싸게 했다. 임금과 환율, 수출 기업을 위한 비율을 9:1로 해놨다면 6:4 정도는 돼야 한다. 이른바 ‘3D 업종’이라 불리는 곳에는 외국인들 일하고 있다. 이렇게 높은 수준의 교육을 해놓고 저임금 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임금이 오르고 부가가치가 높은 일자리 만들어야 한다. 문제는 인구 5천만의 내수 시장이다. 대한민국 인구가 많지 않기 때문에 내수만으로는 갈 수 없다. 수출의 비중이 클 수 밖에 없다. 세계 경제에서 자리를 선점하고 수출을 통해 경제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

▲(왼쪽부터) 김택환 전 경기대 교수, 원희룡 지사, 홍찬선 더리더 편집인
홍: 통일을 이루면 우리나라 인구가 8천만 명 정도 될 것이라고 하는데. 통일도 시급한 과제 아닐까

원: 통일은 갑자기 올 수 있고 우리 세대에 오지 않을 수 있다. 앞당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 덩치가 커지고, 노동 시장도 커진다. 통일은 발전으로 도약할 수 있는 ‘산삼 한 방’을 먹는 것과 다름없다. 통일에 매진하되, 언제 될지는 모르니 그것만 기다릴 수는 없다. 주목 할 것은 동남아 인구다. 내수시장을 위해서는 ‘아세안 인구’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 유럽, 중국이 커나가고 있다. 이들이 나아 갈 때 한국의 인력 없이는 안 되게 해야한다. 호랑이 등에 올라타는 것이다. 동남아 사람들을 궂은 일 하는 사람으로 보는 게 아니라 우리 내수 시장을 만회하기 위한 측면으로 봐야 한다. 아세안 인구의 경쟁력을 확보하면 사드같은 위기에도 극복할 수 있다.

김: 다보스 포럼을 다녀왔다고 하는데. 거기서는 트럼프 시대에 어떤 논의가 이뤄졌나
원: 메르켈 총리가 독일의 10개의 1등 기업을 모아 무제한 워크숍을 했다. 트럼프 시대에 유럽에 대한 환율 전쟁, 국경 전쟁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서다. ‘기업은 이렇게 경쟁력을 키워라’라는 비전이 제시됐다.
트럼프 시대에 맞대응 하기 위한 전략을 짰다. 독일, 미국, 일본 등 강국은 세계 질서 만드는 논의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이 시점에서 기업과 정부는 무엇을 보고 있나. 대선 주자라고 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만드는 정당이 과연 세계 질서와 미래에 대해서 얼마만큼 질서 있는 대책을 논의하는가. 정말 피를 토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홍: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해결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원: 정치의 패권주의와 양극화 해결이다. 부자는 부를 세습하고 가난한 사람은 가난이 세습되니까 나라를 원망한다. 이런 것을 깨야 한다. 성취하는 사람과 배는 고프지만 희망을 꾸리는 사람 모두와 함께 가야 한다. 국가 시스템의 판을 바꿔야 한다. 이상론을 가지고 진영 논리로 선동 하는 게 아니다. 현실적으로 책임질 수 있고, 균형 있고, 능력 있는 리더십을 만들어야 한다. 메르켈, 시진핑, 아베, 트럼프 시대다. 우리보다 앞서는 강국 틈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이다. 우리 세대의 몫을 다해야 한다.

김: 인생에 롤모델이 중요하다. 존경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원: 링컨이다. 남북전쟁 중 노예해방을 했다. 노예 해방으로 경기 부흥을 이뤄냈다. 대단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또 나는 지금 행정인이기도 하다. 정치인 롤모델은 아니지만 ‘행정인’으로 평가할 때 등소평이다. 또 싱가포르의 리콴유를 존경한다. 두 사람은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았던 상황에서 미래를 보고 나라를 부강하게 했다. 시대를 바꿔냈던 경영적인 리더십을 발휘했다. 실용적이고 현실적이다. 책임지고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리더십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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