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전으로 ‘꽃길’만 가세요”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체험식 교통교육, 자율주행차 상용화로 ‘사고없는 나라’를

편승민 기자 2017.02.06 09:26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사진제공=교통안전공단
# 2016년 7월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5중 추돌사고로 여성 4명 사망, 38명 부상자 발생.
# 2016년 8월 부산에서 일가족 5명이 탄 산타페 차량이 주차되어 있던 트레일러를 들이받고 4명 사망. 차량 급발진 가능성 높아.
# 2016년 9월 여자 가수 A씨 음주 운전 하다 정차 중인 공사 유도차량 들이받아 트럭 운전자 부상.

작년 한 해 동안 각종 교통사고로 인해 많은 사상자들이 속출했다. 특히 운전자의 졸음 운전으로 인해 꽃다운 20대 여성 4명의 생명을 앗아갔던 봉평터널 사고는 교통안전의 사각지대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 주었다.
우리나라는 과거에 비해 교통안전 인프라 구축이 늘고, 차량 수에 비해 교통사고 수는 크게 줄었다. 그러나 안전에 무감각한 교통문화와 잘못된 운전습관과 과실 등으로 여전히 후진국형 사고 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은 국민의 다리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철도, 항공의 교통안전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2017년 핵심 목표로 국민 교통안전 의식을 제고하고, 자율주행 자동차 상용화를 통해 더욱 안전한 교통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교통안전공단이 어떤 기관인지 소개 부탁한다
▶교통안전공단은 일반적으로 자동차 검사를 실시하는 기관으로 국민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차량을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업무뿐만 아니라 새로운 차가 나왔을 때 안전 기준에 따라 적합한지에 대한 인증을 하고, 자동차 구조변경(튜닝)을 할 때 실제로 안전한지에 대한 승인을 한다.
또한, 자동차뿐만 아니라 철도 분야에 대한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검사와 종사자들의 자격시험 업무도 한다. 항공 분야에서도 항공기 조종사를 비롯한 항공 종사자들에 대한 자격시험도 더불어 진행하고 있다. 한 마디로 도로, 철도, 항공 전 교통 분야에서 다양한 교통안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종합 교통안전 전문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교통은 우리 삶과 뗄 수 없는 국민의 다리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다리가 건강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교통안전 수준은
▶지난 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가 4,000명 대 초반으로 집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00년(10,236명)에 비하면 상당히 줄어든 수치다. 현재 자동차 등록 대수가 2천만대를 넘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자동차 10,000 대당 사망자 수는 약 2명 수준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까지도 OECD 국가 중에는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실정이다.

-교통안전은 교통 인프라 구축 정도, 교통안전 의식 등에 따라 달라질 텐데 현재 우리나라 교통안전을 가장 위협하는 요소는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미흡한 점이 있다면 안전에 무감각한 교통문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안전띠 착용률의 경우 운전석과 조수석은 예전에 비해 많이 올랐지만, 뒷좌석 착용률은 독일 97%, 영국 89% 등에 비하면 약 30%대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또한 전체 교통사고 중 차대 보행자 사망자 비율이 상당히 높게 나타난다. 그만큼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후진국형 사고 유형이 많이 발생하는 것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교통사고의 90% 이상은 과속, 신호 위반, 휴대폰 사용, 음주 운전 등 운전자의 과실이나 잘못된 운전 습관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오영태 이사장과 뒷자석 안전띠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하며 착용하고 있다./사진=뉴스1
-작년 봉평터널 사고는 큰 충격이었다. 이런 대형 차량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얼마 전 ‘봉평터널 사고 재발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어떤 법안인가
▶지난해에는 봉평터널 사고와 같이 대형 차량에 의한 사고가 많이 일어났다. 이러한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 일명 봉평터널 사고 재발 방지법이라 불리는 교통안전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발의되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기에는 버스나 화물차와 같은 대형 차량에 차로 이탈 경고 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하고, 중대 교통사고를 발생시킨 운전자들에게는 안전체험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사업용 운전자들의 피로누적으로 인한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한 법률이다.
또한, 운행기록 장치를 임의 조작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공단에서는 디지털 운행기록계 분석을 통한 운수종사자 안전관리 강화와 운수회사 점검으로 대형 사고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의 한 부분이라고 보면 되겠다.

-차량이탈 경고장치 의무화가 사고를 예방하는 데 충분할 것이라고 보는가
▶공단은 작년 9월 7일 한국도로공사,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와 업무 협약을 통해 화물차량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첨단 경고 장치 보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장시간 피로운전에 시달리는 화물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위험을 알려주는 첨단 경고장치로 교통 선진국에서 이미 효과를 인정받아 보급되고 있는 전방 추돌경고(Forward Collision Warning System) 및 차로이탈 경고장치(Lane Departure Warning System)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시범적으로 화물자동차에 장착을 추진하고 있는데, 앞으로 모든 운전자들이 첨단 경고 장치를 장착하기 위한 보조금 지원 확대를 도모하고 다양한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음주 운전으로 인한 사고 역시 작년 한 해 동안 언론을 통해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최근 음주 운전 처벌 수위가 너무 약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은데 다른 나라와 비교한다면
▶음주 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될 사고 중의 하나다. 현재 우리나라 음주 운전 단속 기준은 혈중 알코올 농도 0.05%다. 이는 1962년에 만들어져 56년째 이어오고 있다. 선진국에 비하면 조금은 느슨한 단속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 0.03%, 폴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은 0.02%, 체코 헝가리는 0.00%의 단속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매우 엄격하다.
실제로 지난해 공단에서 음주 운전 단속 기준인 혈중 알코올 농도 0.05% 미만인 상태에서도 정상적인 운전이 어렵다는 것을 알아보기 위해 자체 실험을 시행했다. 그 결과 장애물 회피, 차선유지 등 위급 상황 대처 능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사고 위험성이 매우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 운전은 자신은 물론 타인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기 때문에 국민 모두 음주 운전에 대한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절대로 하지 않도록 주의 해 주기 바란다.

-본격적인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리고 있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서 변화할 교통안전의 모습은 어떠할 것이라고 예상하나
▶앞서 말했듯이 교통사고 원인의 90%가 인적 요인에 의해서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자율주행 자동차는 기술적, 이론적으로 인적 요인에 의한 사고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교통사고 감소에 획기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의 문화, 산업 발전을 가져온 건 바로 자동차 산업의 발전인데, 이제는 여가를 포함한 생활 전반에 걸쳐 편의와 이익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이를 위해선 공단뿐만 아니라 정부, 학계, 제작사 등 유관기관 간 협업을 통해 환경 변화에 따른 시뮬레이션 검증과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16 국토교통기술대전에서 관람객이 교통안전공단이 개발한 자율주행차를 살펴보고 있다./사진=뉴스1
-교통전문가로서 그 동안 교통안전을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어떤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예를 든다면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이고 우리나라 교통안전 수준을 높이기 위해선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 나는 4E라고 해서 교육(Education), 단속(Enforcement), 시설(Engineering), 첨단기술(Enhanced Vehicle)이라는 전략을 수립하였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교육’은 대상과 상황에 맞는 차별화된 전략을 가지고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교통안전 의식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우리나라 교통안전 교육은 운전면허 취득 때만 집중되고 그 외의 경우에는 체계적인 교육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가장 중요한 어린이에 대한 교통안전 교육이 기초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앞으로 교통안전 교육과정이 정규 교육에 편성되고, 이론뿐만 아니라 직접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연령별 단계적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도 이달까지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3월 2일 개소한다. 이 곳의 역할과 기대하는 발전 방향은
▶우리나라는 2009년에 상주 교통안전교육센터 개소를 통해 이론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위험회피 코스 등 13종의 실기 체험과 실제 상황을 직접 체험하면서 배우는 자기주도형 체험 교육 방식을 채택했다.
따라서 교육을 받고 난 이후 교통사고 발생 수치가 상당수 줄어드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일본, 프랑스 등 여러 선진국에서도 체험 교육시설이 교통사고 감소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이번 화성 교통안전교육센터 개소를 통해 수도권 지역에서 교육을 받으러 오는 교육생들에 대한 접근성이 강화될 뿐만 아니라, 모든 운전자의 생활 속에 교통안전이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성 교육센터 조감도/사진제공=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공단은 도로뿐만 아니라 철도와 항공 안전 관리도 하고 있다. 철도항공 교통안전 상황은 어떤가
▶철도와 항공은 그 특성상 한 번만 사고가 나도 대형 사고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종사자들에게는 더욱 높은 수준의 안전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인적 요인에서 일부 미흡한 점이 나타났을 때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교육, 훈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철도와 항공 인프라 시설에 대한 설계 기술수준은 이미 세계적이며 장기적인 국가 발전 계획에 따라 충분한 투자와 효율적인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철도 사고율과 항공 안전 평가에서 모두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안전도를 확보하고 있다.

-2017년 교통안전공단이 새롭게 설정한 목표는
▶2017년도에도 역시 사업용 자동차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단의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 3,000명대 진입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앞으로 다가올 미래 첨단 교통시대를 대비하여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를 위한 안전도 확보에 집중할 것이다.
현재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안전성 평가 기술을 개발하고 실제 도로 평가 환경(K-City)을 개발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국제기준 제·개정을 위한 포럼에 적극 참여하여 공단의 목표인 2020년까지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주도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다.

-올해가 임기 마지막 해다. 어떻게 임할 생각인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이며, 공단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교통안전공단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국민이 이용함에 있어서 작은 불편도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대국민 공감형 사업 발굴을 통해 국민들의 기대 수준을 충족시키는 것이 목표다. 올해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 성과는 물론 신뢰받는 공단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 1955년생
––한양대학교 토목공학 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도시계획학 석사
––뉴욕대학교 공대 교통공학 석사
––뉴욕대학교 공대 교통공학 박사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안전실 실장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대한교통학회 회장
––아주대학교 교통ITS대학원 원장
––現 제 15대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정치/사회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