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개헌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

이주영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 "선거 이전 낡은 옷 바꿔야… 대선주자 왈가왈부 바람직 안해"

홍세미 기자 2017.02.01 09:56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이주영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
개헌이 화두다. 개헌은 늘 화두였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는 정치권에서 줄곧 제기됐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의 원인으로 대통령제가 지목됐다.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어 문제가 됐다는 지적이다. 51%의 득표로 당선된 대통령이 100%의 권력을 휘두르는 게 대통령제다. 지금의 대통령 직선제는 민주화 운동의 결과로 도입됐다. 이른바 ‘87년 체제’를 도입한 지 어느덧 30년이 지났다. 빠르게 변하는 세대에 비해 정치의 틀은 낡았다는 평이다.

16대 국회부터 20대까지, 무려 20년 동안 국회의원인 이주영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새누리당·경남창원시 마산합포구)은 이제까지 제기된 수많은 개헌 주장과 좌초를 지켜봤다. 개헌 연구회도 만들어 국회의장에게 제안서를 제출했으나 관철되지 못했다. 이 위원장이 이번 개헌특위에 임하는 태도는 다른 때와 사뭇 다르다. 이번에는 반드시 개헌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대선 전개헌’을 주장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공약으로 개헌을 내걸었으나 지키지 않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헌법을 고치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더욱 복잡하다. 이제 국회 개헌특별위원회가 발족됐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로 헌법 개정을 한 이후 30년 만이다. 이 위원장이 개헌을 이루기 위해 어떤 묘수를 쓸까 궁금해 만났다. 그는 더리더와 지난 1월17일 인터뷰를 통해 ‘개헌 구상’에 대해 밝혔다.

-지금 개헌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른바 ‘최순실 사태’를 겪으면서 대한민국이 혼란에 빠졌다. 사람의 문제, 운영의 문제도 있겠지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너무 과도한 권력이 집중돼 있어서 생긴 문제라고 봐야 한다. 이런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나라가 혼란을 겪으면서 헌법 개혁을 해야겠다는 공감대가 많이 확산됐다.

-이 위원장은 5선을 역임 중이다.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이뤄진 것을 많이 봐왔을 것이다. 이제까지 개헌 논의가 실패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매번 (실패한) 다양한 원인이 있었다. 2007년 1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원 포인트 개헌 제안을 했을 때부터 개헌을 실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008년 김형오 전 국회의장 때 국회의장 산하기관으로 개헌자문위원회가 설치됐다. 그 때 대통령 책임제를 유지하는 ▲4년 중임제와 대통령 직선제를 유지하되 의원내각제 식으로 가는 안인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안했다. 그 때 이루지 못했다. 개헌을 하려면 국회의원 재적 2/3 찬성을 얻어야 한다. 당시 개헌을 추진하자고 각 정당들 간 합의 했다. 보수, 진보 관계없이 개헌에는 찬성했지만 이루지 못했다. 그게 참 아쉽다.

-이번에는 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나
이번에는 다른 때와 다르다. 최순실 사태를 겪으면서 국회 개헌특위가 본격적으로 구성됐다. 개헌을 꼭 성공시켜야 하겠다는 의지가 다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상황이다. 국회에서도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헌특위를 만들자고 합의했다. 이번에는 꼭 이뤄 내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국회의원들은 대부분 공감하나
개헌 필요성에 대해서는 보통 공감한다.

-가장 중요한 사람은 유력 대선주자가 아닐까. 유력 대선주자 중 개헌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가지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데…
개헌특위 위원장이 특별히 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헌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기본권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그 이후 정부 형태나 지방 분권 등 전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특정 정당의 당파적인 이해관계나 대선 주자들의 개인적 선호도·성향 등을 넘어서야 한다. 국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설계하는 차원으로 구상해야 한다. 개헌 특위는 이해관계에 구애 받지 않을 것이다. 개별적인 차원을 넘어서 멀리 내다보고 국가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기본 틀을 제대로 만들어내자는 생각이다.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 관점에서만 개헌을 바라보고 잘 합의를 이뤄가도록 노력하자고 위원들과 이야기 나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앞두고 있다. 조기 대선 이야기가 나오면서 개헌의 시기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 위원장은 ‘대선 전 개헌’을 주장 했다
국민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한 것을 보면 대선 전에 개헌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당위성은 이미 갖췄다. 개헌을 하지 않고 지금 이 헌법 체제에서 대통령을 뽑으면 문제가 생긴다. 이전의 대통령을 다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대선 전에 개헌을 이뤄 새로운 틀에서 대통령을 뽑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적인 여망도 높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가능한 대선 전 개헌을 성사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의기관으로서 당연한 책무다. 그런 노력을 하는 게 개헌 특위의 마땅한 역할이다.

-국민투표를 부치겠다고 말했다
개헌하자는 합의가 일찍 되면 언제라도 투표 할 수 있다. 국회나 사회나 개헌 논의는 충분히 했다고 본다. 과거 1987년에 개헌할 때도 40일 걸쳐 국민투표가 다 끝났다. 40일이면 가능하다고 본다.

▲이주영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
-대선 후 개헌을 많이 이야기한다. 대선주자들이 공약으로 들고 나오는 방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역대 대통령들을 보자. 3당 합당할 때 내걸었던 것은 내각제 합의다. DJP 연합 때에도 내각제 합의가 있었다. 이런 것이 다 파기됐다. 그 후에도 마찬가지다. 개헌하겠다고 공약하고도 정당의 이해관계나 혹은 대통령이 추진하는 이해관계, ‘블랙홀론’이 나오면서 무산됐다. 5선을 거치면서 그런 것을 많이 겪었다. 공약을 내걸고 나오는 것은 별로 신뢰가 가지 않는다.

-이 위원장은 독일식 의원내각제를 가장 선호한다고 언급했다.
개인적으로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위원장이기 때문에 꼭 내 생각대로 합의돼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에 경제 부흥을 이뤄냈다. 동서독이 분단됐다가 통일도 해냈다. 의원내각제를 하는 나라들의 정부는 사실 불안정하다. 정책의 연속성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독일 내각제는 ‘건설적인 불신임제’를 골격으로 한다. 불안정하다는 것을 불식시켰다. 정책의 연속성이 보장됐다. 헬무트 콜 수상이 총리를 16년이나 역임했다. 메르켈 총리는 2005년부터 총리를 맡아 하고 있다. 콜 수상 같은 분은 독일 통일도 이뤄냈다. 그런 업적을 달성하고 오래 역임하는 것을 보면 굉장히 이상적인 정부 형태라고 생각된다.

-독일식 의원내각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선거 제도를 변경해야 하지 않나
입법부에 대해서도 논의하고 있다. 단원제를 유지하는 주장과 양원제로 가자는 주장 등 선거 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해 다양한 안들이 나오고 있다. 현재 헌법은 선거 제도에 대해서는 법률에 위임했다. 하위 법률에 선거제도가 있다. 지금 개헌을 한다면 현행대로 유지하는 게 바람직한지 아니면 그것까지 바꿔야 하는지 추후 논의해야 한다.

-그런 절차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 개헌 절차는 사실 너무 어렵다. 독일이나 프랑스를 보면 개헌 절차가 어렵지 않다. 10여 차례 개헌을 필요할 때마다 했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 변화된 세상에 맞는 헌법이 아니다. 우리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다. 필요할 때는 개헌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하지 않겠나, 이런 생각 때문에 개헌에 대한 생각이 확 트였다.-

-전직 해양수산부 장관인데 내각에 임하면서 어떤 것을 느꼈나
장관 할 때는 다시는 세월호 참사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안전 의식을 철저히 하는 문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안전에 대한것은 엄격해야 한다. 헌법에 안전 항목을 추가해서 개정할 수 있다면 개헌에 포함해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안전에 대해서는 철저해야 한다.

▲이주영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
-세월호 인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빨리 할수록 좋다. 아직 아홉 명의 미수습자가 있다.

이 위원장은 양복 주머니에서 아홉 명의 사진을 꺼냈다. 늘 잊지 않고 품고 다닌다고 말했다. 유족이 이 위원장에게 부탁했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모두 찾을 때까지 사진을 간직하고 다니겠다고 약속했다. 주무부처 장관이었던 이 위원장은 자신이 죄를 지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심경으로 늘 세월호를 대했다고 전했다. 사진은 유족이 줬다. 이 위원장은 앞으로도 품고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도 세월호에는 사람이 있다. 하루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간절한 염원으로 사진을 가지고 다닌다. 인양을 빨리 하면 할수록 좋다."

-정치 현안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새누리당 지지율이 낮은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국민에게 신뢰를 잃었다. 지난번 총선 공천 때부터다. 그 때 180석 운운하면서 자만에 빠졌다. 공천 과정에서 계파 싸움으로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결국은 여소야대가 됐다. 그 뒤에 반성을 해야 하는데 계파 갈등은 더욱 치솟았다. 전당대회를 통해 지도부를 뽑는 과정에서도 역시 계파 싸움은 여전했다. 최순실 사태가 벌어지고 지도부를 구성하는 문제에서 정점을 찍었다. 분당까지 발생했고 그게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다.

-탈당 생각은 없나
아직은….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지지율이 높은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보수와 중도를 아우를 수 있는 제일 유력한 분이니까. 그 동안 UN사무총장을 역임한 경험과 경륜이 쌓인 것이 국정을 운영해 나가는데 적임자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지지율이 높은 것 아닌가.

-마지막으로 개헌에 대해서 당부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개헌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이미 형성 됐다. 공감도 많이 한다. 최순실 사태를 겪으면서 ‘87년 체제’가 우리나라와 맞지 않다는 것이 알려졌다. 역대 대통령들은 예외 없이 아들이나 형이나 비선실세가 문제됐다. 최순실 사태를 계기로 헌법 개혁을 꼭 해야겠다는 열망이 높아졌다. 이번 개헌 동력은 어느 때보다도 충만해 있다. 이런 때에 개헌을 못하면 더 이상 개헌을 기대하기 어렵다. 개헌 특위가 국회에 구성된 것을 통해서 개헌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싶다.”

-만일 이번에도 개헌을 이루지 못한다면…
생각도 하기 싫다.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
-1951년 9월 30일, 경상남도 마산 출생
-경기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학 학사·박사
-제20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고등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변호사 이주영 법률사무소 변호사
-여의도연구원 원장
-제17대 해양수산부 장관
-제16,17,18,19,20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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