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포격도발 6주기, 서북도서 기습강점에 대비해야

[차동길의 군사이야기]

차동길 교수 2016.12.01 10:00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차동길 교수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이 일어난 지 6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그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6.25전쟁 이후 최초의 우리 영토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행위로써, 정전협정이라는 법적 제도에 의해 유지되었던 호전적 평화질서마저 깨지는 순간으로 명백한 정전협정위반이고, 전쟁도발이었다. 연평도 포격도발은 길게는 1973년 10월부터 12월까지 경비정 60여 척으로 43회에 걸쳐 연평도, 대청도, 백령도 인접 해상까지 침범했던 소위 ‘서해사태’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고, 짧게는 1999년 6월 15에 발생한 제1연평해전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겠다. 서해사태 이후 해군력을 증강시켜 온 북한은 1973년에 이르러 유도탄함정과 어뢰정, 고속상륙정 등 80여척의 고속정을 증강하였고, 1977년 7월 1일 200해리 경제수역을 발표한 데 이어 같은 해 8월 1일에는 새로운 해상군사경계선(동해는 영해기선으로부터 50마일, 서해는 경제수역 경계선)을 일방적으로 발표하였다. 이러한 주장을 근거로 북한은 북방한계선(NLL) 침범 및 도발을 정당화하고 긴장조성을 반복하면서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하기 위한 기회를 엿보던 중, 1999년 1차 연평해전을 시작으로 무력을 사용한 2차 연평해전과 대청해전, 천안함 폭침을 도발하였고, 급기야 우리의 영토인 연평도에 포격도발을 자행하였던 것이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그동안 서해상에서의 도발이 단순히 북방한계선(NLL) 무력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북도서에 대한 강점 야욕이었음을 드러낸 도발이라 할 수 있겠다. 북한의 서북도서 강점야욕은 서북도서가 갖는 전략적 가치만 보아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겠다. 서북도서는 북한의 심장부를 겨냥한 전략도서로써 군사적으로는 적 중심으로의 단거리 공격발진지역임과 동시에 적의 전투력을 분산시키며, 심리적으로 북한정권을 위협하는 비수의 칼인 셈이다. 또한 경제적으로 해양통제권을 확대할 수 있는 전진기지로써 반드시 확보해야 할 우리의 영토이다.

서북도서 강점야욕의 군사적 의미와 실현가능성은?
북한이 서북도서에 대해 강점을 시도한다는 것은 곧 중강도 분쟁수준의 제한된 전쟁(limited war)을 도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전쟁의 목표를 서북도서 내 특정도서로 한정하여 기습강점 후, 정치적 협상을 요구함으로써 전면전쟁으로의 확전을 회피하고,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몇 가지 사실에 근거한 추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은 체제유지를 위해 군사력을 정치적 수단으로 매우 중요하게 사용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그동안 북한이 자행해 온 수 많은 도발이 그 증거이다.

둘째, 북한은 한미연합군과 전면전쟁으로는 승리할 수 없으며, 전면전쟁이 일어난다면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궤멸될 수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난 60여 년 간 한미연합군은 북한의 전면전쟁 도발을 매우 효과적으로 억제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뒷받침할 수 있는 추론이다.

셋째, 북한은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또한 북 핵 6자회담 등 국제무대에서 그리고 대남 도발 시 미국과 중국이 취한 사실들만으로도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는 추론이다.

넷째, 북한은 한국 내에 충분한 혁명역량이 구축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식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인사들이 합법적으로 국회의원이 된다거나, 북한의 도발에 대해 오히려 북한을 지지하고,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현상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북한정권을 추종하는 세력이 확산되었다는 증거로써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는 추론이다.

다섯째, 북한은 사실상 핵무장을 이루었으며, 핵무기로써 미국을 억제하고 한국을 강압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추론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저비용, 고효율의 전략은 제한전쟁전략으로서 서북도서는 오래 전부터 남북 간 분쟁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었고, 지리적으로 한국에 상당히 불리한 곳이며, 북한의 입장에서는 군사적·경제적으로 위협적인 지역으로 도발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이다. 더욱이 북한이 기습강점에 성공할 경우에는 대단한 실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실행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이다.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한국군의 전력증강배치로 방어력을 높였다는 것이 북한에 대한 억제력으로 작용될 수는 있겠지만 북한으로서는 가장 이상적인 제한전쟁목표가 될 수 있겠다. 최근 북한이 연평도로터 4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갈도(섬)에 122mm 화포를 배치하고, 김정은이 고무보트를 타고 직접 방문하는 등 서북도서 전방 전선부대를 시찰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군의 대비태세는?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우리 군은 서북도서방어를 위해 해병대에 서북도서방위사령부(최초의 육·해·공 합동군사령부)를 창설하고, 병력과 탐지 및 타격에 필요한 합동전력을 획기적으로 증강 배치하였다. 한미연합사차원에서는 연합사령관이 전시작전통제권한을 조기에 행사할 수 있게 하였고, 국지도발 상황에서도 한미가 공동대응 할 수 있도록 작전계획을 발전시켰다. 해병대사령부에서는 해군과 해병대로 구성된 신속기동부대를 창설하여 억제 및 대응전력으로 운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한미공동국지도발대비계획으로 서북도서와 같은 전략도서에서 중강도 수준의 제한전쟁에 대비할 수 있는가 하는 데 의문이 존재한다. 제한전쟁은 단지 전쟁의 목표와 지역이 제한될 뿐 전쟁수행형태는 전면전쟁과 같으며, 확전 방지를 위해 짧은 기간에 기습적으로 공격하여 전쟁목표를 달성 후 정치적 협상을 요구하는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미국지도발대비개념은 적절하고 결정적인 대응조치를 통해 당면한 북한의 국지도발위협을 제거하거나 무력화 하고, 추가적인 도발행위를 억제한다는 것으로 최종상태를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전략목표가 아닌 최종상태만으로 전쟁의 목표를 갖고 공격해오는 적에 대응할 수 있느냐이다. 전략목표에는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의지가 담겨있지만, 최종상태에는 원상회복의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국지도발을 단순한 저강도 분쟁 정도로 상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을 갖게 한다. 앞에서 제시한 몇 가지 추론을 전제할 때 북한은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면 전면전쟁을 회피하고자 할 것이고,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서북도서방위사령부에 ‘보복적 억제전략’ 또는 ‘공세적 방위전략’과 같은 보다 강력한 전략목표를 부여하고, 서북도서를 공격발진기지화하며, 전략목표 구현에 필요한 병력·부대·전력을 배비하는 것이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데 실효적이라고 본다. 만약 북한이 서북도서에 대해 기습강점을 시도한다면 한·미는 전면전쟁을 선포할 수 있을까?

만약 북한이 기습강점에 성공하여 핵위협을 가하며 정치적 협상을 요구한다면 미국은 협상을 거부하고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 있을까? 만약 ‘예’라는 확신 있는 답을 할 수 없다면 즉시 서북도서에 대한 군사대비태세를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차동길 교수
해병대교육훈련단장
現 단국대 공공인재대학
해병대 군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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