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김기춘이 송성각에게 전화해 청와대로 불렀다"

[국회in]"오방색 끈보다 중요한 것은 '최순실 사태의 본질'"

홍세미 기자 2016.11.29 16:08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송성각 전 콘텐츠진흥원장이 만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더리더>와의 인터뷰에서 "김 전 실장이 송 전 원장에게 전화해 청와대로 불렀다"고 언급했다.

이 의원은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당초에 문화체육부장관을 제안 받았다가, 진흥원장이 됐다. 그 청탁 과정에서 김 전 실장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 전 실장이 송 전 원장에게 전화해 '청와대로 오라'고 전화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제보로는 몇 월, 며칠, 몇 시에 전화한 내용까지 있다"며 "(청와대로 간)당일에 두 번 김 전 실장이 송 전 원장에게 전화했다. 즉 최순실·차은택에 의해서 추천받아 임용된 인사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김 전 실장 관여 의혹은 더욱 커진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지난11일 열린 ‘최순실 게이트 등 진상규명에 대한 긴급현안질문’ 현안질의에서 '최순실 사태'의 본질보다 오방색 끈이 이슈된 것에 대해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이 정국의 책임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있다는 것인데, 그 때(현안질의)까지는 밝혀지지 않았다"며 "박근혜 정부에서 최장기간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사람이 최순실씨에 대해 모른다고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순실 사태의 본질보다 오방색 끈이 더 이슈돼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송성각 전 콘텐츠진흥원장에게 전화한 제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황교안 총리 앞에서 오방색 끈을 던진 게 화재가 됐다

▶화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황 총리가 장어처럼 잘 빠져나간다고 언론에서 표현할 만큼 대답을 회피했다. 무슨 이야기든 법적인 용어를 써가며 정당화했다. 저도 법조인이다. 그 분이 말하는 법률적 사유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 총리라는 자리에 있으면서 법조인처럼, 흡사 피고인이 자기 방어할 때처럼 대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황 총리가 국무총리로서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방색 끈을 증거로 가져온 이유는 무엇인가
▶지적했던 내용들이 구체적 사실로 드러난 게 있다. 황 총리는 발뺌할 때 (검찰이)흔히 이야기하던 ‘수사 중’이라든지, ‘증거를 가져오라’고 하면서 대답을 회피했다. 심지어 그냥 증거도 아니다. ‘증거능력 있는 증거’를 가져오라고 한다. 긴급현안질의에 온 총리의 자세가 아니다. 국민으로서는 무서운 일이다. 그런 자세로 있는 사람이 어떻게 국정에 임했나 생각했다. 황 총리의 대통령을 ‘비호(庇護)’하는 모습을 보면서 현안 질의에서는 조금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질문 기회를 달라고 당에게 요청했다.

-질의가 끝나고 나니 어땠나
▶우리 의원실에서 준비한 질의내용이 많았다. 10분이라는 시간이 짧았다. 길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는 생각했다. 차별화된 우리만의 질문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 있었다.

-질문을 다하지 못해 아쉬웠겠다
▶끝나고 나서 너무 아쉬웠다. 사실 이슈가 된 오방끈은 중요하지 않았다. 미신을 비난했던 것도 아니다. 한 개인에 의해서 국정이 농단됐다는 상징을 알리기 위해, 또 증거를 가져오라는 당당한 태도를 비판하기 위해 오방색 끈을 준비한 것이다. 그 질의에서 길어질 줄은 몰랐다. 핵심 내용도 아니었다.

-그럼 핵심 질문은 무엇이었나
▶의원실로 한 제보가 왔다.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당초에 문화체육부장관을 제안 받았다가 진흥원장이 됐다. 그 청탁 과정에 김 전 실장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으로 몇 월. 며칠, 몇 시에 전화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즉 최순실·차은택에 의해서 추천받아 임용된 인사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김 전 실장 관여 의혹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정작 대정부질문에서는 그 질문은 하지 못했다.

-또 다른 질문은 무엇이 있었나
▶세월호에 대해 묻고 싶었다. 현재 언론에서는 가십으로 흘러가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7시간동안 성형수술을 했는지 아닌지, 또 약까지 등장하고 있다. 본질은 국민이 생명 잃는 동안 대통령은 없었다는 것이다. 또 대통령은 7시간에 대해 물으면 ‘사생활’이라고 대답하면 안 된다. 최소한 ‘그 시간에 최선을 다하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사과라도 해야 한다. 아직도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함구령이 내려지고 있다. 또 대통령이 7시간을 감추기 위해 위법행위를 저질렀다. 스스로 처음부터 솔직했더라면(좋았을 것을). 세상을 등지던 사람에게 마지막 아이들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질문을 준비할 때 그 메시지를 읽는데 눈물이 났다. 질문할 때도 왠지 울 것 같았다. 마지막 페이지가 다가올수록 눈물이 목까지 차올랐다.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다.

이 의원은 인터뷰 도중에도 울컥하는 심경을 참지 못했다. ‘참사’에 대한 원인을 밝히지 못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어떤 것보다 ‘정치적 책임’이 무겁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아쉽다. 정치인들은 부고만 아니면 기사 나는 것 다 좋다고 한다. 그럼에도 속상한 마음이 더 컸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도 이틀 째 되고 있다는 것도 들었을 때 마음이 좋지 않았다. 제 이름이 거론되는 것보다 내가 하고 싶었던 내용이 회자된다면 이런 마음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검찰이 박 대통령의 뇌물죄 입증을 위한 수사를 하고 있다. 야당도 탄핵안에 뇌물죄를 적시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뇌물죄 적용이 중요하다. 초기에는 직권남용 등 뇌물죄보다는 죄목이 약한 게 중심이었다. 사실 본질은 정·경유착이다. 대기업은 우리나라 경제를 좌지우지한다. 국민들이 이제까지 많이 봐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비리가 드러나 공범으로 인식해야 한다. 뇌물죄 적용이 중요하다. 박 대통령의 역할은 상당했다. 뇌물죄 뿐만 아니라 공무상 기밀누설도 심각하다. 누설죄를 포함해 외교상 기밀누설죄, 군사상기밀 누설죄 조사를 해야 한다. 증거 채택이 어디까지 이뤄질지는 모르겠지만 현재까지 가진 것만으로도 (처벌이)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 주요 요직에 법조인 출신이 많이 중용됐다
▶특히 공안검사가 많이 중용됐다. 검사는 ‘검사동일체’, 상명하복을 강조하는 조직이다. 기본적으로 사회를 보는 방식 틀을 극복하기 어렵다. 공안검사 시각은 국민은 통제의 대상이다. 국무총리나 다른 요직에 있는 분들은 넓은 시각을 가져야한다.

-조기대선 이야기도 나오는데
▶우리는 일단 당리당략적으로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지지율을 가지고 근시안적인 생각은 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 계산을 하는 사람도 없다. 심지어 우리 잠룡 중에 한 분이 박원순 서울시장도 처음에 조기대선을 치르면 지자체장은 출마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출마를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국민의 목소리는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대선 주자들도 마찬가지다. 만약 본인의 자리에만 연연했다면 야당의 대선 후보 군으로 부각되지 못했을 것이다.

변호사로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다가 국회에 직접 들어와 보니 어떤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가
▶아쉬웠던 점도 있고 이해가 되는 점도 있다. 국회에 입성하기 전에는 ‘왜 정치권이 국민의 목소리 못 따라오나’라고 생각하며 속상했다. 그런 국회를 비판했다. 시민사회에서는 당연한 요구다. 학자로서, 전문가로서 비판해왔다. 우리는 100을 요구하는데 정치권은 왜 20~30밖에 하지 않는가. 또 ‘시민사회에 있다가 국회의원이 되면 왜 변하지?’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는 타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여름에 유럽 노동법원을 다녀왔다. 노사 이해관계 조정하는 단체에서 ‘가장 중요한 협상은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협상’이라고 이야기했다. 정치권에서 ‘협상’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 모든 목소리에 만족할 수 없다. 그렇지만 국민은 100을 요구해야 한다. 우리는 그런 국민의 요구를 등에 업고 협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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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을 맡았다. 대변인은 어떤 자리라고 생각하나

▶대변인을 맡고 갈증이 많았다. 내 입이 아니지 않나. ‘이재정 의원’으로 한 이야기와 구분을 못한다.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대변인은 단지 입만 되는 것인가’라고 생각하니 갈증이 있었다. 대변인이 정당의 ‘눈’이라고 해석을 달리했다. 입으로는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눈은 그렇지 않다. 언어로는 기교를 부릴 수 있지만 눈빛은 속일 수 없다. 우리의 민낯일지라도 모든 것을 보여주면서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 그렇게 진실 되게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그런 소통을 왜곡하지 말아야겠다. 그런 진실된 ‘눈’으로 당의 입장을 대변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마음이 편해졌다.

▶19대 국회까지 국민으로 봤다.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끼리도 소통이 안되는 느낌이었다. 늘 갈등하고, 이견을 보이는 모습만 봐서 아쉬웠다. 그에 비해서 20대 국회는 상대적으로 많은 의원들이 조금 성숙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의원들도 타협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많이 보이고 있다. 물론 다툼은 필연적이다.
국민의 목소리는 다양하다. 그런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게 국회의원이다. 20대 국회에서는 단순한 정치 공방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 국민을 위한 논쟁을 했으면 한다. 상대방도 적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라는 자세로 대했으면 좋겠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1974년 출생
-경북대학교 사법학과 학사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제45회 사법시험 합격
-제35기 사법연수원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처장
-법무법인 동화 변호사
-제20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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