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수록 적자’…"학교우유급식 최저가 입찰제 대책마련 시급"

홍세미 기자 2016.10.26 17:13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
학교우유급식은 공익적 성격이 강하다. 시중에서 200㎖당 8~900원대에 판매되는 우유가 학교에서 430원(정부 무상우유 지원단가)에 판매되는 것도 그 이유다. 학교우유급식은 성장기 학생들에게 필요한 필수영양소를 공급하기 위한 취지로 시행된다. 그런 우유급식에 ‘최저가 입찰제’가 도입됐다. 기존 농립축산식품부에서 단가를 정하는 ‘고정 단가제’에서 우유 회사끼리 낮은 가격으로 경쟁하는 구조다.

‘치킨게임’으로 번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고정단가제 시행 당시 200㎖ 우유는 430원 안팎이었다. 공급 원가는 360원이다. 최저가입찰제가 도입된 이후 원가에 못 미치는 320원대로 평균 공급단가가 떨어졌다. 입찰을 따내기 위해 150원까지 무리하게 가격을 낮추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지난 4월, 경영압박에 수도권 60여개 초등학교에서 우유 급식이 중단되기도 했다.

도시와 시골 간 격차도 생겼다. 상대적으로 학생 수가 많은 도시에는 입찰 경쟁이 붙어 가격이 싸지지만, 시골은 오히려 비싸진다. 또 시골에서는 ‘마진’이 남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유회사에서 계약을 포기하기도 한다.

국회에서는 우유급식 최저가입찰제로 인해 어떤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지 분석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26일 국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위기의 학교우유급식 최저가입찰제 이대로 좋은가(주최:홍문표·김성원 의원실)’토론회에 참석한 홍문표 의원은 “최저가입찰제로 430원인 우유가 도시에서는 200원대, 심지어는 100원대에 먹을 수 있고 농촌에서는 우유 가격이 500원 대까지 오른다”라며 “이런 불균형 정책은 바꿔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 의원은 “OECD 선진국의 학교우유급식률은 90%를 넘는다”라며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51.1%를 기록했다. 두 배정도 차이가 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성장할 때 제대로된 영양을 섭취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은 10년 후에 엄청난 차이가 날 것”이라며 “생산자들의 입찰경쟁이 지속되면 결국 피해보는 것은 국민이다. 손해가 많은 정책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원 의원은 개회사에서 “우유최저가입찰제로 인해 도시와 농촌간 격차가 생기는 것을 없애야 한다”며 “이는 농식품부의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공정경쟁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토론회에 참석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경쟁 구도가 생겨 도시와 농촌간 격차가 생긴다”라며 “구조적으로 고쳐지지 않으면 전체가 피해보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김 장관은 “이 구조를 어떤 형태로든지 개선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양보하지 않으면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정부가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앞장서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이승호 낙농육우협회 회장
이승호 낙농육우협회 회장은 환영사에서 “학교우유는 백색시유 소비량의 약 10%를 차지하는만큼 낙농산업의 중대한 농정과제”라며 “올해부터 시행된 최저가 입찰제로 인해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저가 입찰제로 도농 간 학생들의 영양 불균형 양극화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이대로 지속된다면 정부가 부당염매를 조장하고 도시와 농촌간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과 같다”고 내세웠다.

이 회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저가 입찰제가 진행될수록 관련된 곳은 모두 손해”라며 “우유 가격을 싸게 공급받는 학교에서도 사실상 이 체제가 유지될 수 없기 때문에 나중에 우유를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에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최저 입찰제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430원 기본가를 정해주고 밑으로는 입찰을 들어가지 못하게 하면 출혈이 없어진다”라며 “사실 430원도 가격이 낮다. 하지만 올리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는 구체적으로 누가 해결해야 하냐는 질문에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이 합의점을 찾으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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