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의 꿈 ‘상호존중과 배려’

[차홍규 교수가 만난 사람]정두근 예비역 육군 중장, "도덕성 회복 위해선 문화예술 콘텐츠 생산이 화두"

차홍규 전 칭화대 교수 2016.10.25 16:48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정두근 예비역 육군 중장
군(軍)도 문화콘텐츠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우리 사회가 반공이데올로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시절, 이는 매우 심각한 주제였다. 국가안보라는 절대명제 아래서 군은 언제나 불가침영역이었고 그 속살을 결코 세상에 드러내지 않았다. 어쩌다 군이 문화예술의 소재로 등장하더라도 ‘반공이데올로기 홍보’라는 목적성에만 충실해야 했다. 문화콘텐츠가 워낙 빈곤하던 시대에 등장한 ‘5인의 해병’, ‘빨간 마후라’ 등의 영화와 드라마 ‘전우’를 장년층들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할 것이다.

군은 예술적 감흥을 위한 최소한의 풍자와 비판도 허용하지 않았기에 군과 국민의 거리는 민주화를 이룬 뒤에도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봄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한류콘텐츠의 고갈 위기에서 군이 훌륭한 문화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하였고, 흔들리던 한류열풍의 불씨를 되살렸다.

조각을 하고 그림을 그리는 필자 역시 문화콘텐츠로서의 군을 생각할 만한 인연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 지난 여름 우연한 기회에 뜻밖의 장소에서 예비역 고위 장성을 만났다. 문화행사장에서 장군을 만난 것을 뜻밖의 장소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표현을 한 것은 장군과 문화가 생경하다는 필자의 선입견 탓일 것이다.

옆자리의 정두근 예비역 육군 중장은 그 별의 무게로 인해 육군 병장 출신의 필자에게 다소 무거운 상대였다. 그런데 몇마디 대화를 나누면서 의외로 그 부담을 털 수 있었다. 알고보니 그는 사단장 시절부터 군단장까지 7년 동안 상호존중과 배려의 병영문화운동을 전개해 병영의 폭력문화를 근절하고,소통과 화합의 전우애로 전투력을 향상시킨 장군이었다.

정 장군은 전역 후에도 (사)상호존중과 배려운동본부를 창립해 이 운동을 대한민국 정신문화운동으로 발전시키고자 열정을 바치고 있었다. 인간 본연의 심성을 자극하는 아름다운말 ‘존중과 배려문화’를 군인이 먼저 제창하였음은 필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첫 만남 이후 그가 총재로 있는 상호 존중과 배려운동에 관심을 갖다가 추석 연휴가 시작될 무렵 서울 마포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먼저 ‘상호존중과 배려운동본부’(이하 ’상존배‘)’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상존배’ 운동은 2011년 7월에 비영리 사단법으로 출발했다. 존중과 배려의 문화정착을 위해서는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힘 있는 사람이 먼저 약자의 아픔을 어루만져야 한다. 권력과 부를 독점한 엘리트 집단에서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기득권을 더욱 공고히 하고자 부정부패와 탈법을 서슴지 않는다면 도덕성과 사회정의가 무너진다. 종국에는 엄청난 저항에 부딪쳐 공멸의 위기를 맞이할 것이다.

상생과 상승을 위해서는 약자들을 존중하는 언어를 사용하고 그들을 보듬는 정감어린 인사말을 하며 아랫사람의 말일지라도 경청하고 칭찬하는 한편, 사소한 공중도덕부터 지켜 사회질서를 솔선해서 바로 세우고, 나누고 봉사하는 배려를 실천해야 한다.

듣기에 따라서는 식상한 말일 수도 있으나 ‘상존배’에서이를 행동강령으로 내세운 까닭은 이 평범한 과제들이 이론이 아닌 실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실천과제들의 습관화·생활화·문화화를 위해 캠페인과 포럼, 강연, 계간지 발행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새마을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나던 1970대에 우리 사회의 당면과제가 ‘빈곤 퇴치’였다면, 21세기의 과제는 ‘갈등과 분열을 넘어서는 화합과 융합’이다. 그렇기에 지난날의 새마을운동을 대체할 대한민국 정신문화운동이 필요하고 그 역할을 ‘상존배’가 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회정의와 도덕성 회복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정신문화운동이자 실천운동인 것 같다. 세계사에서 볼 수 없는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우리나라지만 행복지수는 여전히 낮다. 그 이유도 존중과 배려의 부족에서 찾을 수 있을까
“그렇다. 우리 근대사의 비극은 일제에 의한 국권침탈에서 시작한다. 일제가 조장한 민족분열과 광복 이후의 이념 대립, 그리고 한국전쟁이 우리 사회에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 게다가 경제개발시대에는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충돌로 남남갈등의 골도 깊어졌다. 100년에 걸친 혼돈의 시대를 딛고 경제선진화는 이뤘지만 양극화 심화와 약자에 대한 갑질 등 물질만능주의의 부작용이 나타났고, 무한경쟁에 내몰린 사람들은 존중과 배려의 여유를 잃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병폐를 바로잡고자 하는 사회적 노력이 부족했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따라잡기에만 급급했던 기성세대는 후세들에게 오직 경제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처세술만을 가르치려 했다. 물질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경쟁력만을 가르쳤지 행복한 삶을 위한 정신적 가치와 정서 순화를 가르치는 인문학과 문화예술에 소홀했기에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 행복지수 최하위라는 부끄러운 결과를 빚은 것이다.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경제 이전에 상호존중과 배려의 문화가 먼저 정착되어야 함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상호존중과 배려의 문화화를 위해 문화예술인들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도덕이 인간의 도리와 핵심가치를 가르친다면 이를 생활화하기 위한 실천은 상호존중과 배려로 이루어진다. 생명의 근원이 심장이듯 사람 사는 세상의 근본은 상호존중과 배려인 것이다. 예수의 사랑, 부처의 자비, 공자의 인(仁), 우리나라의 홍익인간 사상이 결국은 존중과 배려의 또 다른 표현 아니겠는가.

상호존중과 배려의 문화화를 위한 시급한 과제 중 하나는 이의 실천방법과 체험사례를 문화예술콘텐츠로 제작해 공감대를 확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존중과 배려의 필요성을 모를 사람은 없다. 단지 이를 생활화하기 위한 정서적 교감이 부족할 따름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문화예술콘텐츠다. 교육용 콘텐츠의 한계인 목적성을 지나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 예술성을 갖춘 콘텐츠 생산에 문학, 미술, 음악, 공연 등 모든 장르의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해야 한다.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고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한 정서적 자극과 충격을 주기 위한 문화예술콘텐츠생산의 중심에는 당연히 문화예술인들이 있어야 한다.”

▲(왼)차홍규 전 칭화대 교수, (오른) 정두근 예비역 육군 중장
-총재가 말한 상호존중과 배려의 문화예술콘텐츠생산이라는 화두를 문화예술인도 동감할 듯하다. 그럼 ‘상존배’에서는 이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아직 문화예술콘텐츠를 직접 제작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현재 개발 중인 학생인성교육프로그램에 문화예술콘텐츠를 접목시킬 방법을 연구 중이다. 지금까지는 ‘상존배’ 총회나 포럼처럼 회원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에 음악 등의 공연을 병행했는데 앞으로 이런 기회를 더욱 늘려 장르도 다양화하면서 문화예술인들과의 교류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또한 문화예술인들의 창작기반 조성을 위한 미술품과 도자기, 서예작품 옥션을 계획 중이다. 좋은 작품을 적절한 가격에 거래하도록 돕는 일도 작가와 대중을 함께 존중하고 배려하는 일 아니겠는가. 내년부터는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한 자선 디너쇼를 정기적으로 개최할 예정인데 여기에도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인들을 참여시킬 것이다. 아울러 한류열풍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분야에 아직 남아있는 문화사대주의 극복을 위한 홍보활동을 강화할 것이다. 예를 들어 도심의 대형빌딩 앞에 세워진 조형물 중 상당수가 외국작가 작품인 것으로 알고 있다. 작가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지 못해 왠지 생뚱맞다는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다. 문화국수주의가 아니라 국적불명의 작품을 오직 작가의 유명세에 기대어 자랑스럽게 설치하는 천박함을 지적하는 것이다. 문화사대주의는 국내작가들의 재능을 외면해 문화 환경을 더욱 척박하게 할 수 있다.”

-문화예술인들에게 용기를 주는 말 감사하다. 총재는 문화예술인 못지않은 창조적 발상을 하는 것 같다. ‘상존배’ 운동의 뿌리라 할 상존배 병영문화운동 역시 창조적 발상인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나
“과찬이다. 원칙을 중시하면서 관습이 원칙에 위배될 때 이를 바로 세우려는 노력을 해왔을 뿐이다. 원칙을 지켜야 존중과 배려도 가능하다. 이것이 곧 정의이기도 하다. 문화예술계를 포함한 사회 모든 분야에 정의가 서려면 당당하게 원칙을 요구하는 양심의 목소리와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지난 2003년 육군 제32보병사단에서 처음 시작한 ‘상존배’ 병영문화운동도 마찬가지다. 당시 사단장으로 취임 후 불과 한달 만에 오래 전부터 은밀하게 있어 왔던 구타사건을 연달아 3건이나 적발했다. 이런 사건이 벌어지면 피해 당사자인 후임병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처벌받는 선임병과 불안해하는 주변 병사들, 지휘책임으로 문책받는 초급지휘자, 자식걱정에 잠 못 이루는 장병 부모 등 모두가 피해자가 된다. 병영에 일제 잔재인 구타와 가혹행위, 폭언이 대물림되고 있다는 것은 국군의 수치다. 마침 그해 여름, 육군본부에서 ‘병사는 분대장이 아닌 선임병과 후임병 모두 수평적 관계’라고 명시한 병영생활 행동강령을 일반명령으로 하달했다. 선임병이라 하여 후임병에게 반말을 하는 것은 관습일 뿐이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음을 밝힌 것이다. 모든 폭력은 거친 언어에서 시작되기 마련이다. 병영에서 일상화된 막말을 순화시키지 않고는 병영폭력을 근절할 수 없었다. 이에 교육훈련이나 작전활동을 할 때는 ‘사격개시, 돌격 앞으로’ 등의 명령어를 사용하지만 그 외의 병영생활에서는 절대 반말을 허용하지 않고, 장교도 부사관에게 가급적이면 존중어를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상존배’ 병영문화운동을 시작했다. 이를 가리켜 혁명적 발상이라고 하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은 군법이 정한 원칙대로 하자는 것일 뿐이었다.”

-그렇다 할지라도 상명하복의 군에서 갑자기 존중어를 사용하라고 했으니 반발이 심했겠다. 흥미로운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존중어 사용에 따른 어색함이 오히려 병영 분위기를 해친다는 보고가 올라왔고, 주변에서는 사단장이 쇼하고 있다는 빈정거림이, 군 고위층에서는 군대 망치려한다며 중단 압력이 수시로 내려왔다. 그러나 이 운동은 사단장의 정당한 지휘권 행사였기에 흔들림 없이 시행하여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32사단장과 육군훈련소장을 거쳐 6군단장으로 재임하며 이 운동을 꾸준하게 시행한 7년 동안 폭언과 폭력 등의 악습은 거의 사라졌고 장병들의 자율성이 제고됐다. 6군단의 경우 육군본부 전투지휘검열에서 우수부대로 참모총장 표창을 받을 만큼 전투력 역시 크게 향상됐다. 병사들이 자긍심을 갖고 서로 격려하며 교육 훈련에 참여하니 전투력 향상은 물론이고 부상자도 크게 줄었다. 병영생활에 대한 스트레스가 줄어 병영 분위기 또한 밝아졌다. ‘상존배’ 병영문화운동은 시행에 따른 별도 예산도 필요없다. 오직 지휘관의 의지만 있으면 된다. 그렇기에 우리 군에서도 독일이나 프랑스 등의 선진군대처럼 장병 상호간에 반말을 금지하고 서로 존중어를 사용하는 언어문화를 법제화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군대에서 어느 정도의 폭력은 필요악이라는 못된 악습에서 벗어나 ‘상존배’ 병영문화운동이 빨리 정착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병영이 아닌 일반사회에서 예비역 장성이 정신문화 운동을 펼치다 보니 뭔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가
“1980년대 이후 본격화된 대중문화예술운동은 제도권 안에서 기득권을 누리던 주류 예술인들이 아닌 언더그라운드의 비주류들이 나서서 펼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덕분에 대중문화의 영역이 넓어졌고, 한류라는 문화콘텐츠가 우리의 새로운 먹거리로 등장했다. 물론 대중문화예술운동과 ‘상존배’ 운동을 직접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겠지만 어떤 일은 반드시 누가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대의 요구가 무엇인가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실천할 용기와 신념이 있느냐의 문제다. 더구나 ‘상존배’ 운동은 나 자신의 변화를 통해 가정과 학교와 병영과 사회 전체의 정의를 바로 세우고 도덕성을 회복하자는 정신문화운동이기에 특정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이웃들 모두가 주인공이다. 나는 군인이었지만 이제는 민간인이기에 병영과 사회의 숱한 주인공들이 간절하게 외치는 ‘상호존중과 배려’를 모두 아울러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대중에 대한 설득력과 호소력을 높이고자 ‘상호존중과 배려’라는 옷에 내 몸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동감한다. 대중의 참여와 지지 없이는 새로운 문화 창달이 불가능할 것이다. 앞으로 어떤 활동 계획을 갖고 있는가
“나에게 엄격하고 남에게 너그러운 상호존중과 배려의 자세로 서로 소통하며 화해하고 공존공생하는 미래, 모든 사람이 더불어 행복을 누리는 아름다운 세상을 가꾸는 것이야말로 상호존중과 배려운동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이자 비전이다. 이를 위해 ‘상존배’ 운동본부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갑을관계를 상호존중과 배려의 생산적 시스템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운동을 할 것이다. 부정부패의 카르텔을 견고히하는 패거리 문화를 청산하고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진정성을 갖고 국민을 존중하고 배려하도록 촉구하며 감시하는 일도 할 것이다. ‘상존배’ 병영문화운동 역시 지속적으로 펼칠 것이다. 나아가 남북대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남남갈등 극복에도 앞장설 것이다. 극우니 종북이니 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에서 벗어나 의견이 다른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사안에 따른 발전적 정책 논쟁을 하는 합리적 사고가 필요하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육군훈련소에서 <‘상존배’ 병영문화운동 정착 10주년 기념행사>가 있다. 지난 2006년 11월 육군훈련소 전우들은 ‘상존배’ 병영문화운동 정착 기념비를 세우고 10년 뒤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10년이 되는 금년 11월5일에 재회의 날 행사를 갖고 그 동안 상호존중과 배려의 병영문화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행사에는 당시 육군훈련소 훈련병과 교관을 비롯한 전우들, 현재 훈련병과 그 가족들, ‘상존배’ 전국 회원들이함께 해 10년 전의 감동을 되새길 것이다. 그 외에도 참여를 원하는 분들은 ‘상존배’로 연락주면 누구나 함께 갈 수 있다.(☎070/8282-3808)

‘상존배’는 이제 사단법인 창립 5년이 지나며 조직과 운동방향 설정 등에 있어서 안정기에 들어섰다. 전국 지부와 지회도 계속 늘고 있다. 또한 중국의 유력인사들도 꼭 필요한운동이라며 수차례 교환 방문을 한 끝에 광동성, 귀주성, 감숙성 등에 ‘상존배’ 운동 중국지부를 설립하기로 했다. ‘상존배’ 운동의 글로벌화가 시작된 것이다.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포함해 다양한 계층에서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상존배’ 운동에 참여한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역동적인 힘을 발휘할 것이다.”

-평소에는 말하기보다 듣기를 좋아하는 정 총재였지만 인터뷰를 하면서 ‘상존배’ 운동 얘기만 나오면 솟구치는 열정을 주체 못하듯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서도 내가 부족하니 함께 ‘상존배’ 운동을 하자는 겸손함을 끝까지 잃지 않았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다소 식상한 말도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존중과 배려의 마음가짐을 갖춰야 가정과 국가와 천하를 다스릴 수 있으니 말이다. 대한민국 전체의 패러다임을 상호존중과 배려의 문화로 설정하려는 그의 원대한 꿈이 머지않아 우리 사회 의 갖가지 병폐를 근원적으로 치유할 에너지로 작용하리라는 믿음을 갖게 한 시간이었다. 중국 전국시대의 장수 오기는 수레를 타지 않고 병졸들 틈에서 함께 걸으며 숙식을 같이했다고 한다. 하루는 병졸의 다리에 종기가 나자 종창을 입으로 빨아내어 낫게 했다. 이를 본 병졸들은 전장에서 오기의 명령이라면 죽음을 두려워 않고 따랐다. 이처럼 상호존중과 배려의 힘은 위대하다.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이분법적 사고에 편향되어 있다. 흑백논리가 팽배하여 있다. 즉, 아군이 아니면 적군으로 간주하려한다. 어찌 색깔이 흑과 백만이 존재할까? 필자와 같이 이쪽도 저쪽도 아닌 회색분자도 존재할 것이고, 무채색이 아닌 빨강, 노랑, 파랑도 존재할 것이다. 필자의 평면작품은 제목이 ‘절합’(節合:articulation)이다. 남북갈등은 물론 남남갈등, 지역갈등,이념갈등 등등 분열되고 절단된 우리사회가 서로 화합하길 바라는 소망을 작품으로 표현 한 것이다.

존중받음에 익숙할 3성 장군이 권위를 내려놓고 존중하고 배려할 곳을 찾아다닌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 총재와 의 대화를 마치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던 것은 이처럼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 평범한 삶을 찾아가는 동지애를 느낀 기쁨 때문이리라. 하늘을 보니 오늘따라 유난히 달빛이 환함은 우리 세상에 좋은 일이 있음을 예지한 것일까? 모처럼 단잠에 취할 것 같은 기분이다.

▲정두근 예비역 육군 중장
정두근 총재
––사단법인 상호존중과 배려운동본부 총재
––서울특별시 안보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
––상존배 저널 발행인 (☎070/8282-3808)
–– (재)한류문화인재단, 사색의 향기문화원 고문
––예비역 육군중장
전 육군 제32보병사단장, 육군훈련소장,
제6군단장, 제2작전사령부 부사령관
전 육군3사관학교 성우회장, 육군협회 이사
––학력 : 육군3사관학교 7기,
영남대학교 행정학 석사
––상훈 : 대통령 표창(1996년), 보국훈장
천수장(2006년), 보국훈장 국선장(2010년)
––저서 : 장군의 꿈, 상호존중과 배려(2010년)
덕불고 - 아무도 가지 않은 길(2012년)
두근두근 상존배(2015년)


정치/사회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