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성공은 기본을 지키는 북큐레이션에서 출발한다

김미정 북큐레이터협회 부회장 2016.10.12 11:04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김 미 정 북큐레이터협회 부회장
유치원 학부모 대상 독서교육 강의를 갔을 때의 일이다. 그날도, 바쁘고 힘든 시간을 쪼개 참석한 학부모들 앞에서 유아기 독서의 중요성과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유난히 얼굴 표정이 어두워져 가는 학부모 한 분이 눈에 들어왔다. ‘강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하는 불편한 생각을 하며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려는데, 다급히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고 보니, 강의 내내 시무룩한 표정이었던 그 학부모였다.

“선생님, 우리 아이가 일곱 살인데 책을 잘 읽지 않으려고 해요. 책을 잘 읽던 아이인데 요즘은 책을 자꾸 멀리하면서 핑계를 많이 대요…이유가 뭘까요?”

“글쎄요…. 우리 아이는 하루에 얼마나 책을 읽고 있나요?”

“여섯 권에서 열권 정도…보통 아이들이 읽는 정도예요. 그리고 독서록 간단히 쓰게 하고 있고, 다 읽으면 칭찬 스티커도 주고 있어요. 잘 읽던 아이였는데….”

갓 일곱 살이 된 아이에게 하루에 열권 정도의 책을 읽히는 계획을 세워놓고, 잘 실천하면 칭찬 스티커를 주며 아이의 독서를 격려한다는 말이 그 부모의 말만은 아니다. 어디를 가도 이와 같은 부모들을 흔히 만날 수 있다. 옆 집 아이가 하루에 책을 몇 권 읽으니, 같은 또래인 우리 아이도 ‘더하면 더해야지 덜해서야 되겠나’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무리한 독서계획을 세워준다. 거기에다 책을 읽고 나면 독서록도 쓰라고 하니, 아이들 입장에서 책 읽기는 고통 그 자체이다. 아무리 영화감상을 좋아하는 어른이라도 영화를 볼 때마다 감상문을 쓰고 확인 도장을 받아야 한다면 영화감상이 취미가 되고, 즐거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유아기’가 중요한 것은 ‘습관’이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유아기에 잘못 자리 잡은 습관들은 평생을 두고도 바로잡기가 어렵다. 독서습관도 마찬가지다. 유아기에 형성되지 않은 독서습관은 철이 든다고 해서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유아기에 있어 독서는 무조건 즐거워야 한다. 그래서 또 읽고 싶어지도록 해야 한다. 즐겁고 재미있는 놀이와 같은 책 읽기를 아이들은 스스로 반복하게 되고 그것은 결국 책 읽는 습관으로 이어진다. 이와 더불어, 독서 습관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것은 ‘기본을 지키는 북큐레이션’이다.

기본을 지키는 북큐레이션이란, 아이들 개개인의 독서력과 타고난 강점, 관심을 갖는 분야를 고려하여 책을 선택하고, 그 책을 읽는 방법을 다양하게 선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저 또래 아이들의 독서력, 어휘력, 이해력, 관심사 등, 평균에 맞추어 선정해 놓은 많은 책들을 의무적으로 읽고, 그에 따른 획일적인 방법으로 체크하는 글쓰기 형식의 독후활동은 우리 아이들을 책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중요한 원인이 된다. 따라서 꾸준히 독서하는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 개인별·맞춤형의 북큐레이션 작업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같은 또래라 하더라도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의 관심 영역이 다르니, 관심을 보이는 영역을 선택하고, 그 아이의 독서력을 바탕으로 책을 선택한 후, 강점을 가진 방법으로 독후활동을 한다면 독서 또한 즐거운 놀이처럼 여겨질 것이다.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그림을 그리는 독후활동, 만들기를 좋아하고 잘하는 아이는 만들기로 독후감을 대신하고, 글쓰기를 잘하고 좋아하는 아이는 원고지나 공책에 그 감상을 정리하게 한다면, 독후감 쓰는 것이 두려워 아예 책을 읽지 않는다고 말하는 아이들은 줄어들 것이다. 어른들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강요하는 독서의 무모함으로 책이 아이들의 자신감을 없애고, 압박감으로 부담감을 주는 독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올바른 방법의 풍부한 독서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된다.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세상을 그림책을 통해 느끼게 되고, 더 자라면서 또다른 책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엿보게 된다. 급속하게 변해가는 세상에서 필요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하는 것도 책을 통해서다. 지금은 존재 가치를 지닌 직업도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살아갈 세상에서는 없어지는 직업이 되는 것들이 많다고 한다. 인공 지능을 가진 기계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면, 사람으로서 우리가 서야할 자리는 어디여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것도 책이니 만큼, 독서는 아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삶의 뼈대인 셈이다.

독서 습관이 있어야 전자책도 보는 아이가 되고 어른도 된다. 종이책을 읽지 않는 아이가 전자책이라서 읽는 경우는 드물다. 기존의 방식대로 책을 읽는 재미를 알고 있어야 오늘날의 다양한 매체 속에 있는 정보나 지식을 찾아 읽을 수 있다는 조사 자료가 독서의 중요성을 잘 뒷받침하고 있다. 더하여, 어린아이들의 독서에서 그 방법을 화려하고 자극적인 매체에서 찾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자극은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하고, 화려함은 아이들이 스스로 상상하는 즐거움을 앗아간다. 그러니 스마트폰 중독에 컴퓨터 중독이라는 현실이 심각하고, 떠먹여주는 지나친 독서 방법은 보이지 않게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고 발전하며 나아가야 하는 미래를 불안하게 흔들고 있다.

(사)한국북큐레이터협회는 책이 우리 아이들을 다치게 하는 독이 되지 않도록, 방법을 찾아가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같은 또래여도 키 크기가 다르고 몸집이 다르듯, 타고난 저마다의 강점과 관심을 보이는 영역이 다르다. 이를 중요시하여 독서하는 습관을 위한 기초들을 놓기 위해 애쓰고 있다. 어른의 욕심에서 아이들의 독서목표를 설정하고, 방향을 제시해서는 안 된다.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책을 큐레이션하는 작업이야말로 책을 독으로 접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영약이 되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따라서 독서가 필요한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라도 북큐레이터가 되어야 한다.

독서는 즐거워야 한다. 재미있어야 한다. 좀 더 수월해서 자신 만만하게 읽어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은 책 속에서 꿈을 발견하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을 찾는, 독서하는 사람으로 평생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은 누구보다 독서에 있어서 대가들이다. 책을 꾸준히 보는 습관이 그들을 다른 사람들보다 탁월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책 읽기를 즐겨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삶을 리드해 나가는 멋진 리더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우리 어른들(특히, 독서코칭전문가)은 고민해야 한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분명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방향을 비추어 줄 어른으로 자라날 것이므로 그 길잡이의 역할을 끊임없이 고민해야만 한다.

김 미 정 북큐레이터협회 부회장
사단법인 한국북큐레이터협회 이사 및 부회장
사단법인 평생교육진흥연구회 경기중부교육원장
앤드북 대표
경기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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