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사회적인 큰 실험…충분한 논의 필요"

홍세미 기자 2016.09.23 19:53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왼쪽부터)박효민 건국대학교 이주사회통합연구소, 안전 전남대학교 교수, 최한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서보학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매우 광범위한 사람을 대상으로하면서, 또 워낙 많은 규제 항목이 있다 보니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관한 정책적 논의(주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한국법경제학회, 한국법사회학회)’토론회장에선 찬반 논쟁이 뜨거웠다. 국민이 체감하는 부패 지수가 높다는 것엔 동의했지만, ‘김영란법’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또 김영란법이 국회와 학계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아 허점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상도 너무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규제 항목도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서보학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영란법이 ‘부패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공직사회가 부패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다. 공직사회는 위로부터 말단 공무원까지 부패가 심하다고 알려졌다. 전반적으로 부패를 근절하기 위한 결단과 혁명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국민들이 이 법에 대해서 지지를 보낸 것이다.”

서 교수는 특히 공무원행동강령에는 금지규정이 있지만, 형사처벌 규정이 없어 단속 효과 실효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김영란법은 이를 대체할 법이라고 주장했다.

“형사제재 도입은 찬성이다. 공무원행동강령이 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인 처벌을 내리기 어려웠다. 공공기관 내에서 제 식구 감싸기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형사적인 제재는 옳다고 생각한다. 다만 원안대로 갔으면 좋았을텐데 적용 범위가 너무 방대해진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범위가 확대 됐다고 해서 이 법안이 좌초되면 안 된다. 공직자에서 부패 길을 근절하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서 교수는 김영란법이 가지고 있는 허점에 대해 언급했다. 일단 추상적인 점을 들었다.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구분해 법을 적용할 때 통일성이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김영란법은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따로 두고 있다. 그러나 기존 판례를 보면 이 둘을 구분하지 않는다. 처벌을 내릴 때 직무관련성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면 혼란이 온다. 법적용할 때 통일성이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내가 법을 만들 때부터 판례 입장을 보면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법에서 구분하면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상당한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 바가 있다.

또 ‘직무관련성’이라는 것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도 문제다. 만일 일반 시민이 경찰을 만나서 11만원짜리 선물을 줬다면 그것은 직무관련성이 있는 것일까. 애매하다. 법이 시행되면 상당한 혼란이 오지 않을까. 앞으로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또 직무관련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큰 숙제를 던져준 것이다.”
“누가 김영란법을 통과시켰나?”

최한수 한국조세제정연구원은 김영란법이 어떻게 통과됐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10년 동안 비리가 극심해진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최 연구원은 왜 이 시기에, 어떻게 통과됐는지 질문을 던졌다.

“법을 만드는데 관여한 사람 모두가 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합헌이 났다. 가능케 한 동력은 무엇일까. 권익위에서 부패 인식 지수와 기업 당 접대비 지출 추이를 10년 간 조사했다. 10년 동안 부패지수는 일정했다. 접대비나 청탁이 크게 늘었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는데, 갑작스럽게 도입된 근거가 무엇인가. 학계에서, 국회에서 정말 김영란법에 대해서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통과한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안타깝다.”

또 최 연구원은 ‘누구를 타깃으로 하는 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고위 관료직이나 재벌보다 실질적으로 법에 걸리는 사람은 ‘애매모호한 범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벤츠 여검사 사건과 스폰서 검사 사건이 발생하면서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이런 사람들이 김영란법의 타깃이다. 그런데 급식 업체에서 영업하는 사람들은 학교마다 샘플을 주면서 홍보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도 김영란법에 걸린다. 법이 시행되면 걸리는 97%는 아마 이런 사람들이 될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권력을 가진 사람에 대해 통제가 안 되고, 또 그들이 너무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게 부패의 근원이다. ‘김영란법이 그런 것을 건드리는 법이냐’라고 물으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최 연구원은 김영란법을 통과하게 한 것은 ‘여론의 힘’이 컸다고 주장한다. 그는 국회와 헌법재판소가 대의적인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에 대해 비판했다.

“대중의 불신이 입법과정 압도한 것이다. 김영란법이 왜 옳으냐. 대중이 옳다고 하기 때문이다. 만약 대중영향력이 강한 정책이라면 국회에서는 이 정책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원하는 대중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왜 대의제를 택하고 왜 헌법재판소가 필요한가를 생각해보면 입법과정에서, 심사과정에서 오류를 찾아내고 거르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국회와 헌재가 그런 것을 안 한 것이다. 김영란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무엇보다 법해석과 집행을 유연하게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앞으로도 체계에 대해서 심도 깊게 논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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