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 넘긴 정진석 “이제부터가 시작…자강불식 자세로 노력”

[열린정책 소통합시다]원내대표 백일 “내가 뜻한 바 이뤘다, 원구성 결과 크게 만족”…“한국 정치에서 물 같은 역할할 것”

the300 구경민 우경희 기자 2016.09.01 14:47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만나고 싶었던 정치인에게 궁금하거나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질문하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기자가 직접 방문해 정치인에게 여러분들의 질문을 토대로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 편집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4·13 총선 참패 이후 휘청거리는 당의 쇄신과 화합을 이뤄내야할 과제를 안고 출범한 정진석 호(號)가 100일을 넘겼다. 당내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시기에 원내사령탑에 오른 뒤 당을 이끄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비교적 순항하며 동료 의원들 사이에서 “괜찮았다”는 평을 받는다. 정 원내대표도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내가 뜻한 바는 이뤘다”고 자평했다. 8·9 전당대회에서 이정현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되면서 ‘이정현-정진석 투톱체제’가 완성됨에 따라 원내대표로서 정기국회에서의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시점이다. 원내대표가 된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 대해 신중모드로 일관해 왔던 정진석 원내대표를 국회에서 만났다.

-8월9일 취임 100일을 맞았었는데 소회는
▶보수정당 역사상 최대 참패를 겪은 이번 총선 이후 당은 지도부가 없는 공백상태를 맞았었다. 삭풍이 몰아치는 광야에 홀로 서 있는 심경이었다. 비대위, 혁신위 구성이 다 좌초되고 여러가지 우려곡절이 있었는데 동료 의원들이 많이 협조해줘서 극복할 수 있었다.

4·13 참패는 결국 고질적인 계파주의가 근본 원인이었다. 우리 모두 성찰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나는 어느 계파에도 포함되지 않는 사람이라고 천명해왔다.

JP(김종필) 이외에는 나는 그간 어떤 계보에도 포함된 적이 없다. 친이(친이명박)모임이나 친박(친박근혜)모임이나 비박(비박근혜)모임 어디든 가본적이 없다.

나는 중도를 간다는게 중앙선에 끼인 만큼이나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중도를 가는 것은 정말 위험하지만 당을 위해 나는 중도를 갔다.

-원내대표 100일동안의 성과를 꼽는다면
▶국민들이 당에게 요구했던 단 한가지는 계파청산을 통해 거듭나라는 목소리였다. 현재까지 계파에 편중된 인사를 하지 않고 오직 당의 결속을 위해 중간지대에 서 있으려 노력했다.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해 주신다면 그 부분이 있지 않았나 자평하고 싶다.

또 부족한 점도 많았지만 내가 뜻한바는 이룬 것 같다. 주위에서도 그렇다고들 한다. 지금까지 모든 결정을 할때 내가 이 길이 옳은 길이라고 판단한 길은 고집스럽게 했고 또 청와대에 아닌것 아니라고 목소리도 냈다. 원구성 협상이 제일 중요했는데 순조롭게, 만족스럽게 마무리 됐다. 우리가 1당을 내주면서 의장석도 내줬지만 집권여당으로서 챙겨야할 주요상임위를 확보했다. 원구성 결과 또한 크게 만족한다.

이제 당 대표가 선출된 만큼 원내대표로서의 업무에 보다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곧 정기국회가 시작되는데 이 시기야말로 원내대표가 가장 바쁘고 역할이 큰 시기다. 원내에 많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자강불식(自强不息)의 마음가짐으로 계속 노력하겠다.

-여권은 노동개혁 4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개혁특별법, 규제프리존법, 사이버테러방지법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꺼번에 다 해결될 수 없다면 어떤 거라고 먼저 해야 한다고 보나
언급된 법들은 민생·경제법들이다. 지금 국민들은 일자리 1개가 아쉬운 고통스러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법들을 정치적 협상을 빌미로 묶어둬서는 안된다. 위 법들은 여전히 정치적 상황을 이유로 몇 년째 국회에 묶여 있다. 선별처리는 바람직하지 않으며 하루 빨리 일괄 처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이버테러방지법은 성격이 조금 다르긴 하나 시급하긴 마찬가지다. 이 법은 애초에 노무현 대통령 지시로 시작된 바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모두 지난 정부 시절 국정에 참여하셨거나 여당이었던 경험을 가진 분들이다. 지금이야말로 높은 책임감을 발휘할 때라고 본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정현 당대표 체제에 대한 평가는

▶업무분장이 당헌당규에 명확히 명시돼 있다. 나는 국회 원내사령탑으로 역할을 하면 되는거고 이정현 대표는 당의얼굴로서, 최고책임자로서 역할을 하면 되는거다. 이정현 당대표 선출은 매우 잘된 일이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도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사이다. 내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의원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대변인격으로 활동했던 이정현 대표와 자주 만나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박근혜 당시 의원과의 관계 조율을 했던 경험도 있다. 그리고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이정현 의원이 집권여당 대표로 당선된 것은 ‘스토리텔링’이 먹힌 결과로 얘기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이 인상적으로 각인된거다. 다시말하면 ‘이정현’이라는 정치인 개인이 빛나는 성과를 가져왔다고 본다. 물론 표가 몰린 것은 위기의식이 반영된거다. 4·13 총선 이후 집권여당이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 그것이 당원들 마음속에도 이심전심으로 옮겨져서 ‘위기일수록 결속하자’라는 표심이 작동한것이라고 본다.

-이정현 대표가 여론조사를 중점으로 하는 ‘슈퍼스타K(이하 슈스케)’ 방식의 대선 후보 경선을 제안했는데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지도부의 임무는 내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공정한 링’을 만드는거다. 그래서 공정한 링에 올라가서 싸우게 만드는 장을 만드는거다. ‘충청대망론’이라는 표현 자체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지역의 맹주 시대는 갔다. 삼김시대도 끝났다. 시대정신에 맞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또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 예를들어 일자리 문제, 양극화 문제, 저출산 고령화 문제 이 세가지 문제에 답해야 한다. 이 세가지 주제에 처방전을 제시할 수 있는 지도자라야 국민들로부터 관심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충청대망론의 중심에 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국제외교의 수장으로 누구보다 국제관계-남북관계에 강점을 갖고 있지만 아직 대선출마를 선언한 적은 없다. 반 총장은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지만 정치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결단력 있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어떻게 보여 줄 수 있느냐가 숙제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야권에서 손학규 전 민주당 상임고문 정계복귀 얘기도 나오는데

▶한나라당에서 3선과 장관, 도지사를 했는데 진보진영으로 이적해서 국민에 남긴 인상은 보궐선거 낙선 뿐이다. 그 뒤로 토굴생활 몇년 하고 돌아온다는 것은 철저한 자기욕심이다. 만약 새누리당으로 돌아온다 해도 내가 안 받아준다. 내가 정치평론을 한다면 지금 거론되는 여야의 어떤 후보도 어떤 대선주자도 ‘단기필마’로 혼자서 내년 12월 고지에 올라설 수 없다. 여야 구분없이 짝짓기를 해야된다. DJ는 JP와, 노무현은 정몽준과 연합했고 박근혜는 야당에 있던 김종인을 데려와 경제민주화 보완재로 활용하면서 대통령이 됐다.
절대강자가 아니고는 다 짝짓기로 대통령이 된 거다. 지금 거론되는 대선주자들은 박근혜·이명박에 비해 부족하다. 그래서 대통령제에는 한계가 왔으며 (연립정부가 가능해지는) 개헌이 시점의 문제가 됐다.

-정 원내대표가 생각하는 개헌 시점과 방식은
▶현행 대통령제는 ‘불행한 역사’다. 그간 단 한 차례도 대통령이 퇴임 후 평탄한 적이 없었는데, 이는 대통령제가 승자가 모두 갖는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 형태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제에 한계가 온 상황에서 권력을 분점하고 분할하는 개헌은 이미 시점의 문제가 됐다. 같은 맥락에서 대권주자들이 당선되기 위해서는 국민이 원하는 개헌론을 제시해야 한다. 나는 개헌 방식에 대해 ‘독일식 내각제’ 모델을 제시하고 싶다. 임기를 절반만 하고 대의를 위해 물러나면 21대 총선 즈음해 대통령-수상을 함께 뽑는 방법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타협이 안 되는 갈등구조 속에서 연 400조원 예산 중 100조원이 갈등비용으로 지불된다. 대통령이 뭘 하고자 해도 국회서 버티면 아무것도 안 되는 상황에서 개헌을 해야 한다.

-수차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를 요구한 것에 대해서는
▶당내 다수가 사퇴하는 것이 순리고 상식이라고 생각한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 의혹제기는 돼 있지만 입증된 것이 없으니 우 수석이 형사법적 팩트와 어떤 정서법적 기준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거친 4선 의원에 집권당의 원내대표까지 맡으셨다. 정치인으로서 최종적 꿈은
▶우선적으로 새누리당 정권 재창출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원내대표 임기 기간 동안에도 제 자신이 빛나기 보다는 새누리당의 재집권을 위해 밀알이 되겠다는 각오로 일하고 있다.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냐는 질문은 매우 어렵지만 한국 정치에서 물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 밥을 지을 때 물이 반드시 필요하듯 주인공은 아닐 수 있겠지만 묵묵히 제 갈길 가는 그런 정치인이 되고자한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 1960년 9월 4일 출생
––고려대 정치외교학 학사
––한국일보 정치부 차장
––한국일보 논설위원
––제16대, 17대, 18대 국회의원 (충남 공주시연기군)
––제27대 국회 사무총장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사업회 이사
––한국핸드볼발전재단 이사
––現 제20대 국회의원 (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새누리당)
––現 새누리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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