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탕 논란, ‘무법지대’ 관련법 ‘적용’의 문제

[법의 사각지대, 그곳에서 희망을]동물의 고통 담보, 안될 말

임윤희 기자 2016.08.16 09:39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법의 사각지대를 찾아 그곳에서 벌어지는 문제점을 알리고 더 나아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코너로 소외된 곳에 희망을 줄 수 있는 법의 울타리를 함께 모색하고자 한다. 1월호부터 아동 놀이터 문제를 시작으로 2월호에서는 다문화, 3월호에는 군대 선진화법, 4월은 주거문제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법의 사각지대를 찾아 관련 법 제정까지 확장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자 한다. 8월호에는 <살아있는 것들의 눈빛은 아름답다>의 저자 박종무 원장을 만나 동물학대에 대한 사각지대를 파헤친다. / 편집자
연일 30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다른 해보다 유독 올해는 무척 습하고 덥게 느껴진다. 사람들은 초복, 중복, 말복이라 하여 더운 날씨에 음식으로서 그 기운을 북돋우다.
복날은 중국의 '사기(史記)'에서 유래됐다. 진의 덕공 2년 이후 신하들에게 고기를 나누어 줬으며, 민간에서도 더운 여름에 식욕이 떨어지는 것을 보충하기 위하여 육식을 한 것으로 적혀있는데 성 4대문안에선 개를 잡아 충재(蟲災)를 방지했다는 내용이다. 중국에서 삼복 때 개장국으로 몸보신을 하며 더위를 물리치던 풍습이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이어오고 있다. 삼계탕과 추어탕 장어 등과 함께 몸 보신을 하는 음식으로 알려진 보신탕은 그 효능과 맛에 앞서 아직까지도 국내 찬반논란과 국제적 조롱거리로 언급되기도 한다.

그러나 보신탕을 먹는 것에 대해 어떤 것이 문제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동물 보호 시민 체인 ‘카라’에 따르면 살아있는 개가 보신탕으로 식탁에 오르기까지 최소 5개의 현행 법률을 위반한다고 한다.
사육과정에서 개에게 음식쓰레기를 급여(사료관리법 제14조), 불법 개농장의 분뇨 발생과 피해(가축분뇨법 제11조), 허가되지 않은 곳에서 도살(축산물위생관리법 제7조), 특히 전기감전에 의한 방법(동물보호법 제8조), 재래시장에서 개의 지육을 전시·판매(식품위생법 제4조·제5조) 등이다.
몸에 좋다고 해서, 남들이 먹어서, 맛있어서 등 다양한 이유로 보신탕을 먹어 왔지만 굳이 현행법상 위반 항목이 많은 음식을 먹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렇게 개의 식용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만연히 자행되고 있는 법의 사각지대였다.

또 하나의 동물 관련 사각지대를 찾아보자면 아이러니 하게도 가장 많은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동물원이다. 최근 한 동물원에서 한 아이의 발걸음이 멈추어서 한참을 움직이지 못한 곳은 바로 바다코끼리 앞이었다. 좁은 우리 안에서 반복적으로 이상한 행동을 하는 바다코끼리의 모습이 누가 봐도 비정상이었다. 최근 이에 대한 연구 결과도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이를 ‘정형행동’이라고 한다. 사람만 정신병이 있는 것이 아니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도 좁은 우리 안에서 미쳐가고 있다. 일부 동물 복지를 생각하는 사람들에 의해 ‘행동풍부화’를 통해 비정상적 행동을 줄이고 동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안들이 나오고 있다. 또한 동물원에 대해 무법(無法)이었던 우리현실에 동물원 사육동물의 학대 방지를 골자로 한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법)이 최근에 국회를 통과 한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물론 진통 끝에 통과되었고 핵심 내용이 빠져 있다는 것이 문제지만 동물복지가 무엇이고, 왜 해야 하는지 조차 몰랐던 때에 비하면 발전하는 모습이다.
▲박종무 평화와생명 동물병원 원장

8월 법의 사각지대코너에서는 이 두 가지 문제를 사각지대로 규정하고 최근 <살아있는 것들의 눈빛은 아름답다> 라는 저서로 동물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박종무 원장을 만나 그 해법에 대해 물었다.

-수의사로 활동하시면서 동물 보호단체에서도 활동 중이신데 소개 좀 부탁드린다

▶개인적으로는 작은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고, 동물 보호 시민단체 카라에서 이사직을 맡아 활동을 하고 있다.

-살아있는 것들의 눈빛은 아름답다라는 책을 최근 펴내셨는데 계기는

▶동물에 관한 글을 개인 블로그에 지속적으로 게재하고 있었다. 봉사활동이나 동물 보호 이슈나 이런 부분에 대해 생각을 담았다가 정리하는 차원에서 책을 엮었다.

-법의 사각지대에 대해 다루는 코너로 이번엔 동물복지 관련 사각지대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동물복지의 우리 현 주소는 어떤가

▶우리나라도 일단 동물 보호법이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많은 동물들이 법외에 놓여 있다. 특히 얼마 전 티비에 나온 반려동물의 생산과정 등 대부분 굉장히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여기에 동물 관련 사각지대라면 뜨거운 감자 같은 것이 보신탕이다. 관련법은 있으나 이해 당사자들에 의해 동물의 복지는 뒷전으로 밀려 법이 현실 속에서는 그다지 동물을 보호하지 못하는 상태에 있다.

-보신탕을 말씀 하셨는데 관련해서 사각지대로 볼만한 것은 어떤 것들이 있나

▶개 경매장이 있다. 작은 개 위주로 경매를 하는 것이 보통인데 가끔 나이 들고 큰 개 위주로 경매를 하는 곳이 있다. 그런 아이들을 경매해서 식용으로 팔린다. 개는 축산 가축이 아니기 때문에 축산법 외에 있어서 도축 과정도 축산동물에 비해 무척 비위생적이다. 시민단체 카라에서 큰 개 경매장에서 한 마리 개를 추적해 보니 서울 근교에 도축장을 차려놓고 해체하여 부위별로 판매하고 있었다. 명백히 동물을 고통스럽게 도축하는 학대의 장면이었지만 구청 직원을 대리고 가도 개인이 고기를 먹기 위해 도축 한 부분이기 때문에 법의 테두리 밖에 있다고 하여 어떤 제제나 처벌도 할 수 없었다.

-그럼 동물 경매는 법적으로 가능한 것인가

▶가능하다. 동물을 판매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매 또한 가능하다.

-그렇다면 경매한 동물의 쓰임새는 법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나

▶그렇다. 그 부분이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다. 동물 학대에 대한 법은 있다. 그러나 잡아 먹기 위해 도축한다 라고 했을 때, 축산동물 즉 소, 돼지, 닭, 오리 등은 법에 의해 도축과정이 도축법, 또는 축산물 관리법으로 운영 되고 있다. 법에서는 축산물을 유통하기 전까지의 과정에 적용되는 법이 여러 개 있지만 개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 돼지나 닭을 키워서 도축하려면 기본적으로 축사 폐수처리 등 위생과 관련해서 법이 있지만 개는 축산동물로 인정 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위생적으로도 더 좋지 않은 환경에서 도축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개도 가축으로 보고 유통과정에서 조금 더 위생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인가

▶동물 보호와 관련된 외국 단체에서도 한국에서 개를 식용으로 먹는 것과 관련하여 지탄을 많이 받는다. 과거 먹고 살기 어려운 시절에는 개고기를 먹는 나라가 꽤 있었지만 지금은 먹거리가 많지 않나. 개와 교감이 많기 때문에 식용으로 먹는데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아직 먹고 있어서 야만족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개를 축산물로 인정하면 양성화 되어 더 부정적인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개는 축산물이 아니기 때문에 도축이나 유통은 불법이라고는 할 수 없고, 도축에 대한 금지 조항이 없기 때문에 법적인 제재가 어려운 상황으로 식용에 대한 음성화가 자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 이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닭 같은 축산동물에 대한 사육환경도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동물 복지는 그런 측면에서 생각해야 한다.

-동물원법이 19대 마지막 본 회의에서 통과되었다. 그러나 동물 쇼나 이색 체험전은 지속될 예정인데, 학습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동물 학대에 대해서 어떤 의견이 있나

▶말씀 하신 이색 동물전, 동물 체험전 같이 호기심을 유발하게 해서 돈벌이 대상으로 삼는 경우들이 있는데 사실 동물들이 어떻게 받아 들일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동물 입장에서는 별로 즐겁지 않은 일임에는 분명하다. 동물원법은 이제 막 국회를 통과했다. 그전엔 전국에 몇 개의 동물원이 있는지 조차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이 하는 쇼도 마찬가지로 관람하는 이들은 재미있겠지만 인간의 눈에 맞추어 동물들의 움직임을 훈련시킨 모습이다. 자연스러운 행위가 아니다. 그 과정에서 학대가 아예 없을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 그런 법이 없기 때문에 관리자들은 그런 적이 없다고 하면 그만이고, 또 동물들은 말이 없다. 굉장히 자의적인 부분이다. 동물이 고통 받는지 받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판단하기가 힘들다. 예민한 일들은 장막 안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해결하기 힘든 문제다. 또한 별다른 고통을 주지 않더라도 동물원 자체가 동물들에게는 굉장한 고통을 줄 수도 있다. 크기가 큰 동물들에게는 좁은 환경이,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들에게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것이다.

-동물 복지에 대한 선진국에 법은 어떤가

▶얼마 전 쿠바에서는 큰 동물원 자체가 자신 폐쇄 되고 자연 방사 된 사례가 있었다. 좁은 공간의 보여주기 위한식 보다는 동물 자체의 습성에 맞는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그런 방식으로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제도화 되어야 하는 많은 부분이 있지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람 사이에서도 굉장히 많은 트러블 들이 발생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 그것들이 모두 법이 없어서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법을 아무리 강화한다고 해도 법망을 피해가려는 사람들이 있다. 법이 천 가지 만 가지 있다고 해도 빠져 나가려는 마음을 먹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동물관련법도 마찬가지이다. 보신탕과 관련해서도 규제도 할 수 있고 단속할 수 있지만 적용을 안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으로 돈을 버는 이들이 법망을 빠져 나가는 것이고 최소한의 법은 있어야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동물이라는 생명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예전 미국에 노예제가 있었고 백인들은 흑인을 사람으로 바라보지 않고 개인 소유의 재산으로 생각했다. 노예제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던 사람들은 노예제로 인해 전쟁까지 치르지 않았나.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결국 사람들의 생각이 중요하다. 하나의 생명으로서 존중이 선행되어야 한다.
▲박종무 평화와생명 동물병원 원장

-동물 복지에 대해 동물이 먼저 인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많은데

▶먹고 사는 것 까진 좋은데 동물을 어떻게 대하느냐의 차이다. 동물의 고통을 담보로 우리의 먹고 사는 문제를 논하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자세나 마음가짐에 대해 조언해 주신다면

▶반려동물이라는 말을 쓴 것도 얼마 안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애완동물이라는 말을 썼었다. 두 말의 가장 큰 차이는 애완은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동물이라는 의미이고 반려라는 말은 인생의 반려자와 같은 맥락으로 같이 살아가는 친구와 같은 개념으로 변하고 있다. 동물이 나이가 들어 병수발까지를 고려하고 가족으로 맞이 해야 한다. 평생을 돌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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