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혀있을 줄 알았던 새누리, 겪어보니 ‘열린 정당’”

임윤선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위원, “정치 행보?…나에게 열려있는 길로 갈 것”

홍세미 기자 2016.08.08 10:17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새누리당 비상혁신위원회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8일 활동을 마무리한다. 두 달 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칭찬보단 비판이 더 익숙할지 모르겠다. 위원장 인선 과정부터 잡음이 끊이질 않아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힌 비대위다.

비대위원 중 가장 주목을 받았던 사람은 임 위원이다. 그는 방송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그런 그가 정치권에도 발을 내딛었다.

딱딱할 것 같은 법조인 출신 정치인 이미지와는 다르게 임 위원은 시종일관 소탈했다. 그는 인터뷰가 진행된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맥주 한 잔 할까요?”라고 제안했다. 의도치 않게 취중인터뷰가 됐다. 임 위원은 ‘낮술’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마치 일탈하는 기분이란다. ‘사람냄새’나는 모습에 그의 매력이 돋보였다.

임 위원은 자신이 두 달 동안 몸담은 혁신비대위를 어떻게 평가할까. 임 위원은 지난달 26일 더리더와의 인터뷰에서 비대위는 그야말로 ‘당황의 연속’이라고 밝혔다.

▲임윤선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
-혁신비대위가 앞으로 일주일 남았다. 칭찬보다는 비판을 더 많이 받았다. 일단 ‘존재감이 없다’는 평가가 가장 많았다

“외부에 대놓고 보여주지 않는다고 내부에서 일을 하지 않은 게 아니다. 비대위원들을 보면 끊임없이 노력했다. 두 달이라는 시간이 주는 한계가 크다.”

-정점을 찍은 것은 국민백서다. 이것에 비판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선

“‘국민’에 방점을 둘 것인지, ‘백서’에 주목할 것인지 차이였던 것 같다. 우리가 생각한 것은 ‘국민’ 백서다. 대부분 ‘백서’에 방점을 두길 바랐나보다. 너무 뻔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왜 공천이 그렇게 됐는지에 대해 불만이 많으니 따끔한 일침이 있길 바란 것 같다. 그런데 국민들은 언론을 통해서 백서의 결론만 봤다. 기승전결, 전체적으로 다 보면 국민백서는 분명히 의미가 있다.”

-임 위원이 생각하는 진짜 총선 참패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오만이다. ‘새누리당이니까 찍어주겠지’하는 오만이 패배로 이끌었다. 어느 책에도 나왔지만, 모두 정보를 접할 수 없을 땐 제품이나, 어떤 특정한 것에 대한 ‘충성도’가 높았다고 한다. 따지지도 않고 이 브렌드 제품이면 산다는 것이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에게 객관적인 정보가 노출된다. ‘일단 새누리당’이라는 생각이 사라진 지 오래다. 국민들은 따져가며 후보를 선택한다. 새누리당은 트렌드를 잘 알지 못했다. 무슨 짓을 해도 찍어줄 줄 알았나보다.”

-구체적인 이유를 들자면. 이를테면 ‘계파갈등’처럼

“계파갈등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심했다. 무엇을 위한 계파인지 모르겠다.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계파갈등이 아니었다. 그저 싸우기만 하는 계파갈등이었다. ‘잘못했다’고 퍼포먼스 하면 찍어줄 줄 알았나. 국민들이 무엇에 분노하는지 아젠다를 찾지도 못했다.”

-직접 겪은 새누리당은 계파갈등이 심한 곳이었나

“국회에 가면 지도부만 보니까 잘 모르겠다. 당원들을 봐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내 경험만 말하자면 정말 좋은 인상을 많이 받았다. 여당인데다가 기득권이라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 또 혁신비대위가 처음 발족했을 땐 허수아비처럼 앉아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런데 우리 목소리가 꽤 많이 반영됐다. 그런 것을 보고 사실 조금 놀랐다. 의외로 세세한 것을 새겨들어 주시더라. 특히 이학재 의원이 참 인상 깊었다. 모두 발언할 때나 대외적으로는 굉장히 조용하신 분이다. 비대위에서 나온 말 하나하나 그냥 지나치지 않고 실천에 옮긴다. 당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의원들을 복당하는 과정에서 김희옥 위원장과 정진석 원내대표의 갈등이 고스란히 매스컴을 타기도 했다

“살아 온 인생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김 위원장은 법조인 출신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에 직면한다. 정 원내대표는 정치인이다. 선택의 문제에 직면한다. 김 위원장은 사실관계 여부를 따지기 위해 시간이 조금 필요했던 것이고, 정 원내대표는 선택의 시간이 앞당겨졌으면 좋겠다고 생각이었을 것이다.”

-녹취록 공천 파문이 나왔을 때도 비대위는 ‘사죄’로 마무리지었다

“그 녹취록은 1월에 있었던 일이다. 만약 그것이 최근에 터진 일이라면 비대위도 목소리를 냈을 것이다. 총선 전, 비슷한 이유로 탈당을 했었고 그 후엔 우리가 복당을 시켰다. 그것을 또다시 문제 삼는 것은 이전투구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나.”

▲임윤선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
-임 위원은 시종일관 관심을 몰고 다녔다. 방송 경력이 있으니 언론의 관심에 익숙할 수도 있겠다


“관심의 유형이 다르다. 처음에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이전에는 내가 잘못한 것으로 내가 욕을 먹었다. 비대위원이 되고 난 후에 내가 잘못하면 나만 욕먹는 게 아니지 않느냐. 아무리 이빨 빠진 호랑이라는 말이 있지만, 집권 여당 지도부다. 이름이 주는 무게가 있다. 내 잘못이 결과적으로 당에도 피해가 갈 수 있다는 게 무서웠다. 아직 나는 영글지 않은 사람이다. 선을 벗어나고 싶은, 내 안에 꿈틀거리는 자유가 있다. 여차하면 실수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시종일관 조심스러웠다.”

-조심스러운 것 치고 말이 자극적이었다

“(웃으며)나보다 더 세게 말하는 의원도 많다. 세기로 볼 때는 그렇게 센 것 같지 않은데 이슈 돼서 깜짝 놀랐다. 왜 그런(이슈 되는) 것 같으냐. 정치인들과 쓰는 단어가 달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정치인들이 쓰는 일반적인 표현이 아닌 표현이 낯설어서 그러는지 모르겠다.”

-처음에 김희옥 위원장한테 제의를 받은 것인지

“모르는 번호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 ‘김희옥 입니다’라고 하더라. 3초 동안 멍했다. 전혀 생각지 못한 전화라 ‘김희옥’을 듣고 누군지 잠깐 생각했다. ‘비대위를 꾸릴 때 많은 추천이 있었다’고 하면서 제안했다. 비대위가 무산된 것을 뉴스로 접했지, 나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 못했다.”

-이전부터 정계 제안이 있었다고 했는데

“선거 때 제의가 오긴 했다. 지도부 구성할 때에도 제의가 왔다.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오는 기회는 독이라고 생각했다.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이 정계로 간다면 국민이 피해본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준비가 됐다고 생각해서 수락한 것인지

“혁신비대위를 맡은 게 정식적으로 정치를 시작했다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당에 가입하지도 않았다. 전당대회 선거인단도 아니다. 여전히 부족하다. 지금은 계속 공부하고 있는 단계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어떻게 흘러갈 것으로 보나
“후보자들이 당 개혁을 들고 나오지 않겠나. 가장 그래도 개혁을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는데…, 개혁의 목소리가 진짜 당과 국가를 위한 목소리였으면 좋겠다. 자기의 목소리를 내기위해 일부러 당청 대립각을 만든다든지, 어떤 정치적 입지를 위해 ‘개혁가 코스프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사람이 당대표가 돼야 새누리당이 대선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우리나라 성평등 지수가 OECD 28개국 중에 28위라고 한다. 또 지난해 2015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의 성평등지수는 조사대상 145개국 중 115위다. 이렇게 보수적인 나라에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엄모(嚴母) 이미지’와 부드러운 여성의 이미지를 동시에 봤기 때문이다. 지금은 누구에게서도 그런 이미지를 찾을 수 없다. 새누리당이 갑자기 엄부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당대표가 될 분은 그런 사람을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임 위원도 법조인이다. 국회의원 중 법조인 출신이 많다. 장단점을 꼽자면

“가장 큰 장점은 법을 잘 안다는 것이다. 입법권자로 전문성이 있다. 법의 취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법의 필요성과 미비점 등을 잘 알고 있다. 이 점은 아무래도 좋은 법을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다. 단점은 무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판사, 검사는 누군가의 인생을 판단한 사람들이다. 자신의 의견이 틀렸다는 생각을 잘 하지 않을 수 있다.”

-임 위원은 가족 간 보좌관 채용 금지를 제안했다. 직접 보니 심각하다고 느꼈나

“가족을 보좌관으로 채용하는 것은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채용을 가장해서 나라 세금을 횡령하는 것이다. 4급이나 5급으로 이름을 올려두고 그 월급을 횡령하는 것이다. 국가 부채가 얼만데, 나랏돈을 도둑질하는 것이냐. 또 다른 문제는 청년들에게 ‘기회의 평등’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출발은 동등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뒤에 서 있는 사람을 앞으로 당겨야하는 게 국가의 역할이다. 누군가에겐 그 자리가 얼마나 값진 자리겠느냐. 그것을 어떤 사람은 손쉽게 얻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현재 대한민국 청년은 어떤 상황에 놓여있다고 생각하나

“기득권층과 대항하는 계층의 대립 사이에서 나라는 발전했다. 사회 질서는 그 밸런스를 맞춘다. 지금은 청년들이 더 이상 대항하지 않는다. 시도하지도 않는다.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기득권에게 잘 보이는 것이다. 기득권이 좋다고 하는 스펙 위주로 만드는 것이다. 그들은 그럴 수밖에 없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라도 개선하기 위해 청년위원을 따로 뽑을 때 청년들이 직접 뽑자고 제안했다. 청년이 보기에 진짜 괜찮은 사람을 뽑아야지, 우리가 보기에 괜찮은 사람이 무슨 소용인가.”

-앞으로 정치를 계속 할 생각인가

“전혀 모르겠다. 나는 지금까지 계획대로 살지 않았다. 계획을 세워본 적도 없다. 대학도, 사법고시도 계획을 짜서 달성한 게 아니다. 내게 맞는 길이라면 열려있지 않겠나. 방송이든, 정치든 만약 그게 내 길이라면 그 길이 열릴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열려있는 길로 가면 된다.”

▲임윤선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
임윤선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위원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서울대 불어교육학 학사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법무법인 지평지성 변호사
-現 법무법인 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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