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전화 녹음 안 되는 폰 왜 쓸까

아이폰 사용 비율, 새누리 6%, 더불어 22.3%, 국민의당 13.15%, 정의당 50%

홍세미 기자 2016.08.05 10:02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현대인에게 스마트폰 없는 삶은 생각할 수 없다. 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부모님도, 애인도, 친구도, 직장동료도 아닌 바로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은 내가 언제 일어나고, 무엇을 듣고, 또 관심사는 무엇인지 모두 알고 있다.
그만큼 스마트폰은 나의 ‘프라이버시’가 담겨있다.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의 경우에 스마트폰 속 정보는 ‘국가 기밀’이나 마찬가지다. 국가정보원의 메신저 사찰 파문 등 스마트폰의 보안이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렇다면 국회의원들은 어떤 스마트폰을 쓸까. 그들의 ‘스마트폰 기종’에 따른 당 성격도 가지각색이다.

국회의원 스마트폰 보유율 97%…2G폰 쓰는 사람, 8명

더리더는 국회의원 300명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핸드폰 기기를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국회의원들이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번호로 조사했다. 국회의원 300명 중 292명(97%)이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나머지 8명은 ‘폴더폰’이라 불리는 2G폰을 이용하고 있다.

국회의원 스마트폰 보유율은 일반 국민보다 높은 비율을 기록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0대 스마트폰 이용률은 81.9%다. 국회의원 평균연령 55.5세를 감안하면 일반 사람들보다 많은 이용률을 기록하고 있다. 의원들은 스마트폰을 쓰는 이유에 대해 ‘정보 공유’를 들었다. 보통 스마트폰 매신저 단체 방을 만들어 의견을 공유한다. 전체 당원들끼리 만든 전체 방을 비롯해 상임위원 방, 초선 의원 방, 각자 소속된 정치 모임 방 등이 있다.이 방은 의원들의 소통 창구다. 한 초선 의원은 “스마트폰이 없다면 정보에 뒤처져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시간이 흘러도, 국회가 변해도 ‘2G폰’을 고집하는 의원들이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2G폰을 쓰는 의원의 보좌관은 “의원은 핸드폰으로 전화와 문자만 하는데, 굳이 스마트폰을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정치권에 몸담은 다른 한 의원은 ‘도청’의 경험이 있다고 전하며 “해킹할 수 없는 2G폰이 보안상 안전하다”고 밝혔다.

아이폰 사용 비율, 정의>더불어>국민의당>새누리 순

국회의원은 어떤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많이 쓸까. 바로 안드로이드다. 국회의원들은 88.3%(265명)는 삼성이나 LG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나머지 11.6%(35명)는 IOS(아이폰)를 이용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2∼13일 전국 성인 1천4명 중 스마트폰 사용자 8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0대 아이폰 사용 비율은 3%다. 20대는 41%, 30대는 32%, 40대는 8%, 60대 이상은 1%로 나타났다. 장년층이 될수록 아이폰 이용 빈도는 떨어졌다. 일반 50대의 아이폰 보유율 3%에 비해, 국회의원들은 세 배 많이 아이폰을 이용했다. 정당별로도 안드로이드와 IOS 보유율은 차이를 보였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6.2%(8명)가 아이폰을 사용했다. 나머지 93.8%는 안드로이드를 이용했다. 더불어민주당 아이폰 보유율은 22.3%(27명)에 달했다. 나머지 77.6%(94명)은 안드로이드를 이용했다. 국민의당은 13.1%(아이폰3명+안드로이드와 병행 2명)가 아이폰을, 86.9%가 안드로이드를 썼다. 또 정의당은 50%(3명)가 아이폰을, 50%(3명)가 안드로이드를 사용 했다. 여당은 IOS 이용률이 6.5%인 반면, 야권 정당 의원들은 평균 28.4%를 기록했다.

‘녹취도 안 되는’ 아이폰 쓰는 이유

IOS는 안드로이드에 비해 체계가 복잡하다. 젊은 세대는 새로운 통신기기에 빨리 적응하는 반면, 중장년층은 IOS 체제가 버거울 수 있다. 장년층은 운영 체제가 비교적 쉬운 안드로이드를 더 선호, 아이폰 사용 비율은 적다.

게다가 아이폰은 통화 중 녹음이 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미국에선 통화 중 녹음이 불법이다.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국회의원들은 차후에 문제가 발생할 것을 대비, 증거로 제출 할 수 있는 통화 중 녹음은 필수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체계도 복잡한데다가, 통화 중 녹음도 되지 않는 IOS를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이폰이 보안이 잘 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야당 의원들이 보안에 더욱 민감하다는 해석이다. 특히 지난해 국정원 해킹 사찰 의혹이 논란 당시 안철수 의원의 해킹 시연은 큰 화제를 불렀다. 애플 아이폰 운영체제인 IOS 운영체제는 보안이 탁월해 해킹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을 고려한 것은 메신저 이용에도 나타난다. 보통 단체 방이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은 카카오톡을, 국민의당은 이스라엘의 바이버를, 정의당은 러시아의 텔레그램을 이용한다. 서버를 외국에 둔 메신저를 이용하는 것은 보안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반면 “아이폰이 더 편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의원도 있다. 한 의원은 “아이폰이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써서 익숙해서 계속 쓰고 있다”고 말했다. 보안 질문엔 “아이폰이라고 해킹 못할 것 같으냐”라며 “해킹 생각하면 스마트폰 못 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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