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은 단순한 교과목이 아니다

-인성교육진흥법 시행 1년을 지나며(1)

가현정 작가 2016.08.05 09:41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법무무 인성교육 강사로 활동하는 가현정 작가는 참된 인성의 길은 자연에 더 가까워지는 자연스러움에 있다고 말한다. 인성교육진흥법 시행 1년을 맞이하여 지금까지 학교 중심으로 이루어진 인성교육을 진단하고 분석하여 올바른 인성교육 방향을 제시하고자 칼럼을 기획하였다. 1회 인성교육은 단순한 교과목이 아니다, 2회 참된 인성교육은 일상에서 이루어진다, 3회 참된 인성의 길은 자연스러움에 있다로 총 3회에 걸쳐 연재할 계획이다. 교실 속 인성교육에서 출발하여 일상으로 녹아든 인성교육을 제시하고, 참된 인성의 길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자연스러움에 있음을 강조한다.
좋은 인성을 기르기 위한 교육에 힘쓰겠다며 제정된 인성교육진흥법. 2014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인성교육을 의무로 규정한 세계 최초의 법이다. 인성교육진흥법의 입법으로 최소한 인성교육이 필수교육으로서 제도화 된 점은 확실하다. 2015년 7월 21일에 발효되었으니 시행 1년을 지나고 있는 시점에서 과연 입법취지대로 좋은 인성을 제대로 기르는 교육이 이뤄졌는지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인성교육이 나아가야할 바람직한 방향에 대하여 법무부 소속 인성교육 강사로 활동하면서 생각해오던 바를 나누고자 한다.

이 법에 명시된 인성교육의 정의는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며 타인,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사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다. 인성교육진흥법은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시민 육성을 목적으로 한다. 무엇보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인간으로서 공동체적 삶에 적합한 품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이 법안에 따라 2015년 7월부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학교에 인성교육 의무가 부여되었고 시행된 지 1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인성교육진흥법 시행 1년
인성교육진흥법에 의거하여 정부는 인성교육진흥위원회를 설립해 5년마다 인성교육 종합계획을 수립한다. 또 종합계획에 따라 17개 시·도 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은 개별 기본계획을 세우고 실행하게 된다. 전국의 초·중·고교는 매년 초 인성교육 계획을 교육감에게 보고하고 인성에 바탕을 둔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아울러 교사는 인성교육 연수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고, 사범대·교대 등 교원 양성기관은 인성교육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필수 과목을 개설해야 한다.

인성교육의 핵심기지인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식을 가르치는 곳이 아닌 인성을 함양하는 곳으로서의 학교가 인성교육진흥법의 입법 목적에 맞게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인성교육이라는 교과 과목이 하나 더 늘어난 수준으로는 결코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인성교육은 단순한 교과목이 아니다
외양으로만 볼 때 현행 학교 인성교육은 잘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프로젝트 수업이나 인성 프로그램 이수를 권장하고, 예술과 체육 등의 교과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교과목 내용 중심의 수업에서 벗어낫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학생들의 인성적 행동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프로그램 중심일 가능성이 높으며, 장기적인 변화를 이루지 못하고 단순히 프로그램 참여 수준의 일시적인 효과만 얻게 될 수 있다. 프로그램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현행 인성교육은 근본적인 인성교육 효과를 얻을 수 없다.

프로그램 중심 교육만으로는 한계
그렇다면 대체 무엇으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인성교육을 진흥할 것인가?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교실 안에서 부터의 회복이 이루어지면 된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 있다 한들 학교교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실에서의 생활을 따로 떼어둔다면 지속적인 교육효과를 누리기 어렵다. 교실 속 수업과 생활을 중심에 두고 각종 프로젝트나 프로그램에 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탄탄한 인성교육의 기틀 마련을 위해서 교실에서부터 교육의 본래적 의미와 가치를 드러내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교실을 중심에 두지 않는 다면 나무의 뿌리와 기둥은 신경을 쓰지 않고 그저 나무 가지에만 정성을 들이는 셈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교실 속에서 이루어지는 반인성교육적 형태를 찾아내어 바로 잡아야 한다. 단순한 주입식 암기식 반복식 수업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공지능시대인 오늘날, 여전히 과거의 산업화 시대에 통용되는 수업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효과도 없고 재미도 없는 수업 방식을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교실 속에서의 진정한 교육이란 지적인 측면과 기술적 측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인간으로서 인공지능을 뛰어넘을 수 있는 위대한 힘,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수업이 되어야 한다.

탄탄한 인성교육의 기틀 마련의 장, 교실
하지만 오랫동안 별 다른 각성도 없이 관행처럼 이루어진 교실 수업을 바꾸는 일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무엇보다 교실에서 솔선수범의 역할을 담당하는 교사들의 인식 전환이 필수적이다. 또한 교사들을 지지해주는 교육정책과 지원제도가 필요하다. 그저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라는 인식의 틀을 바꾸지 못하는 가장 큰 세력은 학부모들이다. 자녀가 우수한 입시성적만을 내놓기를 바라는 부모야말로 인성교육에 거대한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교사와 학부모를 중심으로 인식전환과 그에 맞는 실천이 필요하다.

인성교육에 대한 인식전환이 급선무
실제 삶과 유리된 교육은 아무런 성과도 낼 수 없다. 이는 인성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인성교육이란 인간의 삶을 고스란히 되살려 내는 일을 하는 것이며 인간의 삶 혹은 삶의 활동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인간이 좋은 삶을 영위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쌓아온 노력의 산물을 전수받는 곳이 교실이어야 한다. 그래야 지식과 삶의 분리 문제뿐만 아니라 단편적인 프로그램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현행 인성교육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인성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서 길러진다. 진정한 인성교육을 위해서는 일회성 프로그램보다는 인간으로서 삶을 경험하고, 그로 인해 가치를 내면화하는 일이 중요하다. 학교야말로 인간으로서 공동체적 삶을 체계적으로 훈련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인성교육의 핵심기관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인성 프로그램을 무분별하게 도입해 학교를 잡화점으로 만든다면 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인성교육은 실종되고 만다. 새로운 제도나 프로그램을 발굴하는데 힘쓰기 보다는 인성과 인성교육에 대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이 인성교육진흥법 시행 1년을 맞이하는 자세이다.

실제의 삶과 자연 속에서 이루어지는 인성교육이 답이다
좋은 인성을 제대로 기르는 교육이라는 인성교육진흥법의 입법취지는 결국 좋은 인성을 바탕으로 공동체 속에서 함께하는 너와 내가 자연과 더불어 좋은 삶을 이루게 하기 위함이다. 좋은 삶을 이루기위해서는 훌륭한 제도나 입법 그 자체만으로 다 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그 제도의 근간이 되는 탄탄한 행동철학이 필요하다. 인간으로서 더 아름답고 더 감동적인 삶을 이어가도록 해주는 행동철학은 다름 아닌 일상과 자연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인성교육을 진흥하기 위해선 더욱더 자연스럽게 살아가기를 장려해야 한다.

▲가현정 작가
가현정 작가

전남 담양에서 과일농사를 지으며 인문학 아카데미『가문의 영광』과 서울시보증재단 우수멘토업체, 인문학 전문 도서출판 『가현정북스』를 운영하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아픈 사랑, 벗어 던져라』,『F1 소망을 생생한 현실로』,『더 느림 The Slower The Better』, 『더 자연 More Natural For Humanity』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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