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감은 ‘미래’를 얘기한다"

[스물네번째 주인공]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정권교체 필요조건 갖춰... 대선도 3당체제로 갈 것"

대담=서정아 부국장(정치부장), 정리=심재현 기자 2016.08.01 09:45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편집자주만나고 싶었던 정치인에게 궁금하거나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질문하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기자가 직접 방문해 정치인에게 여러분들의 질문을 토대로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자리 하나가 아쉬워 이전투구가 벌어지는 정치판에서 현직 타이틀만 두 개다. 그것도 당권과 원내 사령탑. 당의 투 톱 자리를 한 손에 거머쥐었다. ‘정치인 박지원’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스스로 자리욕심을 드러낸 결과도 아니다. 4·13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수수 의혹으로 당 간판인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가 동반사퇴하자 국민의당은 ‘박지원’ 카드를 선택했다. 군사정부 시절 정계 입문 후 임명직과 선출직, 정권의 2인자와 옥살이를 오가면서 쌓은 내공이 켜켜하다.

박 위원장이 임시 당권을 잡은 뒤 국민의당이 잇따라 터진 껄끄러운 현안에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반대”, “개헌 추진” 등 거침없는 입장을 밝힐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박 위원장의 노련함 덕이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만나면 박 위원장이 중앙 상석에 앉는 것은 이제 테이프를 끊은 20대 국회의 앞날을 가늠케 하는 상징적 장면이다.

지난 7월19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박 위원장을 만났을 때도 국회 국민의당 당대표실에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가 먼저 찾아와 있었다. 우 원내대표가 자리를 뜨자 자연스럽게 얘기가 두 사람의 회동 내용으로 흘렀다.

-무슨 얘기를 나눴나

"검찰개혁. 우 원내대표와 합의했다. 세게 하기로 했다. 검찰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 아니냐. 공직자수사처(공수처), 기소독점주의 폐지, 이건 해야 한다."

-국민들이 보기엔 민생과는 좀 거리가 있다고 느낄 수 있는데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검사장이, 청와대 수석이 부정사건에 휘말리는 것을 방치하고 갈 거냐. 국민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먹고 사는 문제에서만 오는 게 아니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봐라. 여론이 어떻나."

-김영란법 시행을 두고도 여러 얘기가 나온다

"마찬가지다.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가야 한다. 어느 정도 비용을 부담하면서 투명한 사회로 가면 그 이득이 더 클 거다. 경제민주화 하면 재벌들이 당장은 손해지만 그 고비를 한번 넘겨줘야 하는 것과 같다. 우리가 언제까지 여기서 침체돼야 하냐. 그러니까 국민소득이 그 이상 안 늘어나지 않나."

헌법재판소는 인터뷰 이후 7월28일 언론사와 사립학교 임직원을 적용 대상에 포함시킨 김영란법 조항에 대해 7대2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다만 여전히 ‘과잉 입법’이라는 문제는 이어지고 있다."

-투명사회로 가자는 취지는 인정하지만 법이 너무 포괄적이라는 우려가 있다

"지금 사회 분위기에서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 사람이 없다. 그런 현상이다."

-공정사회가 핵심이라는 건가

"미국을 봐라. 그 합리적인 사회에서 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저렇게, 힐러리(민주당 대선후보)가 저렇게 되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힐러리를 위협한다. 미국 사회에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이 안 되더라도 이제 트럼프 아류의 주지사나 상·하원 의원들이 많이 나올 거다. 이대로면 우리나라도 그렇게 된다.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 그때부터 시작된 거다. 불과 5년 전이다. 우리나라도 지금 몰려오고 있다.
안 전 대표가 국회 연설 당시 시대정신으로 공정사회, 격차해소를 말했다.

미국의 샌더스, 트럼프 현상이 왜 나왔냐. 유럽의 폭동, 영국의 브렉시트가 결국 양극화와 소득격차, 박탈감에서 비롯된 문제다. 8년 전 총선 때 목포에서 소주 족발 골목을 갔다. 4년 전에도 갔다. 그때는 많은 노동자들이 소주 한 잔을 들고 칭찬도 하고 비난도 했다. 이번 선거 때는 한 번 갔다가 못 갔다. 주인아주머니가 장사 안 된다고 짜증내고 손님으로 온 노동자들이 해고됐다고 절규하는데 맷돌로 지구를 갈아버리고 싶은 심정의 절규를 하더라."

-내년 최저임금 시급 6470원을 두고 재계와 노동계 모두 불만이 많다

"힐러리가 샌더스와 최저임금문제에 결국 타협했다. 왜 그랬는지 봐야 한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 반대 당론이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를 내세웠던 국민의당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드는 군사적 측면에서도 철회해야 한다.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고랑에 있는 소다. 미국 풀도 먹고 중국 풀도 먹어야 한다. 튼튼한 안보, 한미동맹을 누가 부인하겠냐. 그걸 부인하면 대한민국 국민도 아니다. 한미동맹을 위해서도 (사드 배치를) 안 해야 한다는 거다. 한미가 블록을 만들면 북중도 블록이 된다. 우리가 사드를 배치하면 북한이 더 날뛸 거다. 6월 무수단 (미사일), 7월 19일 탄도미사일 3발 발사에 중국 반응이 없잖냐. 중국도 우리를 공격할 수 있다는 것 아니냐. 이걸 막는 것은 사드 배치를 안 하는 거다. 철회하는 거다. 대통령도, 인구 반 이상이 사는 수도권도 방어를 못 하는 것을 왜 배치하나. 사방천지에 배치하겠다는 거냐."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을 못 정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다 반대한다. 우리 대한민국도, 더민주도 한 사람(박근혜 대통령과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씩 문제다."

-그게 선거 전략상 먹힌다는 얘기가 있다

"더민주는 60년 전통을 이어온 당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의당은 흉상도 없지만 더민주는 세워놓지 않았나. 더민주는 60년 전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독재정치에 민주정치를, 관치독점경제에 시장경제를, 서슬 퍼런 북진통일에 평화통일을 부르짖고 나온 당이다. 어디로 가야 하냐. 그리고 그 분(김종인 대표)의 임기는 곧 끝난다. 모든 의원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잖나. 한 사람이 문제다. 대한민국도 한 사람이 문제다."

-개헌 논의가 조금 수그러들었다

"나는 개헌론자다. 분권형 이원집정제(대통령은 국가수반으로 외치, 총리가 내치)로 가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물꼬를 안 터주니 지금은 안 될 거다."

-대부분은 안 될 거라고 하면서도 주장하는데

"대통령 임기 초에는 대통령이 반대하고 임기 말에는 각 당의 차기 후보가 반대하니까 안 되는 거다. 그래도 논의해야 한다고 하는 건 미래를 위해 국민여론을 만들자는 거다. 국민을 이기는 정치인은 없다."

-개헌과 함께 수도 이전론도 회자된다

"이전해야 한다. 18대 국회에서 원내대표를 맡았을 때 세종시 수정안을 부결시켰는데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전당대회 준비로 뜨겁다

"국민들은 당대표나 비대위원장에 관심이 없다. 오로지 대선후보다. 새누리당 전대는 서청원 의원이 나왔다면 흥행은될 거다. 당대표가 친박계(친박근혜)가 되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통령 후보로 나올 거라 전대도 흥행할 거다. 하지만 비박계(비박근혜계)에서 막는다. 제 풀에 죽었잖냐. 지금은 각 당마다 누가 대선후보로 가능성이 있냐는 데 국민들이 관심 있다. 박지원 쳐다보는 사람이 누가 있냐. 다 안철수 쳐다본다."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위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는데

"지난 총선 때 나는 통합단일화하고 안 전 대표는 줄기차게 3당 체제가 될 거라며 통합 얘기하지 말라고 했다. 나는 분열했으니까 망할 거라고 봤다. 그런데 야당이 분열해서 승리한 것은 지난 총선밖에 없다. 아무도 몰랐다. 다 틀렸다. 그래서 안철수의 판단이 옳았고 박지원은 틀렸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대선은) 3당 체제로 갈 거다. 지금 여론조사는 의미가 없다. 모든 선거, 서울시장 선거, 대통령 선거 때마다 맨처음 1등은 박찬종이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9년 10개월 동안 1등을 했지만 마지막 한 달 잘못해서 김대중, 노무현이 대통령이 됐다. 7, 8, 9월 잘 던지고 잘 뛰는 메이저리그 선수가 진짜 선수다. 내년 10월, 11월이 되면 체력 약한 선수는 떨어지고 국민의 힘으로 누가 될지 정해질 거다. 지금은 알 수 없다."

박 위원장은 웃으며 “내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안 전 대표의 가능성은 어떻다고 보냐


"상당히 좋다고 본다. 왜냐하면 호남의 승리 없는 야당의 승리는 없다. 지난 총선에서 안 전 대표는 호남을 석권했다. 정권교체할 수 있는 필요한 조건을 갖췄다. 그렇다고 호남만 갖고는 안 된다. 비호남권에서 외연을 확대해야 하는데 국민의당이 정당지지도에서 제1야당이 될 걸 누가 알았냐. 외연을 확대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도 갖췄다. 나머지는 안 전 대표가 어떻게 하느냐인데 지금까지 내가 본 정치지도자 중 미래를 얘기하는 사람은 DJ(김대중 전 대통령)와 안 전 대표밖에 없다. DJ가 감옥에서 나와서 앨빈 토플러, 빌게이츠 얘기할 때 뜬금없는 말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집권해서 IT 육성한 게 역사적 평가를 받았다. 여의도 풍토가 경제민주화를 빙자해서 재벌을 비판해야 올라가는데 안 전 대표는 이미 한두달 전에 삼성과 한화의 빅딜을 잘 한 거라고 했다. 우리 대기업이 미국의 애플처럼 특화해야지 백화점식으로 가면 안 된다고 했다. 간단한 말 같지만 우리 재벌과 대기업의 미래 방향을 제시한 거다. 그게 진짜 경제민주화다. 밤낮 경제민주화 말하는 사람은 징벌적 손해배상, 상법 개정만 말한다. 그게 되겠나. 안 된다."

-안 전 대표가 가끔 돌출적으로 비칠 때가 있다

"현실정치에서 안 전 대표가 잘 한다고 얘기하진 않았다. 그래서 안철수의 새 정치와 박지원의 헌 정치를 융합해서 미래로 가자고 한 거다. 외연은 안철수가 넓히고 정치현실에선 박지원이 싸우고 얼마나 좋나."

-반 총장이나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는 어떤가

"다 훌륭한 분들이지만 경쟁이 없는 대선후보는 흥행이 안 된다. 더민주는 사실상 문 전 대표로 확정된 거 아니냐.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의 전쟁이 어느 전쟁보다 심하다. 반총장이 될지 김무성 전 대표가 될지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김 전 대표가 유리하다고 본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분열되진 않을 거다. 분열도 해본 사람이 하지 안 해본 사람은 못한다."

-김 전 대표가 어떤 면에서 유리한가

"경선을 반 총장이 견딜 수 있겠냐. 또 대통령은 결정을 잘 해야지 조정을 잘 해야 하는 사람은 아니다. 대통령이 만물박사면 뭐하나. 결정을 잘 해야지. 아까 말했듯이 한 사람(박 대통령)이 문제다."

-국민의당도 대선후보가 한 명이지 않냐

"그래서 천정배의 개혁진보, 정동영의 통일정책이 나와서 경쟁하라는 거다. 손학규 전 더민주 대표,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들어오라는 거다."

-손 전 대표가 흥행 마중물 역할에 그칠 수 있는데 오겠나

"그건 모르겠다. 하지만 더민주로 간다고 되겠나. 모바일투표에 당했던 바보짓을 또 하겠냐는 말이다. 거기는 문재인이다. 여기는 열려 있다. 안철수 혼자 하면 우리도 안 된다. 각자 포지션은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고 나는 공정한 필드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거다."

-직접 나설 생각은 없나

"능력으로 보면 내가 나서야 하는데. (웃음)"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를 겸임하는 데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있다

"비대위는 빨리 끝날수록 좋다. 다만 예상불허다. 지난 총선 때 안 전 대표가 허허벌판에 텐트를 쳐서 기적을 일으켰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당의 골격이 아무것도 없다. 당비가 이제 자동납부된다. 사무처 보고로는 12만 당원이라고 하는데 지난주에 문자 보낸 게 7만9600명이다. 8만명으로 어떻게 전대를 치르고 대선을 치르나. 지금은 체제를 정비하는 시간이다. 8월말까지 당헌·당규 제·개정이 마무리되고 당 정비가 완료되면 거취 문제를 밝히겠다."

-당대표로 출마할 계획도 있나

"그야말로 비상시국 당인데 내 거취를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수수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민의당이 내세웠던 새 정치에 실망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리베이트 아니다. 국민들이 강도 높은 수습책을 원하는 것은 안다. 하지만 더 이상은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다. 당헌·당규에는 기소되면 당원권을 정지한다고 돼 있다. 그것만 해도 초헌법적이다. 무죄추정 원칙이 있는데 기소만 되면 당원권을 정지한다는 거다. 내가 몇 번 기소됐냐."

박 위원장은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대북송금 특검’으로 기소돼 옥살이를 했지만 10년이 넘는 검찰과의 ‘악연’에서 번번이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래서 얻은 별명 중 하나가 ‘불사조’다. 박 위원장에겐 ‘저격수’, ‘정치9단’ 등의 별명도 있다.

-새누리당 총선 동영상 리베이트 수사는 어떻게 보나. 현역의원이 연관이 안 돼서 국민 관심도 낮은 것 같다

"그럴까. 거긴 권력이니까."

-공천 녹취록이 나오는 걸 보면 친박 내부에서 싸움이 세게 붙나 보다

"이제 친박은 없는 거다. 깨진 거다. 지금은 물러갈 준비를 해야 하는데 다시 먹을 준비를 하니까 터져나오는 거다. 전두환 전 대통령 봐라. 차기로 노태우 (당시 민주정의당 후보) 앉히고 개헌해서 국가원로자문회의 의장으로 상왕 노릇을 하려고 했지만 그게 됐냐."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1942년 6월 5일 출생(전라남도 진도)
광주교육대
단국대 상학 학사
조선대 경제학 명예박사
목포대 법학 명예박사
동서양행 뉴욕지사 지사장
데일리팻숀스 대표이사
미국 뉴욕한인회 회장
한국인권문제연구소 이사장
제14대 민주당 국회의원
제2대 문화관광부 장관
제25대 대통령비서실 실장
제18대 국회의원 (전남 목포시/민주통합당)
제19대 국회의원 (전남 목포시/새정치민주연합)
現 제20대 국회의원 (전남 목포시/국민의당)
국민의당 원내대표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정치/사회 기사